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경제금융보험학부 김용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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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각각 장애 관련법개정 및 제정안을 내놓아 이목이 집중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장애우연금.
그러나 장애계는 각 당에서 제시한 장애우연금안에 시각차를 뚜렷이 나타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직도 장애우연금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장애우 수당현실화부터 장애연금법제정, 현행 국민연금 안에서의 기초연금도입까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함께걸음이 그 중에서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사회복지학자 같은 경제학자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금융보험학부 교수를 만나 국민연금이라는 큰 틀 속에서의 장애연금제도 도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용하교수(순천향대경제금융보험학부) |
우리나라 연금개혁의 핵심은 ‘형평성 확보’가 되어야
김정열 : 교수님은 현행 연금제도 안에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신데요, 장애연금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들어가는 이야기로 먼저 현행 연금제도에 관한 이야기부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연금개혁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김용하 : 우리나라 연금개혁의 핵심은 ‘형평성 확보’가 되어야 합니다.
연금은 세대간에 소득을 재분배하는 국가적인 노인부양체계입니다. 따라서 기여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 제도에서 함께 혜택을 누려야 하는데, 현행 연금제도는 기여를 하지 않으면 세대간에 이루어지는 소득 재분배의 혜택조차 누릴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점이 현행 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민연금제도를 마치 단순 보험제도처럼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자신이 저축을 했다가 노년에 그 돈을 연금으로 돌려받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이 개별적으로 준비해서 노후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상위 20-30%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70-80%는 노후를 준비한다고 해도 막상 나이가 들면 자기 자산이 거의 없고 자녀에게 의지한 채 어렵게 살아가더라는 게 선진국의 경험입니다.
게다가 사회구조적으로도 저출산·노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대에 이르는 고령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각 가정 혹은 개인이 해결하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던 것을 전국민 차원에서 근로세대가 부모세대를 부양하도록 바꾼 것, 그것이 국민연금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회보험이나 민영보험과는 그 개념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전국민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이러한 형평성의 문제를 제쳐두고 보건복지부는 자꾸만 재정안정화 이야기만을 꺼내고 있으니 이건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김정열 : 국민연금에서 이야기하는 재정안정화란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요?
김용하 :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도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것을 조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전에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갖춰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는 현재 국민연금의 수지균형 보험료가 소득의 22%인데 현재 9%만 내고 있으니까 이 상태로 가면 2047년에 기금 고갈이 예상된다면서 보험료를 15.9%까지 올리고 연금급여 수준을 10% 깎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연금 자체만 보자면 맞는 말이지만 지금도 국민연금 가지고는 최저생계비가 안되는데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급여수준을 동일하게 10%씩 깎아 버리면 저소득자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냐는 말입니다. 이건 제도개혁의 발상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저소득층의 소득보장을 하는 차원에서 재정안정화를 하는 것이지 저소득층까지 똑같이 급여를 깎아버리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양극화된 노동시장, 국민연금의 디자인 자체를 바꿔야 한다
김정열 : 연금제도 개혁의 핵심이 형평성 확보에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지금 도입을 주장하고 계시는 기초연금은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 받는 것입니까?
김용하 : 그렇죠. 저는 연금제도가 두개의 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험료를 내고 낸 돈에 비례해서 받는 ‘소득비례연금’과 우리나라 국민이면 기여와 상관없이 똑같이 받는 ‘기초연금’으로 말이죠.
사실상 현행 연금제도는 가입자끼리의 소득재분배는 되지만 상당수의 저소득층이 배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위 60%끼리만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지는 셈이라 문제가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분포가 정상분포처럼 종 모양을 그리고 있다면 저소득층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그들만을 따로 떼어내어 공공부조로 보장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지만, 현재 우리나라 소득분포는 밥그릇 모양처럼 중산층이 적고 극빈층과 부유층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산층 이상만 연금제도에 포함시키고 나머지 사람들을 가입유보자로 남겨놓으면 이건 ‘유보’가 아니라 ‘배제’가 되는 겁니다.
선진국처럼 정규직 비율이 높고 자영자가 없으면 (기초연금 없이) 단일한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노동시장 양극화가 명확하게 진행된 나라에서 단일한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끼리만 재분배를 하고 나머지를 배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외된 사람이 무려 40%나 되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우리나라의 소득분포가 마치 종모양인 것처럼 가정하고 단일 국민연금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연금수준을 일률적으로 낮추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건 저소득층을 때려잡는 이야기이고, 삐딱하게 자라는 나무를 가지만 치겠다는 꼴입니다. 잘못된 디자인을 가지고 계속할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을 기본으로 깔아주고 거기에 소득비례연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바꿔야 합니다.
복지, 모든 국민을 위한 대책
김정열 : 일각에서는 기초연금제도가 재원마련의 측면에서 조세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공공부조제도인 기초생활보장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던데,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 건가요?
김용하 : 이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제도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공공부조는 1600년대에 나온 영국의 구빈법 개념에 머물러 있는 제도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데, 일부의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으니 불쌍한 ‘그들’을 위해 돈을 주는 방식인 거죠.
그러나 기초연금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한울타리로 묶여 있기 때문에 그들 중에 장애, 노령, 사망 등의 특별한 위험에 놓인 사람들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사회적 위험에 놓인 것으로 보고 이러한 위험에 대해 보장을 받는 것이니까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죠.
김정열 : 개념적으로는 그런 차이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실익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김용하 : 현재 기초생활보장을 받고 있는 1.5%는 실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위 60%와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1.5%를 제외한 나머지 38.5%를 위한 제도가 이 나라에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닙니까. 기초연금은 이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봐서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하는 38.5%에게 실익이 있다는 점을 봐야지 지금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1.5%만을 보면서 실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입니다.
흔히 복지라고 하면 극빈층을 위한 대책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복지는 모든 국민을 위한 대책입니다. 복지를 극빈층만을 위한 대책으로 보는 것은 복지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입니다.
김정열 : 일부는 이에 대해 기존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60%는 그대로 하고 지금 말씀하신 38.5%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기초생활보장의 범위를 차차상위까지 늘려서 보장하면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용하 :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공공부조의 연장에 불과하죠. 사회적 연대나 사회적 부양의 개념으로 전환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하면 차차상위까지 거지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차피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은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나 동일한데 그럼 전부 조세로 합해서 하는 게 낫지 왜 그것을 조세와 사회보험으로 나눠서 누구는 자기돈 내서 받는 사람이고 누구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으로 계층화를 시키느냔 말이지요.
복지는 ‘우리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국민에게 일깨워줌으로서 국가체제를 유지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식의 공공부조 확대는 결국 들어가는 비용은 똑같으면서도 여전히 돈을 부담하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나눠서 생각하게 만들지 않습니까. 철학의 기본이 다릅니다.
김정열 :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낙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기초연금을 반드시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용하 : 그럼요. 이러한 기초연금의 급여수준이 최저생계비까지 올라가면 더 이상 저소득 계층은 없는 거죠. 그냥 함께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지.
기초연금의 급여수준만큼은 임금상승률을 따라가야
김정열 : 그럼, 기초연금이 도입된다면 급여수준은 소득비례 연금의 몇 %정도가 되나요?
그건 국가마다 다른데, 저는 기초연금의 급여수준이 소득비례연금의 1.5~2배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형식적으로는 처음에는 각각 소득대체율 20%로 똑같이 시작하는데, 기초연금은 임금상승률에 따라 올라가고 소득비례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올라가도록 했기 때문에 급여수준은 갈수록 차이가 커질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기초연금이 소득비례연금의 2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초연금만큼은 임금상승률을 따라가야 합니다. 소득수준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근로세대와 노인세대의 일정한 비율이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노인은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연금을 받고 근로세대는 임금상승률에 따라서 임금을 받으면 처음엔 사소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차이가 벌어지거든요. 그러면 생계비가 보장되지 않죠. 따라서 기초연금만큼은 임금상승률에 따라서 받아야 합니다. 바로 이런 게 철저한 복지마인드죠.
처음에 사람들이 20%, 20%로 똑같이 시작한다니까 너무 자본주의 논리를 따라가는 게 아니냐고 했는데 사실은 그 안에 비밀병기가 숨어 있는 것이죠.
김정열 : 기초연금은 몇 살부터 받게 되는 건가요?
김용하 : 일반적으로는 65세가 기본이고, 장애우는 장애가 발생한 시점 혹은 선천적이었다면 18세부터 기초연금을 받게 됩니다. 기초연금을 받으면서도 만약 근로가능한 기간동안 장애우가 나름대로 연금보험료를 내면 소득비례연금을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중증장애우의 경우에는 장애수당의 개념으로 별도의 추가적인 국가지원에 의해 생활이 지원되어야겠죠.
김정열 : 기초연금을 도입하려면 어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용하 : 기초연금액을 15만원 정도로 설정하면 8~9조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우리 국가 수준에서 충분히 가능한 금액입니다.
게다가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현행의 소득비례연금의 보험료는 현재 소득의 9%에서 7%로 줄어들 예정인데, 이렇게 줄어든 2%가 대략 5조가량 되니 4조만 더 있으면 돼죠.
그리고 현재 연금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7%로 줄어도 기초연금 지급부분을 함께 계산하면 개인에게 주어지는 급여액에는 변동이 없는 것이고,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급여액이 올라가게 되겠죠.
장애우연금, ‘함께 살아간다’는 복지적 마인드 필요
김정열 : 지금까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장애우연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용하 : 지금의 장애우연금 논의는 비용의 측면을 고려하면서 전략적 차원에서 장애우부분만 따로 가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초연금으로 같이 가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 텐데 어느 세월에 도입이 되겠느냐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복지적 마인드가 아직 사회 내에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이 장애우를 위해 호주머니를 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OECD의 다른 국가들과 다른 것은 단순히 복지비 지출수준만이 아니에요.
그들에게는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이 있지만 우리는 저 사람들 불쌍하니까 도와준다는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개념을 벗어나야만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올 수 있죠.
결국 장애우연금을 따로 주장하는 것은 전략적 차원에서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혹시나 장애우에게 수당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불쌍하니까 도와준다는 식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서구처럼 자산조사 없이 나오는 사회수당 역시 어려워요. 결국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주어지는 장애수당을 확대하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김정열 : 복지부 용역안에 의하면 100% 또는 150%까지는 자산조사를 해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김용하 : 결국 그건 장애우들이 이야기하는 연금과는 다른 것 아닙니까.
나도 언제든 장애우가 될 수 있다는 개념하에서 시작해야 제대로 된 장애우연금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장애우연금을 주장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동정에 어린 돈이지 함께 살아간다는 차원에서 받는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애우는 여전히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라는 그 인식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운동이라면 기본 철학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제대로 된 것 아닐까 해요.
대담 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정리· 사진 조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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