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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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이하 NAP-National Action Plan for the Promotion of Human Rights) 권고안을 정부에 통보했다. 인권위의 NAP권고안에는 비정규직 문제,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성적소수자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인권 이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권위의 NAP권고안은 크게 ▲사회적 약자 · 소수자의 인권증진과 ▲인권옹호 · 증진을 위한 국가 인프라 구축에 중심을 두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가 집행해야 할 과제들을 담고 있는 NAP권고안이 얼마나 실행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함께걸음>에서는 인권위의 NAP기획단장인 최영애 상임위원을 만나 NAP권고안에 대한 중요한 지점들을 짚어봤다.
▲국가인원위원회 최영애 상임위원 |
NAP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 것인가.
1993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인권회의에서 각 나라에 국가 인권기구의 설립과 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차원이나 협약에서 아무리 구체적인 목적과 수행과제를 설정해도 이러한 것들이 각 나라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사실은 별 소용이 없다. 때문에 각 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인권 정책을 구체적으로 기획, 집행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구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2001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했고, 올해 1월 NAP 권고안을 정부에 제시한 것이다.
NAP는 한마디로 말해서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으로서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제시되는 범국가적인 인권정책의 종합판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많은 인권사안들이 있다. 이 사안들 중에는 자유권과 사회권 문제는 물론, 그 사이에서 서로 맞물려 있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문제를 구조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고, 서로 연계해서 정책을 세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NAP가 필요하다.
NAP는 각 나라가 처한 인권적인 상황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나라는 교육에 중점을 둔 나라도 있고, 호주 같은 경우는 차별에 무게를 두고 만들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NAP는 사회 전반의 시급한 인권사안들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한 NAP다.
NAP권고안을 만들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 현황을 파악했을 것이다.
우리의 인권 감수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람들은 인권에 대해 여전히 신체적 물리적 폭력에만 한정시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예전엔 힘이 없으니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힘이 있다고 때리면 되냐고 항의할 수준으로는 올라왔다.
하지만 차별 감수성은 참 낮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운동의 성과로써 성차별, 장애차별 등에 관한 것은 인식 수준은 높아졌다. 그러나 더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서, 학력차별, 연령차별 인종차별 하면, 무슨 소리지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장애우가 노동시장에 차별받는 문제를 제기하면, 장애가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렇게 아직 우리 사회는 차별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높다고 본다. 인권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는 않지만, 그 안에 더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 보면 여전히 차별인식 수준은 높지 않다. 개인적으로 NAP권고안이 우리 사회의 이러한 차별인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사회의 양극화 해결이 화두인데, 나는 이러한 양극화가 경제적인 부분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의 양극화도 심하다. 의식의 양극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소모적인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관해서도 불필요한 냉전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괜히 진보니 보수니 갈라져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또한 마찬가지다. 일년에 4백 명이나 되는 젊은이를 감옥에 가게 하면서도,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나라가 흔들릴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한번 인정해주고 보자는 것이다. 정말 그러한지 말이다. 성적소수자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터부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인정해주고 지켜보자는 것이다. 장애우와 비장애우, 나이가 어린 사람과 많은 사람. 여성과 남성, 등등 사회 각계 각층에 극단적이고 불필요한 차별들이 많다고 본다. 이 간극을 좁히는데 NAP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권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장애는 우리 사회에서 고려해야 할 1순위다. 그리고 노동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우선순위일 것이다. 여러 과제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적 소수자와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급하다고 본다. 이들의 수는 적지만,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른 인권수준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성적소수자나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바닥을 올려주는 것은 밑바닥을 올려주는 것이다. 밑바닥을 올리면 전체가 올라가게 된다. 재소자의 인권문제도 마찬가지다. 성적 소수자나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해주는 것은 꼭 이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문제가 주요 의제로 잡히고 함께 고민될 때 우리 사회의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의식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NAP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이다. 뿐만 아니라 상당히 방대한 양의 인권사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제는 이것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이냐가 문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주변에서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NAP권고안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돈이 들어가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서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경우는 사회적 합의만 되면 당장이라도 폐지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인권이라고 하는 것은 그 나라의 철학이다. 정부가 국민들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자원분배가 달라질 것이다. NAP권고안의 실현은 정부가 인권에 방점을 찍는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그 정도의 실력은 있을 것이다.
인권위가 권고 기능 밖에는 없지만, 이번 NAP권고로 이미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 24일에 국무총리 주재로 관련부처 장관들이 회의를 했다. 그리고 법무부 주관으로 각 부처들이 올해 말까지 NAP와 관련해 구체적인 집행안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정도는 상당히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NAP는 국내외적으로 국가가 인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내건 사회적 약속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안을 만들고 실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 여러 부분의 다양한 노력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NAP권고는 2, 3차 계속 만들어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인권’이라는 것이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NAP 권고안에 수록된 장애우 분야의 정부 핵심추진과제 1. 장애우의 인권보호와 차별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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