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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녹색정치 실현하겠습니다."

임삼진 녹색평화당(가칭) 추진위원

본문

올해 지방자치단체장선거 및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의 정치 참여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성 정치권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 시민단체 활동가, 학자, 지역활동가들이 1월 1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칭 "녹색평화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녹색평화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 녹색당의 강령을 존중하며 참여자치, 풀뿌리민주주의, 생명존중과 생태주의, 지방분권, 비폭력, 평화, 소수자 인권 존중 등을 정당의 주요 활동목표로 삼아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녹색정치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 후 창당 준비에 힘을 쏟고 있는 임삼진 녹색평화당 추진위원을 만나 창당배경과 활동계획을 들어보았다.

 

 

- 얼마 전 창당을 선언한 기자회견을 하셨는데 공식명칭은 녹색평화당입니까?
"당의 이름은 녹색당으로 하고 싶은데 한국녹색당이라는 정당이 작년에 선관위에 정당등록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같은 이름으로는 등록을 할 수 없어 내부에서 투표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가칭이고요. 3월 전당대회 때 확정이 되겠지요."

 

- 기자회견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2월 5일 경 발기인대회를 할 예정입니다. 발기인대회가 끝나면 녹색평화당 준비위원회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법적 지위도 부여되고 지구당 창당이나 당원, 후원자 모집도 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선거 이전에 녹색평화당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3월 중순까지 23개 이상의 지구당을 창당해야 합니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 지구당 창당이 가능한 곳을 가늠해 봤는데 25개 정도가 되더군요. 중앙당 창당까지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어제도 많은 분들로부터 함께 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 그럼 기본 강령은 무엇이며 어떤 분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까?
"세계녹색당의 이념을 담은 선언문이 있어서 녹색평화당의 철학적인 기초는 갖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녹색당의 이념을 우리 현실에서 적용하기 위해 10대 핵심가치로 정리하는 중입니다. 녹색평화당에 참여하기 원하신다면 그 강령에서 요구하는 것, 예를 들면 생태주의, 사회적 정의, 풀뿌리 민주주의, 소수자 권리 존중 등의 이념에 공감하는 것이 전제가 되겠지요. 녹색당 강령에 공감하고 녹색정치실현에 뜻이 있는 분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 있습니다."

 

- 어떤 분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시지요.
"아직은 발기인이 아니고 추진위원입니다. 발기인을 본격적으로 모으는 단계이지요. 이미 여러 영역에서 녹색가치와 녹색이념에 공감하는 시민세력이 형성되어 있고 지역의 신뢰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환경운동을 포함해서 다양한 시민운동 영역이 한 그룹이고 또 학자나 전문가들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이밖에 지역에서 운동을 하시던 분들과 경제인, 벤처인, 이렇게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몇 개의 지구당을 만들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시면서 녹색당은 그 부분에서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시더군요. 그런데 정당이라고 하면 기성 정당의 형식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는 총재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구당이 만들어지기 전에 모든 틀이 짜여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선입견이라고 봅니다. 당 3역과 총재에 의해서 실제로 독점되는 우리 나라 기성 정당의 구조는 저희 녹색당의 이념과 취지에는 맞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중앙당은 사실 없거든요. 미국의 중앙당은 4년에 한번 있는 전당대회의 의장을 보좌하는 연락기능만 담당하고 실제로 당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독일의 녹색당도 상근자가 8명밖에 되지 않지요. 저희도 중앙당은 필요한 최소의 인원으로 시작하고 지구당과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시민사회와 녹색정치세력, 녹색사회 실현의 두 축

- 기성 정당의 방식으로는 정당 민주화라든지 정책정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녹색평화당 창당 배경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녹색평화당이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안사회에 대한 사회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며 기존의 시민사회단체와는 어떤 차별성을 가집니까?

"우리가 말하는 녹색사회의 실현은 시민사회라고 하는 축과 녹색정치세력이라고 하는 두 축에 의해 추진될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시민운동은 시민운동 고유의 역할이 분명 존재하지요. 한국의 시민운동은 세계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모범적이고 힘있는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정치권에 무엇인가를 계속 요구하지만 현실 정치영역에서는 우리의 요구를 경청하여 정책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강조한다고 공언하는 정부지만 당장 청와대만 하더라도 장애우고용에 소극적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희 당은 저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과 가치만큼은 앞장서서 실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초의 상근자로 장애우를 채용하는 실천을 했구요 또 창당취지문을 누가 읽을 것인가를 놓고 회의를 하다가 추진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오정선 간사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시민운동은 자신의 영역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정치영역에서도 이것이 되어야만 하나로 맞물릴 수 있는데 새만금 등 최근의 여러 중요한 정책과정을 보면 시민운동이 아무리 주장해도 변화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저는 녹색정치세력과 녹색시민운동세력의 두 축의 균형 발전에 의해서 바람직한 시민사회를 위한 실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녹색당의 창당이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을 분산시킨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우려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시민운동 자체만으로는 가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한계라고 할까요, 우리 나라 정치나 제도 개혁에서 많은 한계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의 활동을 시민사회의 역량이 정치영역으로 확장되는 의미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비대한 중앙당과 고비용 선거 구조 바뀌어야

- 말씀하신 정치세력화는 대중적 지지가 있는 정당으로 활동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활동을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고요.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된 정당이 한국의 정당사에서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당운영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말씀대로 당비가 기본이 되어야겠지요. 정당운영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비대한 중앙당 구조와 비용이 많이 드는 선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희는 이런 정치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사무실 꾸리고 자원활동가 식사를 준비하고 하는 자체가 이미 고비용선거입니다. 국민여러분께서도 선거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정당은 "애개, 저 정당은 힘도 없고 별 볼 일도 없어"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저희는 국민여러분께서 "적은 비용을 쓰는 정당이야말로 희망이 있는 정당이다"라는 인식을 하실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서 사이버 정책단 등 실제 정치 참여와 연결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실천하겠습니다. 그래서 이후 법정 선거비용보다 적은 비용으로 당선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정치에서 소망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 기성 정당에서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면서 내부 개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정치개혁이 아직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당이 정치개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저희가 정치개혁을 완벽하게 선도하고 창조할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작은 변화들을 많이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선거과정이나 당의 운영과정에서 변화를 드러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풀뿌리 지방선거부터 상향식 공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실천할 것입니다.

저희는 저비용 정치구조와 정책정당의 모습, 비방하지 않는 모습이 정치개혁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원칙을 세웠으면 국민들이 인정해 줄 때까지 계속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진보정당이나 개혁정당들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가 선거용 정당을 만들어서 일회용 선거가 끝나면 바로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여준 데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이 상처를 입는 것을 이미 보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2004년, 2008년 이후의 선거에 계속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나갈 겁니다. 아무리 낮은 지지율이 나오더라도 말입니다. 저희들이 일회용 정당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약속드리겠습니다. 진보적인 정당이나 녹색정당도 오랫동안 성실히 일하고 여러 대안을 보여줌으로써 후보와 정당의 인지도를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저희가 어느 날 깜짝 놀랄만한 선거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보는 것처럼 무모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 그러니까 생활정치를 하게 되는 거네요.
"네. 정치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정치가 아니라 생활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저도 십 년 이십 년 녹색당에 참여하면서 제가 설령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다손 치더라도 꾸준히 할 것이구요. 그 부분에 있어서 추진위원들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녹색당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 그러면 녹색평화당에 참여하는 분들의 개인적인 결단들이 거기에서 시작하겠군요. 가족들은 위원님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성 정치권의 정책이 강자를 더욱 강하게 하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 않습니까? 제 아내가 전태일의 막내 여동생인데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바라고 그것을 위해 실천하는 것에는 의견이 같았고요. 다만 "이번 선거에서 무언가를 노린다면 하지 말라"며 이후 꾸준히 하겠다면 찬성이라고 흔쾌하게 격려해주었습니다."

 

- 서유럽을 중심으로 녹색당의 활동이 활발한 편이지요? 특히 독일은 아주 상징성도 있는 나라구요. 녹색당이 소수정당이면서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각국의 녹색당이 모두 모이니까 유럽의회에서는 녹색당이 제 1당입니다. 호주의 경우도 녹색당 출신의원이 상원의장이고요. 기성 정당은 참여민주주의가 아닌 대의제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정당이잖아요? 그에 비해 녹색당은 철저한 참여민주주의입니다. 참여민주주의의 전통 속에서 세운 원칙들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토론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그것을 존중합니다. 특히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철저한 상향식 민주주의 그리고 비폭력, 평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풍토,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물씬 풍기는 정당 분위기 때문에 한번 녹색당에 발을 디딘 분들은 거기에 애정을 계속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것도 녹색당의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문화와 전통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집니다. 독일의 녹색당도 약 25년 전에 주부, 슈퍼마켓 아주머니, 환경운동가, 선생님 등 12명이 아주 조그만 도시에서 시작해서 10년 후에 첫 비례대표 의석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녹색당을 만들었거든요. 저희들도 그런 10년의 고난을 겪지 않으라는 법이 없고요. 저희들은 그 고난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얼핏보기에 낭비처럼 보이고 왜 저렇게 돌아가나 하실 지 모르지만 저희는 기성정치의 고비용 구조에 묶이는 것 보다 오히려 돌아서 가는 것이 때로는 훨씬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택이 후회나 회한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소망을 만들고 희망을 시민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치개혁을 위한 신중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한 시기

- 어쨌든 올해의 지방선거는 최초로 정당명부제 각 정당이 시, 도 단위로 제출한 후보자 명부를 토대로 선거인이 정당에 투표하여 정당득표비율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당선을 확정한 뒤 의석을 나눠 갖는 방법이 도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예. 이번에 정당명부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위헌입니다."

 

-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면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사표가 되지 않으니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보는데요. 이번 지방자치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준비하시는지요?

"지방자치선거와 대통령선거에 후보를 낼 겁니다. 몇 분이 될 지 아직 모르겠지만 두세 곳 정도는 저희 당내의 광역 후보자 경선에 입후보할 뜻을 가진 분들이 계시고요. 지구당이 만들어지면 지구당과 다른 시민사회단체 여러분이 참여하는 가운데 경선을 치뤄 당의 후보를 확정하고 그분들이 후보자격을 얻어 출마를 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도 어느 정도의 득표를 얻을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성정당에 절망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투표할 때 후보자의 인물됨됨이를 보고 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역에서 출마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90년대 이후 시민운동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오셨기 때문에 폭녋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2002년이 새로운 정치원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기성 정당에서 희망의 새싹을 발견할 수 없다면 과감히 버리고 녹색당이라든지 민주노동당이라든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정당들을 선택해 주시는 것이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혁하는 실천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여러분께서 특히 정당명부제가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서 한국정치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신중한 판단과 선택을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사진 · 정리 이수지 기자

작성자이수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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