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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신필균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장애우고용을 위한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에 노력하겠다

본문

 직업을 갖는 것은 단순한 경제활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참여와 개인의 자아실현이라는 직업의 의미는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애우에게는 직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고용의 벽이 높고 견고하기만 하다.

1990년 설립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은 고용에 있어 차별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장애우가 직업생활을 통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우의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관이다.

함께걸음은 신임 이사장으로 부임한 신필균 씨를 만나 장애우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공단의 역할과 계획에 대해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신필균 신임 이사장은 스웨덴 국가사회보험청 연구원과 스웨덴 스톡홀름시의회 전문위원을 거쳐, 대통령 시민사회비서관을 역임하고 7월 8일 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관료적인 모습 있다면 개선할 터

▲신필균신임이사장

-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하신 지 한 달여가 지난 것 같은데요.

"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공단도 하나의 서비스 기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직원들과 이야기했습니다. 공단이 중앙과 지방 사무소로 나뉘어져 있지만, 실제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 사무소는 장애우고용을 위한 서비스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에서는 지방 사무소가 이용하시는 분들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며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지요. 이런 협조가 이루어질 때 이용하시는 분들이 공단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일주일에 두 번 업무파악을 위해 지방 사무소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업무보고를 받고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지역의 여론도 듣는 자리지요. 지역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물론 공단이 관료체제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너무 관료화되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공단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요.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해 상담할 때부터 일을 처리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기보다 방어적으로 업무만 수행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장애우들의 가장 큰 불만이거든요. "공단에 왜 가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많은 장애우들이 "거기 가면 뭔가 물어만 보고 서류만 해 오라고 하고 그 후에는 연락도 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단의 클라이언트인 장애우나 사업주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방금 지적한 관료적인 모습이 실제적인 대화나 서비스 창구인 지방사무소에서 나타난다면, 앞으로 재훈련이나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바꿀 겁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겠지만, 이 곳의 책임을 맡은 이상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부임하기 전의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어떻게 장애우고용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문제분석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인터넷을 이용하여 민원처리 등을 보완하는 체계를 이용하여 만드는 한편, 일하는 방식도 점검하려고 합니다. 기조를 크게 잡고, 기조를 뒷받침하는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식을 아주 구체화시켜 팀 별로 스스로 하는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에요.

 

구조적으로 잘못된 장애인고용촉진기금 대책 마련

- 공단의 운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 중 하나가 장애인고용촉진기금 고갈문제입니다. 작년부터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기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저도 부임해서 기금의 구조를 검토하면서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느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어요. 공단의 예산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명시되어 있는 의무고용율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 내는 부담금으로 수립되고 집행됩니다. 공단이 제 역할을 100% 수행해 의무고용율이 달성된다면, 부담금은 전혀 들어오지 않아 예산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되지요.

그리고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 당시 시행령에서 장애 범주가 확대된 점도 기금 고갈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장애 범주의 확대로 인해 산재장애우를 고용한 기업에게 지급하는 고용장려금이 2002년 초반부터 2004년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거든요. 정리하자면 기금 고갈의 원인은 예산 책정이 구조적으로 잘못되어 있고 시행령에서 장애 범주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예측이 약했다는 점, 이렇게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측이 약한 부분을 인정하지만 사회의 일부에서 장애범주 확대를 비도덕적으로 악용한 면도 없지 않아 아쉽습니다.

기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철학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을 만나서도 그렇게 이야기하지요. 저는 서민과 소외계층의 생활 향상과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의 정부가 소외계층 중에서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잊혀진, 가장 취약한 고용기회를 갖고 있는 장애우들이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정부의 예산은 들이지 않고 기업이 내는 부담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공단 관계자와 노동부가 공단 일반 예산의 일정 부분은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한 결과, 지금까지 동결된 일반 예산이 올해 처음으로 미미한 금액이나마 인상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행령에 관한 내용도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되어 있어 심의중이고요.

기금 고갈의 원인이 대부분 지출에 있기 때문에 기금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장 많은 훈련비용과 재활비용을 필요로 하는 사회계층인 장애우를 고용하는 사안을 정책적인 면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일반 실업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잠재적인 실업자를 포함하지 않는다 해도 2년 전 통계에 의하면 약 30% 가까이 되는 장애우실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모순도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 수년 전부터 기금 운용과 관련해 많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고용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기금이 쓰여져야 한다는 의견과 미비한 시설이나 조직을 일정 정도의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시설이나 조직을 확대하는데 예산이 사용되면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연구 개발 부분의 예산은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요. 예산은 일정 규모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사용하면 다른 부분은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시설을 짓는 것으로 결정된 후 장애우 단체와의 의견 교류의 기회가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정신지체인을 위한 훈련시설, 시각장애우를 위한 훈련시설 등에 대한 요구나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장애유형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는 필요하지만 장애유형별로 분리된 훈련시설이 맞는 것인지,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통합된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체장애우를 위한 훈련프로그램은 그동안 비교적 많이 발전되어 왔어요. 지체장애우가 공단의 지원을 받아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진행하는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제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전무하다시피 한 중증장애우를 위한 훈련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온 것 같아요. 또 시각장애우들의 경우 안마 이외에는 다른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미흡한 실정이었고 정신지체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프로그램 센터 같은 것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지요. 제안에 대해 결정은 내리지 않았고 아직 검토중입니다. 효율성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곳에서 훈련받은 시각장애우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고 그렇게 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면 해야겠지요."

 

- 물론 중증장애우들이 기존의 훈련체계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어렵다는데 동의합니다. 따라서 경증장애우은 일반 시설에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강제하는 여러 법적인 조치들이 있으니까 통합적인 교육환경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별한 욕구가 많아 일반 교육현장을 이용하기 힘든 경우 새로운 시설을 짓는 대신 기존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네, 그런 방법도 있겠지요. 정신지체인의 경우 생활하면서 배울 수 있는 소규모의 그룹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교육을 받으러 다니기 힘든 시각장애우들이 집중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물론 시장에서 훈련내용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요.

그러나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에 대한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단순히 고용시장에서 요구하는 맞춤교육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만큼 장애우고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보편주의의 확대를 통해 사회복지정책과 제도에 기여하고 싶어

-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공단에서 일하시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제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네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들면서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이 "한국에서 보편주의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이렇게 물어요. 저는 보편주의는 모든 장애우와 소외계층 사람들이 똑같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일을 처리하더라도 보는 관점을 달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만 지원하면 되는데, 장애문제를 구분해서 보기 때문에 보편성을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이러한 접근으로 감추어진 그룹을 자꾸 끌어낼 때만이 이 사회의 사회복지정책과 제도가 기반이 잡힌다고 봅니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고요. 또 제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해 보고 싶었어요."

 

 

민간영역까지 포함한 장애우고용 현황 파악할 것

- 몇 년 전 여러 차례에 걸쳐 "공단이 장애우고용은 책임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장애우고용과 관계 있는 복지관이나 종교단체, 장애우단체와 경쟁하거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지 말고, 장애우고용에 대한 모든 공과 과가 공단으로 온다는 생각으로 다른 기관이나 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갔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공단은 전체 장애우고용 중 기금을 받아 그것을 수행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짓는다는 인상을 많이 받게 됩니다. 장애우고용을 수백 억의 기금만으로는 풀어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지요. 공단에 있는 인적자원들이 무한대의 자원을 가진 민간영역을 놓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습니다.

"공단에서 발표하는 장애인고용율은 300인 이상 민간기업에서 장애우를 고용하는 수치거든요. 그런데 고용개발원의 통계에 의하면 장애우 고용근로자 중 85%는 300인 이하의 사업장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 사회 장애우고용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든 통계를 모으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 공단과 각 지방사무소에서 수집한 고용현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 다음 단계는 복지부 산하에 있는 재활기관의 고용현황을 묶어내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우선 이것이 완료되면 장애우고용 현황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며 더욱 확장해 이후 민간영역까지를 통합할 예정입니다."

 

- 아까 말씀하셨지만, 고용정책은 직업정책에서 보면 부분이기도 하지요. 장애문제는 고용문제만 가지고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고용시장에 진입한 장애우가 전체 장애우 중 40%에 불과한 현실에서 고용정책의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장애우고용의 확대는 사회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했습니다. 이후에도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제도 마련,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해 장애우 당사자와 장애우를 고용하는 사업주, 장애우단체와 공단이 역할을 분담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서서히 변화되다가 최근 들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우에 대한 인식변화가 분명한 내용으로 아직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그 변화가 분명한 내용으로 이어지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분명한 내용으로 이어지도록 박차를 가했을 때 장애우고용의 효과가 좀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고용시장은 단순한 지식이나 기능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문화적 관점이나 관계 형성 등 다양한 기술을 요구합니다. 공단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익히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인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학자, 언론 관계자와 장애우단체들과 많은 대화와 논의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대화와 논의 결과를 알리는 작업을 학자들의 연구나 언론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 정리 이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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