"국회의원직 걸고 안마업 지키겠다" > 함께 사는 세상


"국회의원직 걸고 안마업 지키겠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인터뷰

본문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안마사 자격제한 위헌 판결로 연일 시각장애우들의 시위가 계속되던 지난 6월 16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시각장애우만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특히 복지부에서 시각장애우의 생존권을 보장할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법안이기 때문에 이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시각장애우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함께걸음>이 정화원 의원을 만나 법안의 내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복지 잘된 선진국도 유보직종 규정, 한국만 위헌?
함께걸음(이하 함께) : 이번 헌재의 위헌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화원(이하 정) : 시각장애우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판결이었다. 나도 안마와 침술업을 30년 가까이 해온 사람이라 누구보다 당사자들의 마음을 잘 아는데, 그 허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한달도 채 안돼 2명이 자살하고 한강다리에서는 10명이나 뛰어내린 게 아닌가. 앞으로 시각장애우들의 자살이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함께 : 헌재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 : 헌재 판결에는 분명히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헌재는 위헌 판결의 이유로 '직업 선택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제한 할 경우 상위법에서 제한해야하는데 시행규칙인 복지부령으로 제한했다는 점(법률유보의 원칙 위배)과 일반인은 아예 안마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과잉금지의 원칙 위배)을 들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우들에게 안마사 제도는 직업 선택의 자유 이전에 '생존권'이었다. 생존권이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헌법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하는 15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 34조5항에는 분명히 장애우를 보호할 국가의 의무가 규정돼 있는데, 헌재는 이를 무시했다.
장애우 유보직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깝게는 대만이 우리와 동일하게 안마를 시각장애우 유보직종으로 하고 있고, 스페인은 복권판매권을, 인도는 분필, 스웨덴은 샴푸 제조․판매권을 시각장애우 유보직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도 랜돌프 세퍼드법을 통해 연방정부 건물의 매점, 자판기 운영권을 시각장애우에게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보다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도 유보직종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장애우 복지제도가 전무하다시피한 한국에서 이런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헌재가 장애우들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말 밖에 안 된다. 헌재 판결이니 존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비판의 지점이 이렇게 많을 뿐만 아니라 3년만에 번복된 판결을 정말 존중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의료법에 시각장애인 안마사 명시,
전문성과 치료의미 강화

함께 : 지적한 것처럼 생존권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정화원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시각장애우들의 기대가 크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정 : 헌재에서 법률유보원칙을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법 61조에 안마사 자격을 법률로 규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기존의 안마사를 '수기사(手技士)'로 고치고 수기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장애인복지법상의 시각장애우로 명시했다.
함께 : 이번 법률 개정안 중에서 안마사를 수기사로 바꾼 것이 특이한데, 바꾼 이유가 뭔가.
정 : 예전에 '신행정수도특별법'도 위헌 판결이 났는데 '행정도시특별법'으로 이름만 바꿔서 합헌 판결을 받았듯이 우리도 이름을 좀 바꿔보자는 것도 있고, 안마사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꿔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현재 안마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퍼져 있다. 그래서 단기간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안마사처럼 인식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우 안마사는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동안 안마뿐만 아니라 해부생리, 병리, 지압학, 침술, 전기치료 등등 인체에 관한 일반적인 의료상식을 배워야 할 수 있다. 단기 교육을 받고는 제대로 된 안마를 할 수 없는데 국민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 그래서 전문성과 치료의 의미를 강화하고 그동안 안마가 받아왔던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미지도 불식시키기 위해서 안마사라는 용어를 수기사로 바꾸게 됐다.

함께 :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각장애우들의 소원처럼 헌재 판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나.
정 : 그렇다. 물론 위헌소송을 냈던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그러면 또 헌재 판결을 받으면 된다. 본래 위헌 판결은 9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찬성을 해야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그러나 이번에 위헌 판결을 내린 헌재 재판관 8명중 3명은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만을 지적하며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번 개정으로 이들만 합헌으로 돌아서면 종전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우의 독점적 안마업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할당제 반대, "하나뿐인 직업, 나눠 가질 순 없다"
함께 : 자격조건으로 시각장애우를 규정했는데, 이럴 경우 헌재 판결에서 지적된 과잉금지원칙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일부 법조인이나 복지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나.
정 : 그동안 직무유기를 했던 복지부는 말할 자격이 없다. 2003년 헌재가 합헌 판결을 내릴 때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는데도 복지부가 시각장애우들을 무시하고 의견수렴을 해주지 않았다. 복지부가 다른 쪽의 눈치를 보느라 법 개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복지부는 시각장애우의 안마업을 보장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함께 : 현재 복지부가 제시한 안은 할당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스포츠마사지사들의 얘기를 복지부가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하는 셈인데 그런 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일본이 이미 60년대부터 할당제를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일본의 시각장애우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비장애우들에게 일을 다 빼앗겼다고 한다. 우리도 비장애우들과 같이 경쟁을 붙여 놓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비장애우의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은 2만개가 넘는다. 그런데 뭐 할일이 없어서 단 하나 안마사 밖에 할 것이 없는 시각장애우의 직업을 빼앗으려 하나. 시각장애우가 맹학교 교사나 목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다. 이런 상황에서 시각장애우의 단 하나뿐인 직업을 나누자는 게 도대체 사회통념상으로나 도덕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는 일인가.

안마사의 '침' 사용도 법제화 추진
함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각장애우들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몇십년을 별 탈 없이 해왔던 침 사용권을 한의사들에게 빼앗기더니 이제는 안마마저 스포츠마사지사들에게 빼앗기게 생겼다"며 분개하더라.
정 : 바로 그거다. 그렇게 이래저래 빼앗기고 사는 게 바로 대한민국 장애우들의 현실이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우들이 처한 현주소다.
함께 : 이번 개정안 발의에 앞서 지난 4월에 이미 안마사의 침 사용과 관련된 의료법 일부개정안도 내놓은 것으로 안다. 이 개정안의 내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정 : 시각장애우들은 조선시대부터 침을 사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이 시각장애우의 침 사용이 위험하다고 반발하면서 법적으로 침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 맹학교에서는 침 사용법을 교육부가 인정한 정규과목으로 배우고 있고 이 과목에 상당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88년에 이미 보건복지부가 분명히 유권해석을 통해 3호침 이하의 침은 안마사들이 시술하는 기타 자극요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러한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는 이 유권해석이 인정받지 못해 침을 통한 자극요법을 시술하는 시각장애우 중에는 이로 인해 고발을 당하고 결국 전과자가 된 사람도 있다. 결국 이 또한 이번 안마사 위헌 결정 사태처럼 복지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복지부는 침 사용이 안마사가 사용하는 기타 자극요법에 해당된다며 침 사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면 이를 법으로 명시해야 하는데 복지부령으로도 만들지 않아서 결국 시각장애우를 전과자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3호침 이하의 침 사용을 안마사에게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는 한의사들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어쨌든 의료법이니까 나중에 지금 내놓은 법안과 병합심사를 할 계획이다.

9월 정기국회, "개정안 통과, 70~80% 승산 있다"
함께 : 대안을 내놓을 때마다 반응이 바로 나올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서 이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울 것 같다.
정 : 명색이 헌정 이래 최초의 시각장애우 국회의원인데도 당사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는가. 그나마 논란 중에도 한나라당의 협조를 받아 이번 개정안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에서 시각장애우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사협회도 이번 헌재의 결정이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성명서를 냈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많은 단체에서 성명서를 내 준 것이 한나라당에서 당론으로 정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함께 : 9월 정기국회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보나?
정 : 여당과 정부가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결국 이들도 협조하지 않겠나. 70~80% 정도는 승산이 있다고 본다. 시간이 짧아도 9월에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장애우 참여정부가 아니라 불참정부다. 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장애우 고용장려금은 30%를 깎고, LPG는 250L로 제한했다. 또 장애우 예산도 지방으로 이양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나는 이런 정부의 태도와 헌재의 결정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직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꼭 통과시킬 것이다.

인터뷰 조은영 기자
사진 정리 최희정 기자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