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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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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의 터주대감 김제남씨를 만났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개인의 삶보다는 사회의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김제남 씨는 90년대 초반 수돗물 오염 파동을 겪으며 물과 같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하는 최소한의 자연의 혜택마저 계층 간 불균형이 심하다는 사실을 접하고 생명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쟁이라는 생명과 환경의 최대의 위기를 맞아 반전평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질서가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현실을 이야기 할 때 김제남 씨의 목소리는 격앙되었다. 그는 전쟁을 생명과 환경, 그리고 평화의 공공의 적이라 정의했다.

녹색연합-김제남사무처장

 

 

 

 

 

 

 

 

 

 

 

<생명 평화 환경의 공공의 적 전쟁>

김정열 최근 반전평화운동에 앞장서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환경운동가인 김 처장님이 반전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김제남 생명의 질서란 더불어 함께 사는 것, 함께 주인 되는 상태입니다. 이것이 고도로 구현된 것, 그것이 바로 평화일 테 고요. 그래서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전쟁에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지구생태계에 가할 수 있는 최대의 폭력, 그것이 바로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일순간에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고, 그 상처와 고통은 몇 세대에 걸쳐 이어지게 합니다.
김정열 이번 전쟁을 환경재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환경파괴, 생명파괴 문제가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데요.
김제남 미국이 선전하듯 사용한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방사능, 화학, 독성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은 그 심각성을 이루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까운 예로 91년 걸프전쟁이 초래한 화학·방사능 오염 때문에 이라크 남부지역에서는 암과 백혈병 발병률이 6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어린이나 여성 그리고 장애인 등은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당하고 더 큰 사회적 약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김정열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한편 우리 또한 전쟁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아닙니까? 이라크 다음은 바로 한반도라는 국민적인 위기감이 높은데요, 이라크 전을 막아야 또 다른 전쟁, 즉 한반도의 전쟁을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김제남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과하고 노무현정부는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며 기어이 군대를 파병했습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담보로 전쟁을 지지하고 군대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지고 자기무덤을 파는 행위입니다.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은 중동의 석유를 앗아서 자기 휘하에 두고 석유의존국들을 다 포섭시키겠다는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부도덕한, 반인륜적 침략전쟁에 우리가 지지하고 동참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어떤 것을 명분으로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전쟁의 대가로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다른 나라의 피의 대가로 국익을 갈구한다... 국민은 구걸하는 평화를 원치 않습니다.
김정열 최근 부시는 북한의 문제는 이라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고 얼마 전 베이징에서 3자 회담을 갖는 등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에 여전히 제외되고 있습니다. 늘 나중에 통보 받는 식이더란 말입니다. 물론 북미간 혹은 북중미간에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북핵문제가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너무 둔감한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이것이 국민을 더더욱 불안케 하는 것 같아요.
김제남 동감입니다. 남북대화의 진정한 주체자는 바로 우리입니다. 북한과 공조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우리가 더 많이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이번 파병 결정이 너무 경솔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시정권의 침략전쟁에 동의함으로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입지를 더욱 높여주었고, 북한과의 갈등의 소지를 남겼으며 우리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잃게 되었습니다.
 
<시민의식의 발현 반전평화운동>

김정렬 그러한 한반도의 상황 때문이든, 원래 전쟁을 반대했든 간에 나이, 계층의 구분 없이 온 국민이 반전운동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는데요 
김제남 예전에도 반전운동은 있었습니다. 환경운동단체가 막 만들어질 91년 걸프전 때도 반전운동과 더불어 대량 원유유출로 인한 환경파괴에 심각성을 알리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었죠. 하지만 이는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했습니다. 작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일부 호응은 있었지만 범국민적인 지지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냉담한 시선을 느낀 적도 많았으니까요.
김정열 한국사회의 이러한 반전시위 물결의 생산의 힘이랄까,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김제남 21세기가 한국시민들의 시민의식이 비로소 발현된 시점이 아닌가해요. 조금씩 조금씩  시민의식이 성장하면서 권리 찾기 운동이나 지역공동체 운동이 활성화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다양하게 자기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토양이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작년, 여중생미군장갑차사망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는 온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킨 일대의 "사건"이었습니다.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개선을 호소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주권의식을 갖고 우리 권리를 요구할 때만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 것입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반전평화운동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지만 결코 우연한 결과는 아닙니다.
김정열 그렇습니다. 반전평화운동의 이 같은 열기는 한국 사회에 그간 쌓여왔던 내공이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는 가정집을 개조한 녹색연합 앞마당 한켠에서 진행되었다. 마당 구석구석 조그만 텃밭들이 눈에 들어왔다. "텃밭에 꽃이 피어나듯이 우리 아이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토양을 만들고 싶다"는 김제남 씨. 손수 차를 대접하며 생명과 환경,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이어가는 그의 모습이 퍽 정겹다. 집회 현장 곳곳을 누비며 우렁찬 구호와 함께 청중을 이끄는 ‘강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새삼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자연과 함께 사람과 함께 나누는 삶을 꿈꾸며>

김정열 요즘 집사람이 9시 뉴스를 안봅니다. 애가 볼까봐 무섭다고요. 아이한데 평화를 어떻게 설명해야하고, 정의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참 난감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애들 잘 때가지 기다리다가 몰래 11시 뉴스를 보는 처지가 되었답니다(웃음). 전쟁은 승리해야하는 것이며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누르는 게 정당하다는 식의 보도에 우리 아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김제남 네, 공감합니다. 언론이 주는 선정성 폭력성은 위험 수위를 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조차 올바른 평화의식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더더욱 언론의 일방적 메세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전쟁 분위기에 편승해 전쟁 게임이나 놀이에 더 몰두하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김정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우리 아이들에게 매스컴에서 무비판적으로 주어지는 정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평화교육과 더불어 미디어 교육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애쓰는 것이 결국 우리 아이들의 보다 나은 미래, 아름다운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시민활동가 분들의 역할이 참 크다고 생각합니다. 시민활동가의 삶과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김제남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현재 새만금갯벌살리기운동, 경부고속철도금정산천성산관통반대운동 등 많은 환경현안들이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올라 있습니다.  
우리가(시민활동가가) 해야할 일이란 이러한 부조리하고 뒤틀려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부에서는 개혁이라 표현할 수도 있고, 환경정의를 되찾는 것이라 말 할 수도 있겠지만 표현이야 어찌됐든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도 높여야 하고, 때로는 경찰과 몸싸움도 해야할 것이며 단식과 같은 목숨을 건 투쟁도 해야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사회모순을 하나하나 해결해서 우리사회가 보다 균형을 갖길 바라는 것이죠. 시민사회와 기업, 기업의 경제정의와 정부와 시민의 민주주의, 사회정의가 균형 있게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 이것이 시민활동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불평등한, 부조리한 요소를 제거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각기 자기 현장에서 건강하게 일하고 그 땀과 함께,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삶, 나누는 삶을 만드는 것이 시민활동가의 꿈이요, 역할일 것입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 정리 함은혜 기자
 

작성자함은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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