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후에도 생활 가능하도록 여건 마련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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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장애인부모회 2대 회장에 김명섭(60) 국회의원이 취임했다. 김명섭 의원은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재선 의원이다. 따라서 부모회에서 김 의원을 회장으로 영입한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한마디로 김 의원 영입으로 부모회를 활성화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부모들의 기대가 강하게 표출된 것이 지난 9월 21일 있은 장애인부모대회이다. 김 의원의 회장 취임식을 겸한 이 날 대회에서는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부모대회 사상 최초로 1천 명이 넘는 장애우 부모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그 자신 장애우 부모로서 이제 장애인부모회를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김명섭 의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가 비단 부모회 회장직 뿐만 아니라 최근 여당이 만든 장애인직업정책기획단 단장까지 맡아 장애우 복지에 깊숙이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이로써 김명섭 의원은 장애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부모 참여 문제와 직업 문제, 이 두 가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조타수 역할을 맡게 됐다. 앞으로 장애우 복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김명섭 의원, 그를 만나 소감과 활동 계획을 들어 보았다.
-장애인부모회를 맡게 된 계기를 들려 달라.
“작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의 장애우 복지정책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도 장애우 부모라고, 셋째 아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그러면서 장애우를 돕는 복지 문제에는 여야가 없다, 어는 정권이 이 나라를 이끌더라도 장애우 복지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때 귀담아 들었는지 얼마 후 엄요섭 부모회 전 회장이 나를 찾아 왔다. 나더러 부모회 회장을 맡아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었다. 다만 내가 맡아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부모회에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도움을 주는데 있어서 내가 장애우 부모로서 당사자니까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흔쾌히 맡겠다고 했다.”
-셋째 아들이 장애우라고 했는데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가.
“자폐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가 심한 편은 아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일반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는 특수학교를 나왔다.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아들도 장애우지만 나도 장애우다. 지금은 수술을 받아서 괜찮지만 한때 고관절 장애로 8개월 동안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그 때 장애우들이 겪는 불편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어려운 직책을 맡았는데 앞으로 부모회를 어떤 일을 하는 단체로 이끌 생각인가.
“엄요섭 전 회장님이 지금까지 잘 해 오셨다. 그 바탕에서 나는 장애우 부모들이 부모라는 사실을 떳떳이 공개하며 살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제반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에 매진하겠다. 구체적으로 계몽․홍보사업을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그리고 사실 부모회가 그 동안 너무 침체돼 있었다. 나는 개혁 지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침체된 부모회를 개혁해 장애인 부모회가 우리 나라 장애우 복지를 이끌어 나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장애우 부모들이 신임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높은 것 같다.
“내가 부모회 회장으로 있는 이상 이제 장애우 관련 모든 법안은 복지부에 건의할 필요가 없다. 나한테 가져오면 내가 직접 복지부 국장을 불러서 설명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큰 관문이 없어진 셈이다. 다시 말하자면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복지 제도 마련과 제도를 뒷받침 해주는 법률 마련인데, 내가 복지부 장․차관을 직접 만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 관련 법안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맡은 역할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부모회 회장으로 재임 중 이 문제만은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뭔가.
“우선 부모회란 건립 문제이다. 나는 부모회관이 있어야 장애우 문제를 총괄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시장을 만나 장애우 부모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시유지를 불하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장도 그 계획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리고 장애우 인식 개선 사업은 부모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장애우에 대한 편견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심한데 내가 재임하는 동안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장애우 부모 입장에서는 장애우가 성인이 됐을 때 살 길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우 부모들은 열 사람이면 열 사람 모두 자신의 사후 장애우 자녀가 어떻게 살 지 걱정하고 있다. 내 아내도 심장이 안 좋아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사경을 헤맨 적이 있다. 그때 아내가 내게 한 부탁이 딱 한가지였다. 자신이 죽으면 장애우인 셋째 아들을 부탁한다는 거였다. 이게 모든 장애우 부모들의 심정이다. 그런 부모의 마지막 격정을 누가 알겠는가? 그 간절한 심정은 장애우 부모밖에 모른다. 우리가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읽어서 해결해 주려면 장애우들이 부모 사후에도 최저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직업을 갖게 해준다든가, 아니면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게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부모회 회장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엔 여당 장애인직업정책기획단 단장까지 맡았다. 기획단 단장으로서 장애우 직업정책의 우선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앞에서 얘기한 대로 장애우들이 최저 생활이나마 영위하도록 고용이 아닌 직업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지금 전혀 안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노동부가 관장하고 있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복지부로 이관해와야 한다. 왜 이관이 필요하냐면 기업들이 장애우 고용을 기피해서 낸 부담금이 지금 수천억원이 쌓여 있는데 그 돈으로 장애우가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촉진공단 이관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공단 이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뭔가.
“개인적으로 노동부 산하에 고용촉진공단이 있으면 홍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얘기는 한 마디로 장애우 직업정책이 올바로 가자는 거다. 기금 문제만 해도 그 돈을 갖다가 쓸데없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올바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공단 이관이 필요한 이유는 차후 당에서 장애우 직업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부모회 회장과 장애인직업정책기획단 단장으로 장애우 복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앞으로 어떤 심정으로 맡을 일을 해나갈 생각인가
“부모회 회장과 기획단 단장은 간판이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관련 일을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앞으로 내가 아니면 이 일을 과연 누구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라는 각오로 맡은 일을 해나갈 것이다.
허세로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나는 국회에서 나만큼 장애우 문제를 많이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시간을 쪼개 얼마만큼 장애우 복지에 애정을 가지느냐에 따라 모든 일이 잘 진행이 되게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할 생각이다.
대담정리 이태곤 기자
그림 노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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