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여성장애우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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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27선거에 비해 이번 6.4선거에서 장애계는 많은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최초의 여성장애우 시의원이 당선됐다는 점에서 장애계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회의로부터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받아 선거전에 이미 당선이 확정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국 이예자 국장을 만나 보았다.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이의원님은 국민회의로부터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받아 선거 전 이미 당선이 확실시 됐는데요. 여성계, 노동계 등 그밖에 많은 분야에서도 비례대표제에 의해 의회에 진출하기를 요구했었는데 이 의원님이 1번으로 추천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알기로 비례대표 1번은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는 것으로 할고 있는데요, 평소 장애우문제에 애정과 관심이 있으셨던 김대중 대통령의 배려와 제가 장애우이고 여성이라는 두 가지 사실 그리고 그 간의 제 활동경력을 당에서 인정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부터 10년간 그 대학에서 여학생 생활관 관장일을 보았습니다. 이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여성국장으로 활동을 하다 94년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국제 장애우 프로그램 실무로서 활동을 했습니다. 귀국해서는 98년부터 정식으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 여성분야, 종교분야, 장애우분야에서 고르게 활동을 해 오신 것 같군요. 특히 국제 활동도 많이 하셨는데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장애우 관련 프로그램을 하시면서 인상에 남았던 일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시죠.
“케냐에서는 비장애우 남성들이 시각장애여성들을 임신시키고 도망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성장애우들은 그 아이를 그대로 낳아 키우죠. 그 이유를 물으니까 아이가 자라서 엄마의 눈이 돼주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케냐에서도 여성장애우들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는 일이 있는데 여성장애우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사랑을 쏟고 의지하는 거지요.
또 스웨덴에서 장애우작업장엘 간 적이 있습니다. 몸은 물론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는 중증장애를 가진 장애우가 박물관에서 컴퓨터에 카드입력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흔들리는 몸과 머리를 지지대와 끈으로 고정시키고 이마에는 볼펜대 같은 것을 붙이고 컴퓨터 작업을 하더군요.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전 몇 시간만 일을 하는데 제가 놀란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집에서 누워만 있을 아주 심한 중증 장애우들이 일을 하면서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앞서도 밝히셨지만 여성이라는 점과 장애우라는 두 가지 점이다 인정이 돼서 의회에 진출하게 되신 건데요. 앞으로 여성장애우사업 중 어떤 사업에 주력하실건가요.
“여성은 물론 남성도 장애우로서 갖는 불편함이 많이 있지만 특별히 여성장애우만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고 한다면 가사와 육아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성장애우들은 연애를 하다가도 가사와 육아문제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장애들이 갖고 있는 가사와 육아에 대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현행 가정도우미제도를 좀 더 구속력이 있는 제도로 만들 생각입니다.”
-당선 확정 이후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약 1달 동안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여성당선자 모임, 당모임, 의원연수 프로그램 등에 참석했습니다. 또 7월 9일부터 의회가 정식으로 개원되는데 그 때까지 의정활동을 위한 공부도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처음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일에 대한 긴장감과 두려움도 있었는데 이제 한 달 정도 지나니 자신감과 함께 책임감도 생깁니다.”
-앞으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국활동과 시의원활동을 어떻게 병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연구소 여성국활동을 하면서 특히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소모임 활동을 통해서 여성장애우를 직접 만나고 현실적인 문제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의원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여성국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제가 유일한 서울시의회 여성자애우인만큼 다른 이원들이 저를 보고 장애우에 대한 의식개선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20여 년간 여성계와 장애계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활동해 온 이예자 의원은 어찌 보면 흔치않은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특히 최근 들어 장애계에서 잦아지고 있는 외국 장애단체와의 교류에 이 의원의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 의원의 이런 여러 가지 장점이 오히려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결과를 낳이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부디 이 의원이 스스로의 각오를 밝힌대로 임기동안 여성장애우 뿐만 아니라 전체 장애우의 대변자로 전념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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