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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회] "많은 분노가 있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명숙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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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네 남성 7명에게 6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강릉 정신지체여성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2001년 서울, 부산, 대구, 전주, 청주 등 5개 도시에서 문을 연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개소 1주년을 맞았다.

성폭력 상담 사례 분석을 주제로 열린 개소 1주년 기념 토론회가 끝난 후 만난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명숙 소장은 지난 1년이 일의 리듬을 만들어 가는데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초동수사나 검찰수사, 재판과 사후관리 등 상담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능력을 위해서도, 상담일지 양식의 정립을 위해서도, 1년이라는 시간은 저희에게 매우 절실했습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그 짧지 않은 시간을 자매애로 함께 한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장 소장은 상담소 설립 이전에도 존재했을 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드러나지 않고 그냥 묻혀 버렸을 것을 생각하면 전국 10군데의 상담소에서 하는 상담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명숙회장

작년 한 해는 장애우에 대한 법과 제도가 얼마나 유명무실한가를 절감한 해였어요. 성폭행 사건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인 정신지체여성을 모른다고 발뺌하고, 그런 가해자의 범죄를 끝까지 추적할 수 없는 법체계 때문에 여러 번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여성장애우 성폭력을 함께 고민할 전문가가 태부족이어서 변호사나 의사 등으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또 장애유형별로 적절한 위기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장배경과 생활환경이 제각각인 장애우들의 상황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했고요. 그는 이어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방문하기 때문에 자정이 가까워서야 집에 들어간 적이 많았습니다. 방문상담 중 또 다른 상담의뢰가 들어오면 세 명의 직원이 동동거리며 다니느라 힘들었어요. 언제 전화상담이 올 지 모르는 사무실에도 직원이 있어야 하니까요 라며 지난 시절을 웃으며 떠올린다.

그러나 장 소장은 지나간 시간이 그에게 준 힘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상담을 계속하면서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장애우의 슬픔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슬픔으로 인해 아파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제가 가지고 있는 장애 때문에 힘드셨을 저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지요.

또 장 소장은 상담소에서 일하기 전, 복지관에서 재가복지 담당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경험이 많은 훈련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주로 소년소녀가장이나 중증장애우,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 방문상담을 했었는데 그 분들이 저에게 다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셨지요. 그러던 중 상담소를 시작할 때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창립부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거든요.

상담소는 이렇게 지난 일년 동안 61건, 588회의 상담을 진행했으며, 그간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자료집을 발간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분노와 감정이입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 가는 중입니다.

또 여장연에서 주최한 여성장애인인권아카데미와 상담학교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전화상담 등의 자원활동을 해 주셔서 든든합니다.

장 소장은 정신지체 청소녀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실행을 선고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의 결정 등 여성장애우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사회적 지원체계들이 앞으로의 활동에 힘을 보태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피력했다.

상담소의 올해 계획은 의뢰 받은 상담에 더욱 충실히 임하고, 국회에서 심의중인 성폭력특별법에 여성장애우 부분을 확실히 삽입하는 것이란다. 장 소장은 물론 성폭력 피해자의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위해 쉼터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한 폭력의 문화가 만연되어 있다. 이는 자신들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장애우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신보다 약한 장애우를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담사례분석에서도 잘 나타난다.

장명숙 소장과의 만남은, 상담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화를 거부하고 인간존중의 문화를 일구어 가는 자신의 역할을 처음처럼 힘있게 담당해 나가리라는 믿음을 선물 받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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