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실업자 취업대책, 복지부가 적극 나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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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김모임 장관을 맞는 사회복지계 안팎의 시선은 각별하다. 그간 어지러운 구설수 속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주양자 전 장관 후임으로 뒤늦게 북지부에 발을 들여놓은 김 장관에게는 IMF시대에 사회적 불행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슬기로운 사회복지정책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시대적 요청이 주어지고 있는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 김 장관을 만나 국민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과 나름의 복지철학을 들어보았다.
지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청각장애우 이성조 씨는 수원 역 광장 한 구석에 조그만 매점을 설치하고자 복지부의 협조공문을 받아 철도청관계자를 설득하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의 건의문은 복지부 비서실에 전해졌고, 이씨의 사연을 알게 된 김모임 장관은 직접 서울 철도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했다. 개개 민원에 대해 장관이 관계기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복지부 관계자들이 신임 장관의 꼼꼼하면서도 다감한 업무 스타일을 새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간 어지러운 구설수 속에 짧은 발자취를 남기고 단명한 주양자 전 장관을 떠나보낸 복지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일면 뿐만 아니라 보건학의 전문 식견과 국제 무대 활동경험도 갖고 있는 김모임 장관의 입각소식에 모처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신임 김모임 장관은 올해 63세로 서울에서 출생해 58년 세브란스 병원에 발을 딛은 후 줄곧 보건․간호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연세대 간호학교와 미국 하와이대 보건대학원, 존스홉킨스 대학원을 거쳐 연대 보건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학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대한가족계획협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11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역임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해온 그는 평생 ‘일과 결혼했다’는 주위의 평을 들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일처리로 유명하다.
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의료보험 통합, 국민연금 확대시행, 실업자 복지대책 등을 현안으로 꼽은 바 있다. 다른 부처 장관 보다 조금 늦게 업무를 시작하게 됐으나 5월27일 국립재활원, 29일 보건사회연구원과 6월11일 광주 행복재활원 등 여러 장애우복지기관을 현장 방문하며 업무 파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 장관을 만났다.
― 취임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등으로 인해 바쁜 일정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각 국별로 업무 보고를 마치고 본격적인 업무파악에 들어가셨다고 들었는데 취임 후 현재까지 업무를 진행해 오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취임 직후 또 곧바로 WHO총회에 참석하느라 사실 몹시 분주했는데 저희 복지부 직원들이 출국 전에 주말에도 출근을 할테니 업무 보고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주말에까지 출근하게 하면 미안하지 않는가 생각했지만 그 진지한 업무자세에 믿음이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강조했지만 이제까지의 복지가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 발상을 달리해서 무엇보다 수요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바라보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안점을 둘 것입니다.
물론 이제까지 장애우를 비롯한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사업이 생계 유지나 단순 보호와 같은 양적인 서비스의 공급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제 우리 나라도 선진국가를 지향한다면 단순 구호 차원이 아닌 생산차원의 복지행정을 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개혁이이겠죠.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복지부 장관으로 일하게 돼서 사회여건과 제도를 질적인 면에서 향상시켜야 할 책임이 나에게 주어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혹시 개인적으로 장애우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질 기회가 계셨습니까.
“제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폐 한쪽이 없는 사람이니까 저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장애우, 비장애우 가르는 것도 우스운 일 같습니다. 장관 취임 전에 보건관심이 없지 않았죠. 특히 80년대 초반 제 11대 국회에서 보건사회상임위원회 위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장애우복지 분야를 포괄한 전체 보건복지 업무를 다뤄본 경험도 있고요.”
― 장애우복지 문야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계시거나 평소 주력해야할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야가 있으시다면요.
“복지부에서 계속 해온 장애우 복지사업 가운데 중증장애우 보호는 지속시켜가야 할 사업입니다만 작업치료나 직업재활사업을 보다 활성화시켜 일을 하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능력을 키워갈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어제 경실련의 노숙자센터를 방문했었어요. 그곳 뿐만 아니라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데 사실 급식소를 늘리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겠습니까. 복지부가 이제까지 생활보호대상자 취로사업 등 취업과 관련한 사업도 많이 해온 만큼 장애우를 비롯한 사회 취약계층의 생계안정대책을 위한 사업에 우선 순위를 두고 싶습니다. 제가 여성이고 가족계획협회에서 일하면서 평소 모성보건 문제에도 남 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여전히 기초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여성과 아동 건강문제에도 무엇보다 힘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장애여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문제도 앞으로 계속해서 풀어나갈 숙제로 고민하죠. 장애우 단체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 최근 전국의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이 사회복지안전망 확보를 요구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현재 어려워지는 경제 위기 속에 사회복지에 대한 실제적인 요구의 수위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것인가와 기존 예산도 어떻게 우선순위를 조정해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될 것 같은데요.
“제가 최근에 생활보호과 분들과 애기를 나누면서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 하더라도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개발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지금 실업 문제 때문에 가정 파괴 현상이 심각하지 않습니까.
현재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밝힌 대로 저소득층, 노인, 장애우 분들을 위한 복지정책마련을 위해서 사회보장평가기획단을 설치하고 향후 5년간 시행할 ‘사회보장장기발전방향’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 3월27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는데 이 발전방향에는 사회복지 분야별로 최소한의 보장수준을 제시하면서 복지재정의 투자계획을 포함시키고 있으니까 앞으로 그러한 사회적 우려를 다소나마 불식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이 개발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굳윌 인더스트리와 같이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고 장애우 취업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올릴 수 있는 사업아이디어도 사회적으로 더욱 많이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 이력을 보면 장관님에게 ‘1호'라는 꼬리표가 많이 따라 붙어 왔더군요. 그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인생을 개척해 오셨다고 생각되는데요. 장관님의 인생철학을 좀 들려주시지요.
“제가 이화고녀 3학년에 재학 중에 6.25전쟁이 터졌어요. 전쟁이 끝난 후 복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교장선생님이 특별히 복교시켜 주셨는데 졸업할 때 이런 얘기를 해주시더군요. ‘(무슨 일을 하든)80점 이상만 하고 무엇보다 훌륭한 시민이 되어라’하는 말씀이었는데 이것이 이후 살아가는데 계속 머리에 남더군요. 사실 아버님은 집안일 보다 지역사회개발운동인 상록수회 활동에 더 열심이셔서 집안 형편은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는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무슨 일을 하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예술의 경지까지 올리자는 마음으로 최대한 완벽을 기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활동하면서 장관을 목표로 일한 것도 아니었는데 오늘날 이 자리에까지 온 것을 보면 그간의 제 모든 활동이 하느님의 섭리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WTO 총회에서 신임 브론트런트 사무총장은 같은 여성이면서 21세기를 바라보는 비전에 생각을 같이한 김 장관을 특별히 예방하면서 IMF 시대를 헤쳐나가는 어려운 시기에 한국의 보건복지행정을 맡게 된 김 장관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장관은 호기롭게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복지부 한 관계자는 장관실에 걸려 있는 ‘장애우가 먼저, 생각이 아니라 행동입니다’라는 표어를 가리키며 “복지부 각 과별로 내걸고 있는 수많은 표어 중에 장애우 관련 내용 표어만을 붙이신 걸 보면 장애우 복지에 대한 장관의 관심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연 그 표어대로 그 동안 사회복지계 내에서도 소외대상인 장애우 복지에 대한 장관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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