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이야기] “부부 싸움 적극적으로 하세요”
본문
흔히 ‘무촌’간이라고 하는 것처럼 부부관계는 촌수조차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한없이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일심동체’라고 표현되곤 한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두 남녀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결혼’이라는 커다란 전환점을 돌아 남은 반평생으로 이어질 것을 다짐하게 되고, 그렇게 탄생된 새로운 커플에게는 주위의 찬사와 축원이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축원을 아끼지 않는 선배 부부들도 아무리 사랑이라는 끈으로 묶인 사이라고 해도 성격도 다르고 몇 십년간 전혀 다른 생활 환경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간의 심리적인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남성과 여성, 그렇게 성이 다름으로 인해 신체적인 차이 뿐만 아니라 여러 감정적인 면에 있어서도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을 자주 발견하게 되면서 사소한 일이 짜증과 분노로 이어질 때도 많고 그래서 때로는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도 된다. 그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악화됐을 때 결국 맞게 되는 것은 이혼이라는 파국. 최근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 노년 부부의 이혼 사례들을 보면 상대방에 대해 켜켜이 쌓인 실망과 애증은 그렇게 평생 풀리지 않을 정도로 질기고도 깊은 듯 싶다.
그러나 그렇게 부부의 인연을 끊고 남남이 되기 전에 보다 진지하게 서로에 대해 그리고 상대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끔이라도 가졌으면 어땠을까.
이러한 고민의 시작이 전 세계적인 엠이, 즉 매리지 인카운터(Marriage Encounter)모임을 출발시키는 모태가 됐다. 그렇다고 특별히 심각한 갈등을 안고 있어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부부들이 이 엠이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아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들이 함께 모여 이런 저런 서로간의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가톨릭에서 시작된 이 엠이는 처음에는 초종교적인 부부모임으로 보급되었다. 식탁 주위에 둘러앉아 여러 부부 그룹이 가슴 깊숙한 속대화를 나누고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 모임에 참여한 후 그 절대다수는 그것이 자신과 배우자 모두에게 큰 변화를 가져오는 감동적인 효과를 경험했음을 고백했다고 한다. 한 번 참여해 본 부부들에 의해 입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해 현재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부부들이 우리 나라에만도 오만여쌍에 이른다. 세계 백여개 국에 이미 이 엠이센터가 설립돼 있을 정도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성당에 나가고 있는 신도부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열네 개 교구마다 각각 조직이 구성되고 있다.
한국, 그리고 인천지역의 엠이모임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최수영(44 ․ 아브라함), 김정화(43 ․ 사라) 씨 부부는 이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장애우부부에게 보급한 장본인기기도 하다.
“엠이 주말 프로그램에 저희 부부가 초대를 받아 처음 참여한 게 팔십육년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통상적으로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이박삼일, 사십사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부부간의 대화방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다음 아무런 간섭없이 그냥 부부끼리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저 나름대로는 다른 남편들 보다 집사람한테 이런 저런 속얘기를 많이 한다고 자부했었는데, 그 시간에는 이전에 한 번도 털어놓지 못한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나눌 수 있었죠.”
최수영 씨는 자신들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부들이 그렇게 서로를 위해 아름답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다가 그 프로그램을 장애우부부에게 도입해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보통 장애우라고 하면 육체적인 장애가 그 사람의 결혼생활에 있어서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고 주위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우선 배우자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연변처녀나, 같은 청년장애우 남녀들의 만남의 자리를 자꾸 만들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어요. 장애우 부부들도 아름답게 살고 있고, 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더 많이 알려서 장애우배우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일 아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장애우부부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 바로 이 엠이모임이 아닐까 싶었던 거죠.”
칠십사년 정립회간 내에 결성된 청년장애우써클인 ‘정진회’에서 만나 장애우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며 사랑을 키워갔던 부부이기 때문에 그렇게 다른 장애우부부에게까지 발상의 폭을 넓혀 나갈 수 있었는지 모른다.
부인 김정화 씨는 다른 여성장애우들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할 때 부모님은 안스러워 하시며 말릴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늘 자신에게 익숙한 테두리 안에서만 맴을 도는 생활을 해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도 됐다. 이에 반해 최수영 씨는 워낙 짓궂은 장난도 잘 치고 남들이야 어떻게 보건 말건 발야구나 족구, 탁구 등의 운동도 가리지 않는 활달하고 매우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그런 최수영 씨의 모습을 보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만 보이는 김정화 씨에게서 의외로 ‘유머 감각이 풍부한’ 점을 발견했다는 남편 최수영씨의 적극적인 대시로 팔십사년 결혼에 골인했다. 물론 자녀의 배우자만큼은 장애우가 아니길 바랐던 양가 부모들이 적지 않게 반대를 하시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생각하시기에 자신이 비장애우배우자를 만나도 걱정, 결혼 안하고 살아도 걱정이라면 그냥 사진이 원하는 대로 살아보고 싶어’ 김정화씨도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써클활동을 함께 한 것이 팔 년 가량 됐으니 다른 부부들에 비해 교제기간은 비교적 오래된 셈이다. 그 대부분의 시간은 친구로만 지내다가 일 년여 연애감정을 가지고 보다 깊숙이 서로에 대해 탐구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성격차이로 신혼 초부터 적지 않게 싸움을 해야 했다. 싸움은 푸는 방법도 서로 달라 서로의 마음에 접근해 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도 더욱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싸운 후에 말 안하고 오래 버티기는 자신이 있을 정도니까 물론 남편이 먼저 화해의 손짓을 해오죠. 그런데 아직 화가 안풀리고 있을 때 남편은 분위기를 바꿔 보자며 그냥 외식을 하재요. 제 생각에 서로 오해를 풀려면 대화를 먼저 해야지 그런 마음으로는 즐겁게 식사가 될 리 만무한데 말이죠. 그래서 싫다고 하면 또 자신이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그것을 몰라주냐고 남편은 섭섭해 하고,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어요.”
“사실 엠이모임에 참여하기 전까지 우리 두 사람이 나눴던 대화는 그냥 겉대화가 대부분이었죠. 사소한 집안일이나 바깥일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는 많이 나눴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속얘기를 들어보려는 노력은 안해 왔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제 경우에 속느낌을 표현하고 그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과정은 제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전 보다 훨씬 친밀감이 더 커지더군요. 상대방에 대한 격려나 배려에 마음이 더 발전하게 됐고요.”
그래서 그 기쁨을 하루 빨리 다른 장애우부부들과 나누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이 엠이모임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서 동의를 얻어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상 ‘부부간의 대화’와 같은 것은 남들 앞에 드러내기를 싫어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배우자 이상이 장애우인 부부는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의 열성적인 입 선전을 듣고 당시 같이 활동했던 옛 동료들이나 각 성당에 수소문해 알게 된 열네 쌍의 장애우부부들이 엠이 주말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장애우부부 주말을 잔행하려니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았어요. 일단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싸지만 깨끗한 곳으로 장소를 빌려야 하고, 기본적으로 휠체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또 부부가 한 방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 차량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자원활동자도 구해야 했죠. 한 번은 행사장이었던 장애우시설에서 원생들이 덮던 것이 아닌 깨끗한 새이불을 구하느라고 여기 저기 부탁해서 결국 봉고차로 공수해 오기도 했어요.”
다행히 상대 배우자를 애정이 넘치는 새로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 이 ‘은총주말’에 참여한 부부들의 감동은 최수영 씨 부부의 예상보다 훨씬 컸다. 참가자였던 한 의사 부부는 자신이 받은 감동에 보답하고 싶다며 그 해 진행경비 일체를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다른 부부들의 헌금 형식으로 자유롭게 모은 기금은 다음 대회를 개최하는 경비로 모아졌다. 이것은 장애우부부 주말 프로그램인 ‘은총주말’의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 참여한 오십여 쌍의 장애우부부들은 얼마간의 재교육과정을 거친 후 다시 몇 개 지역으로 나뉘어 한 달에 한 번씩 강 성원의 집에서 돌아가면서 만남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각기 장애상태가 다른 장애우부부들이 그것도 각자의 가정에서 모임을 갖자니 때로는 전신마비장애우나 휠체어 장애우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어 모임이 지연될 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자의 장애를 대하는 자신의 심리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자녀들에게 부모의 장애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하는, 다른 곳에서는 감히 함께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모임의 진지함은 갈수록 더해진다고 한다.
“대개 남편이 장애우인 경우 부인에게 자신의 요구를 최우선해달라고 일방적으로 원하는 경우가 많죠. 부인이 비장애우라면 그와 비례해서 ‘내가 이마큼 희생하고 있는데 마음을 몰라준다’고 섭섭해질 때도 많을 거구요. 사실 심리적인 갈등 요인을 안고 있지 않은 부부는 단 한 부부도 없지만 장애우부부들은 남들보다 한 가지를 더 안고 있다고도 볼 수 있죠. 그런데 엠이모임에 참여하면 서로에 대해 생활 속에서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려는 동기를 제공받으면서 자신 또한 정신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고들 합니다.”
“물론 엠이모임이 만능은 아니에요. 아무리 다른 부부들과 함께 경험어린 대화를 나누고 상대방을 화나게 했던 자신의 성격이나 습관도 고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더라도 사실 하루 아침에 그것이 고쳐지기는 힘들거든요.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모임에 나와 봤자구나 하는 실망도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남편이 저보다 장애 정도가 심하기도 해서이겠지만 간단히 무엇을 가져다 달라는 자잘한 부탁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같은 것도 자꾸 저한테 시키는 것이 때로는 짜증스러웠죠. 여러 차례 말로 지적을 해도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부탁을 들어주긴 하는데 하기 싫은 감정을 갖고 있으니까 말도 퉁명스럽게 나오곤 했죠. 그러면 그런 감정이 상대방한테까지 옮겨지고 그게 쌓여 싸움으로 이어지는 때가 적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마음을 바꾸기로 했죠. 상대방의 습관이 쉽사리 바뀌지 않아서 내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즐겁게 해주자하는 쪽으로요. 그러면 상대방도 이전하고 달라진 제 태도를 보고 고마운 마음에 다른 면으로 보상을 하려고 하죠.”
최수영 씨는 부인의 이런 말에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어린 시절 장애를 갖게 된 분들도 그렇지만 결혼 후 사고로 한쪽 배우자가 장애를 갖게 됐을 때 상대 배우자는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스스로 척척하던 일을 자신의 손을 빌려 달라고 자주 요구하면 짜증도 나겠죠. 그렇지만 사실 그 때 장애배우자는 난 당신과 늘 함께 있고 싶다, 당신이 필요하고 더욱 친밀하게 되고 싶다는 간접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실제 한 교사 부부는 남편이 반 학생들과 소풍을 갔다가 사고로 전신마비장애를 갖게 됐다. 달라진 상황에서 부부가 서로 적응하는데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다가 엠이모임에 참여하면서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고 그러한 과정을 남편이 구술로 풀어내고 그것을 부인이 받아 써서 함께 책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 엠이 모임에 나가자고 상대방을 이끄는 쪽은 아무래도 아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외국과 달리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자신의 느낌을 드러내는 여성들은 때로는 너무 설친다거나 드세다는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 그렇지만 엠이모임 안에서는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밝혀도 그렇게 보는 사람이 없고 엠이모임에서 다른 남성들의 심리도 직접 듣게 되면서 남편에 대한 이해도 더욱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남편을 더욱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타나게 되고 남편들은 달라진 아내의 태도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도 털어놓아서 속이 편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엠이모임을 무척 편하게 생각하고 아내와 함께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고 한다.
구십삼년 이후 매년 열린 은총주말은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다. 매년 행사 때마다 이들 부부는 장소 알아보고 참가부부를 모으느라 동분서주 해왔다. 또 은총주말에 참여한 후 쉐어링 모임이라는 그룹별 부부 모임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회지를 제작해 보급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어 엠이모임과 관계된 일만 해도 일주일이 금방 지나갈 정도다. 그래서 이들을 지켜본 주위 부부들은 “마치 엠이를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감탄해 마지 않는다.
이제 이들 부부는 부부심리에 있어서 거의 전문가로 꼽히게 됐다. 엠이모임에서 매우 특별한 과정을 거쳐 선발되는 ‘봉사부부’로 활동하고 있을뿐더러 지난 해에는 특히 서강대의 최고 인기강좌중의 하나인 3학점짜리 ‘결혼준비특강’강의를 철학과 신성영 신부와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인 김 씨는 심리학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어 서강대에 개설된 거의 모든 심리학강의를 수강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간에 쌓은 지식과 경험을 기본으로 시흥 여성의 전화에 상담자로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제가 부모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는 있지만 저희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어서 자녀교육과 관련된 깊숙한 부모심리에 대해서는 저도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긴 해요.” 아이를 낳아서 길러본 여성들이 갖는 남다른 느긋함이나 따뜻함은 자신이 잘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부분이라고 김정화 씨는 말한다.
이들 부부가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데에는 남다른 아픔도 있었다. 남편 최수영 씨는 태어날 때부터 지체장애를 갖게 됐지만 그 원인은 의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와 고모, 남동생이 자신과 똑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인 장애라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에 ‘장애로 인한 여러 아픔이 진저리나서 더 이상 장애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 씨는 부인의 동의를 얻어 결혼과 함께 불임수술을 받았다.
어쨌든 그러한 상황이 두 사람의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있기는 하다. 다른 일반적인 부부들의 경우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두 사람의 직접적으로 관련된 얘기 보다는 부부대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때로는 그것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많기 때문에 더욱 본격적으로 서로에 대해 탐구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얻은 긍정적인 시도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나누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안싸우냐고요? 아니, 요즘도 싸우죠. 그리고 싸움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느낌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표현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안에서 곪지 않는 거죠.”
한 번은 남편 최 씨가 활어회 직판장과 음식점을 경영하다가 동업자인 친구로부터 사리를 당해 거의 모든 재산인 집을 날릴 뻔했다. 그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부인 김 씨는 남편을 무던히도 말리려고 했었다. 왠지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열심히 말리기도 했지만 어느 날, 잘되든 안되든 그것은 남편이 알아서 직접 경험해볼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죠.”
‘남들보다 경제감각이 둔하다는’ 김정화 씨는 사업이 실패했다는 상황 보다는 돈잃고 무엇보다 사람에 실망해서 크게 낙담해있는 남편을 격려하고 위로하려고만 애썼다.
이들 부부를 보니 생각나는 장면 한 토막이 있다. 이혼이 잦은 미국의 결혼문화 속에서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해서 더욱 잘 알려진 한 원로 배우가 어느 토크쇼에 초대됐다. 진행자가 그 비결을 묻자 이렇게 반문했다. ‘결혼상대자로 친구를 택하겠느냐, 가슴떨리는 애인을 택하겠느냐’고. 그 진행자가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는 사이, 그 노배우는 “친구들 택하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이었다.
프로끼리는 진리도 통하는 것일까. 최수영 씨 부부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려준다. “부부는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하는 좋은 길동무에요. 서로 늘 노력해서 보다 친밀하게 반평생을 함께 하세요.”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