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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퀵서비스

두드림퀵

본문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흔히 고령화 사회, 100세 사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고, 그래서 정년 퇴직을 한 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노인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노인 일자리 창출이다. 노인이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근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하철 택배 퀵서비스’다. 이번 ‘함께 하는 세상’에서는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택배 퀵서비스를 하는 조금은 특별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퀵서비스인 ‘두드림퀵’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기존 노인 지하철 택배와 차별화
2018년 설립된 두드림퀵은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저렴하고 빠르게 물품을 배송하는 지하철 퀵서비스다. 지역별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시니어클럽과 연계하고 있으며, 배송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기사(노인 택배원)를 배정하여 더욱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두드림퀵은 기사들의 소득 향상 및 업무 환경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두드림퀵의 운영에 대해 정성혜, 정지혜 두 매니저로부터 보다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정지혜 “우선 저희가 서울대학교 인액터스라는 동아리 자체에서 예전에 있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두드림퀵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시니어(노인)라는 대상자를 잡고 어떠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2000년대 초반부터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임승차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활용한 업체들이 정말 많이 나타났었거든요. 노인들의 값싼 노동력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무거운 물품을 맡기거나 대기할 만한 장소를 제공하지 않거나 또는 수수료를 너무 많이 떼가서 노인에게는 실제로 돌아가는 수익이 없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알아요. 또 업체들이 강남이나 종로에만 있으면 거기로부터 먼 곳에 있는 경우 주문을 하기가 힘든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서울에 있는 모든 주문을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서 쉽게 받은 후에 9개의 시니어클럽과 연동을 시켜서 그 지역에 맞는 주문을 분배하고 저희가 가져가는 수익은 최소화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달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게 오토바이다. 그래서 위험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두드림퀵은 지하철을 이용하여 배송하므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보다 50% 저렴하며, 수치로는 측정할 수 없는 안전성이 있다.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오토바이 기름값과 같은 교통비도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배송지가 지하철역과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라서 배송을 위해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사용해야 할 경우, 거기에 발생하는 비용은 두드림퀵에서 부담하고 있다. 이 외에 두드림퀵이 기존 노인 지하철 택배와 차별화된 ‘플랫폼’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정성혜 “만약 강남에서 주문이 와서 그곳 시니어클럽과 연동해서 노인 택배원이 배정되었어요. 그런데 노원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픽업을 거기까지 가야 되겠죠? 그런데 노원에도 시니어클럽이 있으니까 이런 지역 간의 주문을 저희가 하나로 통합하는 거예요. 고객이 주문을 한 지역이 강남이면 강남에 있는 택배원한테 배치를 하고, 노원 쪽이면 그곳에 있는 택배원에게 배정을 하는 거죠.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가 바로 배정되는 택시 어플처럼 저희도 플랫폼 운영을 통해 주문지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는 택배원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배정 해드리고 있어요.”
 
두드림퀵은 이렇게 기존의 노인 지하철 택배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기존에는 직접 전화로 문의를 해서 가격을 물어보고 접수를 해서 픽업을 갔던 시스템이었다면, 현재는 전화가 아닌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주문을 받는다. 웹사이트에 가격표가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고, 고객이 원하는 지역과 택배 물품에 대한 정보 등을 상세하게 입력하여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노인 택배원이 약도를 보면서 또는 전화통화를 하면서 목적지를 찾아갔다면, 두드림퀵은 자체 개발한 어플을 활용하고 있다.
 
정성혜 “아무래도 노인 택배원에게는 어플을 사용하는 게 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도 계시고요.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최대한 교육을 통해서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자체 개발한 이 어플을 통해 노인 택배원이 길을 찾는 것도 편리해지고 ‘나도 핸드폰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택배 업무가 아니더라도 휴대폰을 다양하게 사용하실 수 있게 된 거죠.”
 
정지혜 “교육 같은 경우는 시니어클럽에서 분기별로 신규 택배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국가에서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니까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저희도 정보화 교육과 같은 것을 직접 해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기도 해요. 스마트폰의 카메라 사용 방법과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는 방법, 어플을 통해 길을 찾는 방법, 각종 검색 방법 등의 기본적인 교육을 꾸준히 해드리고 있고, 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물품이나 장소의 사진을 촬영하여 남겨 둔다거나 길을 찾기 어려울 때 어플을 이용하는 등 스마트폰을 업무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연규자 택배원이 지하철을 타고 물품을 배송하는 동안 휴대폰으로 어플을 확인하는 모습(왼쪽)과
배송지에서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모습
 
노인에게 최적화
두드림퀵은 즉시 배송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픽업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문의를 해서 결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주문이 가능한 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주말, 공휴일은 휴무). 두드림퀵 홈페이지에서 배송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신청이 접수되어 택배원이 배정되면 배정 안내 알림톡을 보내준다. 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서울 전 지역 및 경기, 인천 지역이다.
다만 지하철을 이용한 배송이기 때문에 배송 가능한 지역이라도 지하철을 통한 배송이 불가능한 지역은 배송이 제한될 수 있다.
평균 배송 소요 시간은 서울 지역의 경우 택배원 배정 후 3시간 내외, 경기 및 인천 지역의 경우 택배원 배정 후 4시간 내외다. 또한 노인 택배원이 운반하기 어려운 3kg 이상의 물품은 배송이 제한된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배송하기 때문에 지하철 안전 수칙에 따라 악취가 나는 물질, 알루미늄 풍선, 위해물품, 동물 등은 배송이 불가하다.
 
정성혜 “노인이 어렵지 않게 지하철을 타고 배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꽃이나 서류가 많이 배송되는 편이에요. 케이크를 배송한 경우도 있고요. 경기도에 어떤 유명한 디저트집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까지 갈 시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그 디저트집의 메뉴를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리고 의류나 각종 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서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들로부터 의류나 소품, 원단 샘플을 자주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것들은 노인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아무리 어플을 활용한다고 해도 길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노인이 아닌 젊은 층이라도 소위 ‘길치’인 경우에는 어플이 있어도 목적지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노인 택배원도 처음 가는 낯선 곳에서 목적지를 찾기 어렵거나 길을 잃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정지혜 “저희가 어플에서 길찾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요. 어플에 있는 배송지 버튼을 누르면 거기까지 가는 길찾기가 바로 나옵니다. 그래서 마지막 역, 그러니까 배송지와 가장 가까운 역에 내리면 어플에 나온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세요. 숙련된 분들은 길을 잘 찾아가시는데 간혹 길을 찾기 어려워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런 경우에는 어플에 ‘빨간 버튼’을 만들어 놨는데 그걸 누르면 저희가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빨간 버튼’은 119와 같은 긴급 전화를 의미한단다. 그 버튼을 누르면 두드림퀵에서 대기하고 있던 매니저와 바로 전화 연결이 되고, 그럼 매니저가 택배원의 위치와 배송지를 파악한 뒤 어디로 가면 되는지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두드림퀵의 팀원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주문접수와 노인 택배원의 배송 과정을 항상 확인하고 있다. 팀원들이 시간을 나누어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어플의 오류가 발생하거나 고객의 잘못된 배송지 입력 등으로 생기는 문제라도 신속히 대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두드림퀵에서 자체 개발한 어플. 가장 왼쪽 아래에 긴급 전화 기능인 ‘빨간 버튼’이 있다. (사진 제공. 두드림퀵)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퀵서비스
두드림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감탄했던 사실이 있다. 팀원들이 서울대학교 학생인 만큼 본인들의 취업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을 텐데, 본인도 아닌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고민하고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해 노력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앞으로의 인생 설계에 큰 도움을 주겠지만, 팀원들이 하고 있는 생각과 열정이 정말 인상적이다. 분명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소중한 한걸음이니까.
 
정성혜 “두드림퀵으로 활동하면서 노인 택배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으면 정말 뿌듯함을 느껴요. 사실 두드림퀵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어르신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손녀처럼 어리광도 부리면서 친근하게 지내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직접 만나기가 어렵고, 또 택배원들은 서울 전 지역에 흩어져 있고 자택에서 바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와 직접 소통하는 경우는 아까 말씀드린 긴급 전화가 유일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건 그리 즐거운 대화는 아니잖아요. 조금 짜증이 난 상황일 수도 있다 보니까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힘든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할 때마다 저에게 애쓴다고, 고맙다고, 더운데 고생한다고 이런 말씀을 해주실 때 정말 이 일이 의미가 있구나 하고 뿌듯함을 느끼게 돼요.”
 
정지혜 “저는 두드림퀵에서 활동하게 된 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나의 목표와 주제를 가지고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뿌듯한 일 같아요. 왜냐하면 대학교에 오면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를 가지고 만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남을 향하는 부분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두드림퀵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만난 분들은 물론 여기서 얻고자 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노인 택배원들을 위해서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우리보다는 노인 택배원들을 더 생각하고 어떤 방향이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뿌듯한 것 같아요. 자신의 일을 생각하기 쉬운데 남을 위한다는 일을 위해 뭉친 단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함이 두드림퀵의 장점 같아요.”
 
‘택배’라는 것은 물품을 배송하는 것이 주된 성격이다. 하지만 노인이 택배원으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배송을 하는 것과 그 노인 택배원이 안전하게 배송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는 두드림퀵 팀원들의 존재는 택배라는 이미지에 다른 성격을 불어넣어 준다.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퀵서비스’가 정말 잘 어울리는 두드림퀵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세대 간 소통의 활성화와 유대감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두드림퀵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해 본다.
 
↑두드림퀵 정성혜, 정지혜 매니저 (왼쪽부터)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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