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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사회연대은행 이종수 상임이사

"빈민들의 자활 위해 모든 지원 다 할겁니다"

본문

   사회연대은행(이사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낯선 은행이 지난 2월 26일 출범했다. 사회연대은행은 소개문에서 ‘자활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저소득 소외계층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빈곤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활할 수 있도록 창업에 필요한 자금 경영 및 기술 지원 사회 심리적 자활을 위한 교육 훈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비영리 자활지원 기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처럼 국내에도 빈민 계층에게 돈을 빌려줘서 자활을 하게끔 도와주는 은행이 마침내 생긴 것이다. 사회연대은행 설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이가 바로 이 은행 상임이사인 이종수(49세) 씨 이다. 그이를 만나 사회연대 은행의 설립 취지와 목적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방향과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은행 열어본 경험으로 도움 될까해서 시작>

방글라데시의 사회연대은행인 그라민 은행은 1976년 한 경제학자가 세웠다. 그런데 한국의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한 이종수 씨는 은행가 출신이다. 그것도 국내 은행이 아닌 외국계 은행에서 오래 근무했다. 이윤을 목적으로 일했던 은행가가 전혀 반대인 비영리를 목적으로 사회연대은행 설립을 주도하게 된 까닭은 뭘까? 그이의 이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외국계 은행에는 언제 들어갔습니까?
“1979년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네요.(웃음) 그러면 사회 첫발을 은행에서 시작하신 겁니까?
“그렇죠. 제가 외국계 은행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게 아니라 사연이 있습니다. 제가 졸업할 때는 종합상사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종합상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 문제학생이어서, 학생운동을 했거든요. 그래서 취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외국계 회사는 신원조회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외국계 은행에 들어가서 오래 있게 됐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은행이 체이스 맨하탄 은행이었는데, 외국계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회에 일정부분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있어요. 그 은행에서 구로동에 야학을 하나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야학에서 3년 동안 교사로 일했죠. 그러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못하게 되고 그후로는 20여년 동안 아주 잘 먹고 잘살았죠.”
- 한국에만 계셨던 건 아니죠?
“주로 동남아에 있었습니다. 홍콩, 인도네시아 체이스 맨하탄 은행에 있다가 옮긴 데가 호주은행인데 호주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은행 문을 열 때 거기 있었고, 캄보디아에 가서도 은행 문을 열었습니다.”
- 3년 전에 영구 귀국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한국에 들어오시게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들어와서 무슨 일을 하셨나요?
“제가 은행을 그만두고 인도네시아에서 농촌 빈민의 직업훈련을 도와주는 정부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일 했었습니다. 그게 끝나서 귀국했는데, 들어와서 금융관련 컨설팅 회사를 하나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타이밍이 괜찮았던 게 그때 한국 금융기관들이 어려울 때였거든요. IMF 일어나서 금융기관들이 휘청했잖아요. 그래서 제일은행 교보생명 이런 데에 컨설팅을 했죠. 지금은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계 보험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금융 관련 일을 하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사실 제가 동남아 있을 때 이 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도 가봤고, 귀국하면 이 일을 해야겠다고 내심 마음먹고 있었죠. 들어와서 사회복지 공부도 하고, 신나는 조합을 운영하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 연이 닿아서 이사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2년을 이 일을 하기 위해 고민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저지르게 됐는데, 사실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은행을 열어본 경험이 두 세 번 있으니까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될까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돈과 함께 경영지원을 통합적으로 해 줄 예정>
빈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은행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은 현재 전국 1176개 지점을 통해 240만명에게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조 3600억원을 대출했고, 자산규모 5억달러, 직원수가 1만 2천명에 달하는 대형은행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미국에는 액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회연대은행이 있고 7개 주에서 운영되고 있고, 유럽도 1990년대를 거치면서 사회연대은행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면 한국판 사회연대은행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잡게 될까, 그이에게 사회연대은행의 윤곽에 대해 물어봤다.
- 이름은 은행인데 사단법인이네요.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은 따로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작년 12월말에 사단법인을 만들고 복지부에 등록을 하면서 사실은 함께 만드는 세상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사회연대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는데, 복지부에서 안 된다고 해서, 다른 이름을 찾은 게 이 이름이고 우리가 부각시키고 싶은 건 사회연대은행입니다. 그래서 사회연대은행인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이죠.”
- 사회연대은행이 지향하는 목표는 뭡니까? 빈민들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대출해주는 게 전부가 아닐 것 같은데요. 이 은행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얘기해 주시죠.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빈민 소외계층에 대한 자활을 지원하자는 겁니다. 돈은 수단이고, 핵심은 자금의 지원과 함께 경영, 기술, 교육, 심지어는 유통까지도 모든 지원을 밀착해서 해주겠다는 거죠. 저희는 사실 저소득이라는 단어를 쓰기를 꺼려하는데, 빈곤을 소득의 개념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측면에서 봐야한다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그래서 빈민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돈만 지원해줘서는 안 되고 다른 그들이 부족한 인프라를 같이 제공해줘야지 실질적인 지원이 된다고 보는 거죠. 그 개념에 기초해서 돈과 함께 다른 경영 지원을 통합적으로 해주자는 거죠.”
- 그러니까 사회연대은행의 역할은 빈민계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자원들을 모아서 지원해주는 것이군요. 돈도 대출해 주고 컨설팅도 해주고 사후 관리도 해줘서 완전히 자활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건데, 문득 드는 생각이 그러면 너무 빈민들을 온실 속에 밀어 넣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구요. 저희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사후 관리를 하시는 분들인데 그분들이 사업이 본궤도에 이르면 몇 그룹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분들이 빈민들과 밀착해서 필요한 게 뭔지, 지금 사업 진행상태가 어떻게 되는지, 그런 것들을 체크하고 도와주게 되는데 그분들이 말하자면 우리 기관의 핵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는 고객관리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분과 지원대상자가 밀착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게 되는 거죠.”
-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방식이 도입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라민에서는 센타매니저라고 표현하는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지원대상자가 성공해야지 원금을 회수해서 다른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당연히 지원을 해줘야죠. 관리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 방법이 사회연대은행도 좋고 지원대상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입니다.”
- 빈민 장애우도 이 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지원을 받으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나요?
“자격은 장애 유무를 떠나서 일단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입니다. 담보가 없는 사람, 저희는 담보 요구를 안 합니다. 그렇지만 선발 과정에서는 우선 일 할 의사가 분명히 있는 사람을 선발 할 예정입니다. 그 다음에는 일 할 능력도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 말씀하신 기준에 따르면, 가령 괜찮은 직장에 다니다가 회사가 망한다든지 개인 파산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분들, 이런 분들은 사회적인 경험이 있으니까 우선적인 지원대상이 되겠지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든지 경험이 부재해서 자격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 그런 분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데요.
“교육은 거의 문제가 안 될 거라고 보는 게 저희들이 지원하는 금액이 개인 당 1천만원 내외입니다. 사실 이 금액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개인창업보다는 공동창업을 권할 예정입니다. 공동체 훈련도 제공해주면서 공동으로 사업계획을 가져오면 서로 연대 보증도 서게 하고 그러면 우리도 관리하기가 편하죠. 신나는 조합 예를 보면 신나는 조합은 지원액이 많으면 2백만원 적으면 1백만원인데 2년이 지난 후에 평가를 해보니까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돈보다는 공동체 훈련과 교육  때문에 자활의지가 많이 고양된 거죠.”
- 빌려준 돈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문제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돈을 떼여도 별 수 없죠.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그렇지만 우리에게 몇 가지 방안이 있는데 우리가 지원대상자에 대한 서비스 지원을 잘 해 가지고 그 분들이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한다 이거죠. 그래서 사회연대은행을 떠날 수가 없게 만들면 우리  맴버가 되는 거죠. 유대감을 갖게 하고, 이런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정리하면 은행 개념과는 상당히 다르네요.
“그렇죠 우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은행이 아닙니다.”
- 장애우쪽도 지원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장애우쪽도 한 그룹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 친구 중에 장애우와 같이 사는 친구가 있어서 얘기했더니 자기네는 힘들다고 그러더군요. 거동이 많이 불편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그런 분들은 곤란하죠. 그렇지만 집단이 여러 가지 있는데 노인그룹, 장애우그룹, 여성가장그룹 청소년집단, 이렇게 나눠서 장애우 집단도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우라면 저희가 적극적인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기업 마인드를 가지고 은행 운영하겠다>
국내에서는 사회연대은행이 설립되기 전, 앞의 대화에서도 잠시 언급됐지만 2000년 3월부터  사단법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신나는 조합을 운영해왔다. 말하자면 이 조합이 확대 돼 규모가 훨씬 큰 사회연대은행이 문을 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빈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공동사업을 통해 자활에 이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연대은행은 설립되자마자 빈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연대은행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빈민들에게 빌려줄 돈을 어떻게 확보할 지, 또 은행에 없어서는 안 될 활동가를 어떻게 양성할 지, 은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지 등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이는 앞에 놓인 과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일까. 그이의 고민을 들어봤다.
- 제가 프랑스에 가서 봤는데 프랑스 같은 경우는 사단법인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이 일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국고도 들어오고 기업의 돈도 들어오고 그러던데 지금 국고 지원은 없죠?
“우리 나라에도 실업극복 또 자활 후견기금 등 여러 가지 기금들이 있어요. 문제는 이 기금들이 적절하게 사용이 안 된다는 거죠. 자활후견기관 일을 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심한 말로 정부가 끼면은 뭔가를 자꾸 간섭하고 요구를 하니까 숫자 채우기 금액 채우기에 급급해서 빈곤층에 깊숙이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해요. 결국은 민간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거죠.”
- 사회연대은행 활동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반응이 좋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시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자 받으면서 도와준다는 개념인데, 이게 생소하고 처음이니까 자활업계에 계시는 분들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씀하세요. 한편에서는 돈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다 지원한다는 게 한국사회에서 과연 가능한 일이냐 의구심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념상 맞는 얘기다 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저희가 박사들이 책상에서 연구를 한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빈민운동을 한 분들이 같이 모여 있고, 또 저 같이 은행을 아는 사람도 끼어 있으니까 저희 은행에 신뢰감을 갖는 것 같아요.”
- 자금은 어디서 조달하실 예정인가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서 삼성에서 10억 정도를 지정기탁 받기로 했습니다.”
- 앞으로도 기업 모금을 많이 해야 겠네요.
“저는 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복지가 고리지만, 은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또 창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게 다 비즈니스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업을 보는 관점은 단순 시혜가 아니고  뭔가를 창출해내야 하는 거죠. 그래서 기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이 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서 기부도 있겠지만, 가령 제가 얼마 전 국민은행 가서 얘기했어요. 로또복권 해가지고 욕먹지 말고 로또 한 장 파는데 10원이라도 떼서 이 일에 써라 그러면 욕 덜 먹지 않겠느냐고 얘기했죠. 그런 식으로 정유회사에 가서도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 리터 당 1원이라도 떼서 이 일에 쓰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부만 기다릴 게 아니라 기업 홍보와 연결해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대출 이자가 4% 입니까?
“사실은 더 받아야 하는데 그라민 은행과 미국 액션은 시중은행보다 이자가 더 높습니다.”
- 프랑스는 빌려주는 돈에 대한 이자가 시중은행과 같아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신용이 안 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뿐이지 불쌍해서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군요.
“저희도 더 받고 싶지만 많이 받으면 정서상 맞지 않습니다. 현재 생업자금 이자도 4%고, 그렇지만 언젠가는 현실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회연대은행이 빈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빈민들이 일을 통해서 다시 사회에 진입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요?
“긍정적으로 보는 게 2-3년 정도 저희가 열심히 하면 정부 자금도 들어오게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효율성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잖아요. 저희 일을 노동부와 복지부 쪽에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느낌이 저희에게 바라는 게 있다는 거 였습니다. 기대하는 게 있다는 거죠. 그러면 이 은행이 잘 될 경우에는, 그 시점에 가면 정부의 법과 제도적인 지원을 받아서 5년 후에는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처럼 우리도 제대로 된 은행을 만들 수 있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 정리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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