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사람] 리처드 아르센요, 필리핀 BBMC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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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장애우운동-아르센요씨 |
- 이번 만남을 통해 평소 접하기 힘든 필리핀의 장애우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쁩니다. 먼저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필리핀의 장애우복지는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필리핀에서 장애우운동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운이 좋거나, 유복한 가정에서 좋은 부모를 만나 태어난 장애우들만 교육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이나 치료를 위한 최초의 기관인 국립재활센터(national rehabilitation center)가 만들어진 것은 1970년대였습니다. 국립재활센터가 설립되던 시기에 사회복지법인이나 단체들도 많이 생겼는데, 대부분 비장애우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사회복지법인이 많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지체장애우나 시각장애우를 위한 휠체어나 다른 설비들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습니다.
- 지금까지 필리핀에서는 몇 번의 장애우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장애인구에 대한 통계가 나와 있는지요?
"지금까지 장애우 실태조사는 세 번 진행되었지만, 정확한 장애인구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필리핀이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통계조사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대로라면, 필리핀의 장애인구는 전 국민의 10% 정도인 팔백만 명 정도 되겠지요. 정부는 팔천만 명의 인구 중에서 장애우는 삼백만 명 정도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삼백만 명의 장애우 중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은 2% 정도고요. 아시아 인구 중 문자 해독 능력이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비교할 때도 아주 적은 수치입니다.
- 필리핀에도 장애관련 연금이나 수당 제도가 있습니까?
"장애관련 연금이나 수당 제도는 없습니다. 장애인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아주 소수이지요. 장애인등록증을 가진 사람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직업을 얻기도 힘들고 국가의 지원도 미흡한 실정에서 장애우들은 어떻게 생활합니까?
- 필리핀은 전 국민의 구십오 퍼센트 이상이 가톨릭 신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역할 이 미흡한 사회복지 영역을 종교가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요?
"가톨릭에서 상당수의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고 다양한 사회복지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역사회와 융합되려고 하기 보다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6개월 정도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 몇몇도 저와 함께 나왔고요."
장애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empowrment)
- 현 단계에서 필리핀 장애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empowrment)입니다. 동기부여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장애당사자가 장애우와 관련된 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장애당사자가 입법과정에 참여하면 장애우의 상황에 좀 더 맞는 법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언적 의미가 강하고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벌칙조항은 미비한 지금까지의 법을 생각할 때, 장애당사자의 참여는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지요.
그리고 이번처럼 장애에 대해 관심 있는 아시아의 사람들이 모여 장애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대화하는 자리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 지구의 큰 흐름인 "세계화"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대화와 연대가 매우 중요합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 이태곤 편집부장/ 정리 이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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