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지체·시각 중복장애우 김용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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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씨 |
그이의 살아온 얘기를 들고 있노라면,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끼어들어 번번히 삶을 기운빠지게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간 삶이 보여준 굴곡으로 단련되어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어쨌든 그이는 고된 삶의 과정을 통해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작은 기쁨을 즐길 줄 아는 혜안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족 생계 책임지게 돼
양돈하며 한국 제1의 축산왕 꿈꿨지만 콜레라로 키우던 돼지가 모두 죽어버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어 갈 무렵, 스물아홉의 그이는 스물두살된 어여쁜 처자를 만나 한눈에 반해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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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83년에는 승진하면서 양평우체국 업무계장 발령을 받았다. 그 사이 딸과 아들도 낳아 이젠 더 이상 남부러울 게 없겠다 싶었다.
부하직원의 과실로 해임된 후 계속되는 사업실패로 빚만 늘어
그러나 85년 양평우체국 예금보험계장으로 재직하던 중 부하직원의 과실로 사직서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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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이는 의료보험조합 시험을 목표로 삼아 1년동안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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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발표날 부부는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실패와 도전을 지켜봐준 아내가 이제는 단순히 아내라는 느낌보다 전쟁터에서 함께 싸워온 전우처럼 느껴진다”고 그이는 말했다.
RP는 어릴적부터 지고 온 장애가 하나더 보태지는 것에 불과
그렇게 아파트를 마련하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한숨을 돌리나 싶었다. 그런데 나이 마흔의 문턱에서 이번에는 RP라는 시각장애라는 짐이 하나 더 지워졌다.
듣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는 그이의 달변에 나도 모르게 차츰 빠져가고 있었다.
글 · 사진 이나라 기자(n29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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