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사람]언론인 김민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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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온 세계의 관심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쏠렸다. 이번 미 대선에 쏠린 관심은 가히 세계의 대통령을 뽑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세계가 미 대선의 결과로 향후 세계사의 흐름을 가늠코자 했기 때문이었다.
부시의 재집권은 세계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큰 실망과 근심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시가 한반도에 끼칠 영향, 특히 전쟁에 대한 위험성 증가, 신자유주의의 강화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낙담만하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사람들의 허한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민웅 목사다. ‘평화’라는 끈마저 놓아버린다면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모든 영역에서의 사회 운동이 물거품 될 것이라며,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희망을 놓으면 안된다고 설득하고 있는 김민웅 목사.
그동안 재미 언론인으로써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리영희의 뒤를 잇는 논객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 목사를 〈함께걸음〉이 만났다.
김정열 : 이번 미 대선을 보면서 사실 우리나라 많은 지식인들은 케리가 대통령이 될
김민웅 : 이번 대선은 개표 전까지도 누가 대통령이 될지 예측불허였습니다. 이번 미국의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선거 막판에는 케리와 부시가 ‘초박빙’ 상태였다는 지점입니다.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작년 9·11 이후 미국에서 제일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것이 부시의 대태러정책이고, 이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상당히 결집했습니다. 이건 부시의 지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선거 막판 승패를 점칠 수 없었다는 것은 부시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사실 선거 한 두 달 전만 해도 케리는 부시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었거든요. 아무도 이렇게 초박빙까지 될 줄은 몰랐죠.
이는 반대로 말하면 케리를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집결해 상승했다는 뜻입니다. 부시가 그동안 얻은 지지율을 다 까먹었다는 얘기죠. 만일 부시가 이것을 유지했다면, 케리는 상대가 안되는 상황이었죠.
일단은 정치적으로 부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부시를 반대하는 세력들도 이번 선거로 사회적으로 집결했습니다. 또 이들이 선거 이후에도 반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주시해야 합니다. 선거 후 미국은 이렇게 양쪽으로 갈라졌어요. 지역으로 보면 중·남부가 부시를 지지했고, 동·서부는 케리를 지지했습니다. 동·서부는 세계 정세에 대한 이해가 중부보다는 깊은 지역입니다. 이 쪽 사람들은 미국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곳이죠. 때문에 부시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죠.
더 중요한 것은 9·11이 일어났던 뉴욕에서도 부시가 패한 점입니다. 그것은 9·11이후에 부시가 전개해 온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뉴욕이 거부했다는 뜻이거든요. 이건 지난 4년 동안 부시가 해온 정책에 대해서 동·서부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 아니겠어요? 다시 말해서 이들은 부시의 전쟁정책은 미국을 오히려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중·남부는 부시를 지지했는데, 이 사람들의 가치관이 최근에 논의되는 ‘기독교적인 근본주의’입니다. 기독교적인 근본주의의 중심내용은 ‘미국은 선이다. 선에 대해서 도전하는 것은 악이다. 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로 압축됩니다.
즉 악과는 타협할 수 없다, 악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응징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이것은 극단적인 일방주의죠. 이 가치관이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는 것입니다. 사실, 일방주의라는 것은 외교 전략상의 표현일 뿐이고, 속내는 하느님의 소명에 따라 악으로 규정된 것은 당연히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은 선을 지킬 수 있는 기독교적인 신앙의 자세가 아닙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사회가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시가 당선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김정열 : 투표결과에서는 부시를 지지했던 사람이 백인이면서 주류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사람들은 자기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부시를 선택했다고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민웅 : 중산층 이상 백인들 대부분은 미국 사회가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대해 무지하죠. 현재 미국은 보수주의 혁명중이예요. 미국은 60년대에 베트남 전쟁을 했고, 민중운동을 겪으면서 변화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를 보수 세력들이 탐탁치 않아하는 거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지금의 진보세력들을 보수 쪽에서는 소위 빨갱이들이 주름잡고 있다, 안되겠다며 일어서고 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보수혁명이 30∼40년간 물밑에서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에 정치적으로 확정된 거죠. 보수 진영에서는 부시 집권 2기가 이러한 보수 혁명을 완수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고 봐야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부시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승리했지만, 미국 내부에서 반발의 정도가 유례없이 아주 심각하다는 겁니다.
김정열 : 네. 그렇군요. 그 반발은 현재 어떠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습니까?
김민웅 : 대표적으로는 언론을 통해서 부시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타임즈도 선거 이후 케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고요. 부시가 벌린 이라크 전쟁은 과거 베트남 전과는 다릅니다. 이라크는 아랍권의 지지를 받고 있어요. 베트남은 고립시킬 수 있었지만, 이라크는 어렵죠. 팔루자를 친다고 이라크 전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이라크 저항의 근거지는 지역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때문에 더 어렵게 됐죠. 그래서 미군이 일단 물러났고, 아랍권의 반발은 더 심해졌습니다. 이라크 전쟁에서는 미국이 오도가도 못하게 됐죠.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부시 정권 제 2기의 미국 장래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듭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세계 반발도 만만치 않아서, 이제는 부시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밀고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부시가 내부적인 통합을 꾀하는 시도를 안 할 수 없겠죠. 현재 부시가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정세가 달라져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밀어붙일 수만은 없을 겁니다. 낙관만 할 수는 없지만.
따라서 우리는 그런 요지를 알고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미국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많이 있지만, 아직 미국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두려움이 그대로 굳어지면, 나중에는 할 말이 있어도 입도 뻥긋 못하게 됩니다.
바로 요 틈새에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발언이 나온 거죠. 이제 남은 것은 이것을 얼마나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인가가 관건인데…
김정열 : 노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발표한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김 목사님께서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김민웅 : 6자 회담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은 것은 두 가집니다. 미국과 북한이 회담을 하거나, 아니면 남북한 정상회담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 두 가지 다 미국이 거부하고 있단 말이죠. 미국에서는 핵을 포기하면 회담에 응하겠다는 태돈데, 북한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동북아시아의 전쟁국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적대 정책과 선제 공격에 대한 계획에 대응키 위한 것이죠. 그러니 북한이 핵무장할 이유와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먼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까도 말한 것처럼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과 선제 공격을 미국이 철회해야합니다. 이것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을 할만한 이유가 없게 만들어야죠. 노무현 대통령의 논지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이 먼저 무장해제를 하면, 그 다음에 사탕을 주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잖아요?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 얘기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며 선제공격을 방어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나온 방법이기 때문에 본인이 무장해제 시킬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억제해야 것인데, 이것을 이런 방식으로 풀자는 거죠. 그러니까 상당히 중요한 발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노 대통령의 생각이 사회적으로 합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죠.
김정열 : 부시는 현재 자기 말 안 들으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전보다 대외 정세가 좋다고 볼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김민웅 : 그렇죠. 부시도 전보다 강력하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겠죠. 하기만 저는 그 강공에 먹혀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한 번 먹히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노 대통령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 미국의 대선에 세계와 한반도의 평화가 걸려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았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겁니다. 이제 세계는 전쟁과 평화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시가 강공의 태세를 취하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틈새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야만 하는 겁니다.
김정열 : 어쨌든 세계는 부시 집권 내내 계속 시끄러워지겠네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 될 것 같은데요.
김민웅 : 물론 그렇겠죠. 힘든 시대가 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세계의 미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죠. 최근 몇 년동안 미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잖아요? 사회적, 역사적인 학습을 통해서 미국에 대해 많이 정리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적 지배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된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는 부시의 군사주의적인 지배에 대한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어느 세력이 승리할 것이냐가 세계사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겠죠.
“반전평화운동에 최우선적으로 집결해야 합니다”
김정열 : 보수와 진보의 충돌은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까요?
김민웅 : 우선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도 충돌이죠. 우리 사회에서 미국을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것 아니겠어요? 파병철회 운동도 그렇고. 이런 충돌과 대립을 통해서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이 세계 도처에서 거부될 것입니다. 현재 유럽도 얼마나 심각하게 반발하고 있습니까? 이런 것들이 세계적인 기류가 되어서 미국이 중심이 됐던 제국을 해체하는 아주 장기적인 과정에 들어가야 합니다. 당장에는 미국이 힘을 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식으로 가야합니다. 제국의 해체라고 하는 것은 역사의 진보인데, 미국이 위기를 느끼고 강공을 취하는 거죠. 하지만 역사의 큰 흐름에서는 그 쪽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열 : 그것의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민웅 :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 국가가 모든 것을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극화하는 겁니다. 각 지역과 한 나라가 그 자체로서 중심이 되는 것이죠. 중심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잖아요. 사회 운동이라는 것이 어떤 세력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운동들을 하는 거니까요.
장애운동도 마찬가지고요. 장애우의 권익을 위한 운동도 그 자체로서 중심이 있는 것이지, 어떤 것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어떤 세력이 정점이 되어서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이 가는 것이죠.
김정열 : 그런데 세계 질서가 역사적으로 그렇게 다극화해서 갔던 적이 있었나요?
김민웅 : 있죠. 유럽만 보더라도 그렇고. 이것이 현재 세계적인 질서의 형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런 형태로 가야 합니다. 미국의 패권이 과거에 비해서는 떨어지고 있어요. 미국은 군사력만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여러 나라가 구체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서 풀어가는 환경으로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어떤 세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것에서 점점 벗어나게 되죠. 인류의 역사를 봐도 그렇습니다. 노예, 식민지, 등의 시스템이 하나하나 해체되고 있지 않습니까?
김정열 : 부시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허탈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민웅 : 허탈하지는 않아요. 새롭게 의지를 다져서 해야죠. 이러한 목소리들을 키워서 미국을 압박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에게 한국에서 전쟁을 하기도 전에 한국이라는 중요한 동네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김정열 : 부시 2기를 보면서 전쟁이 더 확장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들이 많은데요.
김민웅: 그런 우려들이 많죠. 하지만 미국이 하는 전쟁에 대한 논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안한다는 것이 아니라, 쉽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 내부에서도‘전쟁은 안된다’라는 합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합의를 가지고 보수 세력도 끌어들어야죠.
김정열 : 제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민웅 : 우리가 그런 정신을 만들어 가야죠. 이러한 목소리들을 높여야죠.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절대로 평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해야죠. 모든 운동이 여기로 모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크게 세 가지 입장의 운동이 있어왔는데요,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 반대운동, 반전평화운동, 남북민족운동이 그것입니다. 이 운동들의 큰 테두리는 미국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도전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운동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반전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확보하지 못하면 다 깨지기 때문이죠. 노동자고 농민이고, 뭐고 다 없어지는 거죠. 저는 반전평화운동에 최우선적으로 집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다 끝이죠. 정쟁이든, 노동운동이든, 계급투쟁이든, 뭐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아니, 지금도 못하는데 그때 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김정열 : 장애운동도 반전평화운동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목사님은 장애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우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민웅 : 그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성, 농민, 장애가 있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등 소외된 계층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이러한 요구를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부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죠. 경제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제를 이룬 다음에 한다는 것은 말이 안돼요. 경제상황에 맞추어서 하나씩 해결해나가려는 사회적 관심의 강화, 노력이 필요한 거죠. 아니, 지금도 못하는데, 그 때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어요?
김정열 : 우리 나라에서는 흔히들 미국의 장애우들은 차별받지 않고 살고 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가요?
김민웅 : 그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이 상당히 많은 발전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법적으로 강제시킨 부분이 많죠. 이것도 파고 들어가보면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와 연결되어 있거든요. 더 근본적으로는 반전평화운동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돈을 이런 쪽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더더욱 반전 평화운동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군사 안보에 우선순위가 매겨져 있지만, 평화나 복지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밀려 있던 사람들의 삶도 개선되리라 확신합니다. 평화를 위해서 남북이 서로 노력하고 이를 위해 예산이 투입되고, 그러다보면 남북한의 장애우들도 서로 교류하게 되지 않겠어요? 이렇게 시스템을 변화시켜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김정열 : 그래서 장애계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말들을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거든요. 또한 장애 운동이 쳇바퀴처럼 도는 것 같다는 논의들이 있고요.
김민웅 : 장애우들도 자기들이 처한 환경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계도 우리 역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운동을 주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장애에 관한 문제나 시스템만을 주장하면 사회적으로 동의를 얻지 못하고, 동정의 대상으로만 머물게 될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장애계에서는 더 넓은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장애 문제가 사회문제와 전혀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처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장애계도 발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는 달라지죠.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특별한 범주에만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장애 때문에 필요한 부분들이 있으니 함께 해결하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가 장애우들이 가장 절박하다고 주장했던 것들만 해결해 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게끔 만들면 안됩니다.
미국에서는 동성애자들이 반전평화 운동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핍박받고 억압받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고통스러워질 수 있는 전쟁을 반대하는 겁니다. 만약 이들이 동성애의 문제만을 주장한다면, 사회에서는 정말 특별한, 고립된 존재가 되는 거죠.
그러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권익을 주장한다면 고립될 수 밖에 없어요. 사회에서 장애우들은 그들의 권익만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규정해버리면 보통문제가 아니죠.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기본권 확보와 더불어 그 사회의 열정과 바램의 주체가 되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동지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김정열 : 김 목사님 말씀대로 장애운동도 더 넓은 영역과 장기적인 안목에서 방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님께서 앞으로 국내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하신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됩니다. 바쁜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민웅 목사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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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고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델러웨이 대학 정치철학 박사과정 및 뉴욕 유니온 신학대에서 기독교 정치경제윤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뉴저지 길벗교회 목사이기도 한 그 이가 활동한 이력만을 봐도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는 확연히 드러난다.
김민웅 목사는 그동안 재미 언론인으로써 〈코리아 타임즈〉 및 〈미주동아〉,〈말〉지 미주 특파원을 거치며 미주 지역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참여해 왔다.
또한 한국에서는 성공회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인권과 평화’,‘세계체제론과 미국’등의 강의를 맡아왔으며, MBC ‘손석희 시선집중’에서 국제정치평론가로 3년간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도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를 진행하며 국내외 정세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 및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관계의 흐름 분석에 있어서 정평이 나 있는 논객이기도 하다.
이런 김민웅 목사의 화두는 ‘평화’다.
김 목사는 “평화야 말로 모든 운동의 근본”이며 결과라고 말한다.
김민웅 목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반전평화운동은 다만 미국의 침략전쟁 지원책으로서의 파병 반대 또는 철회 내지는,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 비판으로 그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사진의 가치관과 사유방식에 대한 일대 혁명이요, 이 사회의 사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선택하는 문제이자, 평화를 원하는 인류사회와 뜨겁게 만나는 결의에 찬 행동이다. 이것이 우리의 대외정책에 근본이 될 때 한반도의 평화는 지구촌 인류 모두에게 소중하게 지켜내야 할 자산이 된다. 평화는 이렇게 해서 견고하게 수호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김 목사는 반전평화운동이야말로 이 나라의 역사를 세계사적 진보의 축으로 만드는 위대한 작업이 될 것이며 이런 역사의 호출에 결코 물러나서는 안된다고 뜨거운 가슴으로 외치고 있다.
저서로는 「물위에 던진 떡」(95), 「콜롬버서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96), 「패권시대의 논리」(96),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01), 「보이지 않는 식민지」(01), 「밀실의 제국」(03) 등이 있다.
대담 김정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사진 정리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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