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여성장애우의 자립을 지원하는 성프란치스코 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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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츰 스산해 지는 12월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장애인 종합복지관이 가리봉동에 문을 열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서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여성장애인종합 복지관은 도심 속의 휴식처처럼 고즈넉했다. 여성장애우를 위한 전문 복지관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7,80년대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가리봉동. 공단이 조성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모여들었던 곳이다. 이제 대단위의 공단은 하나씩 사라졌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흔적만은 여전하다. 여성장애인종합복지관은 가리봉동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로 일컬어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성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운영하는 여성장애인복지관은 예전에는 여성 노동자의 기숙사로 사용되던 곳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여성수도회인 성프란체스코 수도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여성장애인종합복지관의 정성윤(스텔라) 수녀는 “저희 수도회가 여성 수도회이다 보니 이 시대에 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찾게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이곳은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로 사용하였는데요. 공단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이제 이 시대에 새로이 해야할 사명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여성장애우가 현재 우리사회에서 매우 취약한 계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여성장애우는 이중의 굴레를 안고 살아갑니다.
가부장적인 우리사회에서 여성 장애인은 여성이라는 굴레와 장애인이라는 굴레를 이중으로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들만을 위한 전문적인 복지기관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같은 장애우의 경우라도 남성장애우의 경우보다 여성장애우의 경우 학력수준이 현저히 낮은 것만 보아도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이처럼 여성장애우를 위한 서비스의 필요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장애인종합복지관은 그 서비스 범위를 가리봉동뿐만이 아닌, 서울시 전체 더 나아가서 전국으로 보아야 한다고 현리사 사회복지사는 밝혔다. 이를 통해서 얻고 자하는 것은 다름아닌 여성장애우의 자립. 단순히 일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자립’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생애주기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모든 장애우에게 그러하겠지만 특히 여성장애우의 경우 자립의 문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자립에 초점을 맞추어 생애주기별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준비중입니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차적으로 준비하고있는 것이 지역의 장애우의 수를 파악하고 그 욕구를 탐색하기 위한 가정방문이라고 현리사 사회복지사는 밝혔다.
“가리봉동의 장애인의 수를 2500명 정도로 보고있습니다. 등록 안한 장애인모두 포함해서요. 이 중 등록장애인을 800여명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등록장애인들을 중심으로해서 가정방문을 나갑니다. 등록을 안한 장애우의 경우는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의외로 장애인등록에 대해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재가 방문을 하다보면 등록을 안하신 장애우분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 욕구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의 조사를 통해서는 방문간호, 가사도우미 나들이 서비스 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서비스 대상은 여성장애인과 그 가족
여성장애인 종합복지관은 여성장애우를 직접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장애우와 그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여성장애우와 함께 사는 가족의 경우 설사 비장애우라고 할지라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엄마와 사는 자녀라던가, 장애를 가진 부인의 남편, 장애여성의 부모 등, 여성장애우와 함께 사는 가족의 문제가 여성장애우의 문제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복지관은 서비스 대상자를 여성장애우와 여성장애우의 가족으로 보고있습니다. 여성장애우의 남편에게는 상담등을 통해 여성장애우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요. 여성장애우의 아동을 보육할 수 있는 시설을 통해 가족전체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통한 전문성의 확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여성장애인종합복지관의 최종 목표는 여성장애우의 자립이다. 이를 위해 서는 생애주기별 서비스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성장애인종합 복지관은 밝힌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도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있다가 성인이 되어서 무작정 자립을 하겠다고 해서 그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우에게도 그러한 생애 주기에 맞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으로 생애주기를 나누고 그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어려서부터 자립을 준비하도록 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더 수월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자 합니다.”
특히 장애아동 위주의 서비스가 많은 일반 복지관에 비해 성인서비스를 보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인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청각장애우를 위한 한글 교육이라고 현리사 사회복지사는 밝혔다.
“이 지역에 청각장애우가 약 800여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경우 보청기를 껴도 들을수 없는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이분들이 한글을 모르셔서 겪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분들에게 한글교육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희들이 수화를 알아야 하죠. 그래서 우선을 직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수화교육을 하고 있구요. 직원들이 어느 정도 수화를 할 수 있게 되면, 한글교육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장애인전문 서비스 기관이 여성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의 굴레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장애우에게 큰 힘과 믿음을 주는 기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글/ 사진 박채란 객원기자 (rhanair@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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