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Ⅲ|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인터뷰 > 함께 사는 세상


특집Ⅲ|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인터뷰

“농아학교는 일반학교와 다르다. 특수교사 자격증만 있다고 교사가 될 수 없다”

본문

 

  undefined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이 내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대물림 되고 있다

- 청각장애우 교육현장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농아학교에서 교육받았는데 교사들이 농아인들의 언어인 수화로 교육하지 않고 글로 쓰거나 말로 교육하기 때문에 사회에 나왔을 때 필답 능력도 부족하고 농아인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소극적이 되고, 사회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가 나 혼자만의 문제인지 알았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대다수의 농아인들이 교육현장의 문제점으로 인해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후배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농아교육의 개혁을 이뤄달라고 얘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정되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나는 자녀 셋 중에 첫째와 셋째가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내 자식들이 지금 농아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어려움들이 내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대물림 되고 있다. 농아인들이 국민으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권과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반드시 우리 농아인들의 권리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이 교육의 변화라고 생각하고 교육 부총리를 비롯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농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농아인들이 교사들과 의사소통이 안되다 보니까 잘못된 오해로 인해서 이유 없이 교사한테 구타를 당하거나 꾸지람을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의 수화 실력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엉뚱하게 농아인 당사자들이 입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농아학교는 일반학교와 다르다는 점이다. 농아학교는 특수교사 자격증만 있다고 갈 수 없다. 우리나라는 특수교사 자격증만 있으면 농아학교에 취업이 되는데 우리는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없다. 교사들이 농아인들의 언어인 수화를 무시하고 농아학교를 본인들의 직장으로서 밥벌이에만 안주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농아인들은 사회에서 바보 취급을 당하고 살아가고 있다. 농아인 본인이 궁금한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궁금증을 가지고 평생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부모와 교사들이 농아인들에게 수화를 가르치지 않고 자기들의 언어인 말을 배울 것을 강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 결과는 의사소통의 부재뿐만 아니라 농아인들이 성인이 돼서 심각한 생존권의 위기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교육현장에 수화를 할 줄 아는 교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는 말인가
얼마 전 2월경이다. 광주 모 농아학교에서 학생 성폭행 문제가 불거져서 내려간 적이 있다. 그때 교육청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교육청에서 얘기한 게 농아학교 교사 27명중에 19명은 수화를 못하고 나머지 8명은 잘한다고 했다. 그래서 수화를 잘한다는 교사들을 만나봤다. 그랬는데 한 마디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수화를 잘한다는 교사 실력이 내가 보기에는  초급수준밖에 안됐다. 농아인 당사자인 우리와 대화가 되지 않았다. 결국 농아학교 교사 27명 중에 수화를 제대로 하는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는 셈이었다. 문제는 지금 법적으로 특수학교 교사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이 되는 것이 문제다. 농아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수화통역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또 특수교육학과 4년 과정에도 학생들이 4년 동안 완벽하게 수화를 배울 수 있도록 수화교육을 전공필수 과정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

- 농아학교에 가봤는데, 교사들이 술렁이고 있다. 그럼 수화 못하는 교사는 학교에서 다 나가란 얘기냐는 말도 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농아인들이 원하는 수화를 배우는 게 힘들다는 문제제기도 하고 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 기존에 농아학교에 들어가 있는 교사들에게는 유예기간을 줘야 할 것이다. 당장 그 분들에게 나가라는 얘기는 아니고 몇 년 안에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간을 줄 테니까 지금부터라도 농아인들의 언어인 수화를 배우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지금 학교에 있는 교사 보다 문제는 특수교육 자체 4년 동안 교육 과정에 수화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교사들이 농아학교에 부임했을 때 수화로 교육할 수 있도록 특수학과 교과 과정에 반드시 수화교육이 들어가야 한다.

농아인들이 가장 심각한 중증장애우다

- 수어 지원법을 국회에 청원했다고 들었다. 내용은 뭔가.
수화가 농아인들의 언어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기초로 해서 농아인들의 의사소통을 보장하는 사회환경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같은 경우도 정식 수화통역사가 없고, 장애 관련 기관에도 수화통역사가 없는 게 문제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 장애우라는 이름을 내건 기관조차도 농아인은 신체가 건강하니까 장애우로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농아인이 가장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체나 시각은 사회에 나오면 의사소통에 장애는 없다. 하지만 농아인들은 사회에 나오면 모든 게 장애다. 다시 내 경우를 예로 들면 이번에 공부하고 싶어서 고려대 최고지도자 과정에 지원해서 합격했는데 대학에서 수화통역사 지원을 못해준다고 해서 현재 접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수 대학이 이렇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매주 매시간 누가 수화통역을 공짜로 해주나, 대학에서는 나보고 사비를 들여서 수화통역사를 구하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이게 바로 농아인들의 현실이다. 사회 곳곳에서 의사소통의 장애를 겪고 있는  농아인들이야말로 중증장애우라는 걸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
 
- 다른 얘기인데 인공와우 시술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는 인공와우 시술에 대해 무조건적 반대를 하는 건 아니다. 수술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무분별한 시술을 반대하는 거다. 예를 들어서 중도난청인 경우는 소리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인공와우 수술을 해서 효과가 있겠지만 계속해서 농아인으로 자란 경우는 와우 수술을 했다고 해도 소리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거의 없다. 이렇게 명확하게 인공와우 수술의 실패 가능성도 알고 농아인 본인이 수술을 받을지 받지 않을 지에 대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다. 인공와우 수술이 부모의 강요나 억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또 병원들의 영리 수단의 목적이 되지 않고 농아인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와우 수술하는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들이어서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무조건 수술 안 된다가 아니라 꼭 필요한 농아인들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이비인후과에서는 농아인이라면 무조건 와우 수술을 권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잘못이다. 와우 수술에 대해서 장단점을 정확히 알리고 농아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의사 소통의 보장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 농아인들 지금 어떻게 사나.
농아인들 주류가 지금 4-50대다. 이 정도 연령 때인 장애우들은 실질적으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세대다. 그래서 농아인들이 종사하는 업종은 단순노무직과 단순 건설직 그리고 단순 제조업 또는 농사나 불법노점이 직업의 전부다. 심지어는 일부 장애우는 날치기도 하고 있다. 이렇게 농아인들이 어렵게 사는 것은 사회가 농아인들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직장에서는 농아인이라고 하면 어떻게 듣고 일하냐고 손사래를 친다. 굉장히 거부감 심하다. 그래서 농아인들 중에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많이 있고, 전문성 있는 직업을 가진 농아인들은 드문 실정이다.

- 농아인들이 전문직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농아인들이 전문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문직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게 학력인데 지금 교육이 농아인들의 학력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농아학교에서조차 농아인들이 뭐하러 대학가나라고 얘기하고 있다. 차라리 기술 배워서 자립하는 게 낫지라는 얘기들도 하고 있다. 내가 교사들을 욕하는 게 아니다. 교사들도 안타까운 거다. 왜냐하면 농아인들이 대학을 나와도 좋은 직장에 못 나가니까 돈 들여서 공부했는데 비애감만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농아인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데, 많이 배워서 좋은 직장 못 가느니 차라리 적게 배우고 호떡장사 하는 게 낫다고 자조 섞인 얘기들을 하고 있다.

- 교육 문제 외에 지금 농아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시급한 건 의사소통의 보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 학교 직장에서 농아인들의 의사소통을 보장하는 수화통역의 확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핀란드 같은 경우는 농아인이 5백명이라고 하면 수화통역사가 50명이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35만명 농아인이라고 추산하는데 수화통역사는 693명밖에 안 된다. 그러면 수화통역사 1인당 통역해야 하는 농아인이 도대체 몇 명인가? 농아인들의 욕구를 수화통역사가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따라서 현재 있는 수화통역 센터의 인원을 확대하고, 그리고 지금은 수화통역 서비스가 낮에만 되고 밤에는 지원이 안 되는데 수화통역 센터를 24시간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 농아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많지만 이 점만이라도 먼저 개선돼야 한다.

인터뷰 정리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