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적개호보험 도입으로 중요한 변화 맞을 전망 > 함께 사는 세상


일본, 공적개호보험 도입으로 중요한 변화 맞을 전망

[인터뷰] 일본 장애운동가 노구찌 로시히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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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에서 제5회 한·일 장애우교류대회가 열린다. 교류대회를 앞두고 일본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박사과정에 있는 엄기복씨가 일본의 장애우 운동가 노구찌 로시히꼬(46세, 근이양증 장애우)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내왔다. 짧은 분량이지만 현단계 일본의 장애우 복지 현황과 과제를 정리한 이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은 이웃나라 일본의 장애우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먼저 최근 일본 장애우복지 흐름과 관련해 국가정책 중에서 주목할만한 부분과 변화가 있다면 뭔지 말해주시죠.

“작년부터 장애우 작업소나 시설의 단위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예전에는 50명 또는 30명 단위였던 것이 이제는 20명 정도로 소규모화 되었습니다. 수산시설(자립작업장), 입소형 시설 등의 시설이 지역사회 안에서 작아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요구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장애우복지시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공적개호보험(일본은 올해 4월부터 공적개호보험을 도입했다)이 시작된 것이며 또 ‘사회복지 기초구조개혁’관련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공적개호보험이 4월 1일부터 실시되면서 여러 가지 시책과 구체적인 안이 정리되었는데 고령자를 위해 도입된 개호보험이지만 장래에는 장애우에게 큰 영향을 미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보험이 도입되면서 지금까지는 조치(행정기관의 결정에 의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에 따라 실행되었던 복지서비스가 이용자와 사용자의 계약에 의해 복지 서비스가 이뤄지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 다음 국회에 상정된 교통바리어프리법안이 앞으로 ‘마찌즈꾸리(복지마을만들기)’에 위력을 발휘하게 될 전망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교통문제에서부터 마찌즈꾸리까지 전부 포함해서 ‘바리어프리’라고 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서 건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애우 편의시설과 관련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전망입니다.

─ 일본 장애우단체의 움직임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무엇인지요.

“예년과 다름없이 여러 가지 대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특히 2002년 ‘DPI(세계장애인연맹)세계대회’가 삿뽀로에서 열리는데, 그 준비위원회가 올해 발족되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의미가 있다가 생각합니다. ‘DPI세계대회’라고 하는 장애우 당사자 단체의 세계대회가 일본에서 열린다는 것은 일본 장애우 당사자 운동이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주목할 만한 것은 재정적인 문제인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대단히 어려워져서 장애우 복지시책도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은 무엇이 중요한 복지시책인가를 판단해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을 지원한다는 논리가 당연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재정이 부족해지면서 ‘그런 곳에는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왜 그런 곳에 지원해야 하는가?’,‘그러면 누가 가장 지원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것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있습니다.
─ 일본 장애우들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복지운동이나 대회는 어떤 게 있는지요?

“얼마 전 장애우 시민 포럼이 토토리 현에서 있었는데 이 대회는 자립생활운동이나 여러 가지 장애우 운동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3회임에도 불구하고 토토리현같은 지방에서 대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은 지방 또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우 운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장애우 운동이 확장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일본 장애우 운동의 변화를 보면 지금까지는 신체장애우 운동이 가장 활발했지만 지적장애우(정신지체장애우)나 정신장애우(정신신경증환자)들이 모여서 여는 대회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고, 이들 장애우들도 힘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들 지적장애우들도 권리를 확보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지역 복지위원회에 장애우 7명 참여

─ 범위를 좁혀서 다찌가와 시(노구찌 씨가 살고 있는 동경에 있는 지역)의 장애우 관련단체와 복지행정의 움직임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다찌가와 시는 제1지역복지종합계획(7년간:1993-1999)이 올해 끝나면서 4월 1일부터 새로운 계획을 실시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는데 우리 장애우 당사자는 우리에게 맞는 시책을 만들어줄 것을 시에 주장하기 위해 ‘지역복지계획작성검토위원회’에 장애우 당사자를 과반수 이상 넣어줄 것을 요청해 그 요청을 관철시켰습니다. 현재 12명의 위원 중 7명이 장애우 당사자로 휠체어 3명,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정신장애, 난치성 장애우가 위원회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지역복지종합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시장이 위원회에 자문을 구했고, 우리가 장애우들의 요구를 정리해서 답신으로 제출했습니다. 이것을 시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받아 들일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장애우 당사자의 목소리를 답신이란 형식으로 전했다고 하는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시장이 장애우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다찌가와 시의회에 장애우 당사자가 참여하고 있습니까?

“다찌가와 시에는 장애우 당사자 시의원은 없지만 장애우 운동을 함께 해온 의원은 몇 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우 당사자 의원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 한·일 장애우 국제교류대회가 5회째 열리고 있습니다. 매년 참가 하셨는데 이 대회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죠.

“그 동안 복지는 구미의 복지를 배워서 우리의 상태를 개선해 나가는 형태가 계속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국민생활수준이나 경제력이 구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는 아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한· 일 장애우 교류대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대회를 통해서 양국 장애우들이 서로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서로의 사정을 주장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데에서도 대회가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우정도 생겼고, 국가간의 연대도 필요하지만 개인적 수준의 우정이 없다면 이 대회의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대회가 거듭 되면서 이제는 한·일 장애우들 간에 관계도 좋아졌기 때문에 남은 과제는 양국 장애우들의 인권을 어떻게 지켜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공통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대회를 통해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장애우의 목소리를 국제연합같은 세계기구에 반영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일본 장애우들에게 남은 과제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기초구조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이용자인 장애우 본인이 주체성을 가지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고 자립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제도의 사용방법에 따라서는 차별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장애우 복지서비스도 공적개호보험이 도입 되면서 조치제도에서 계약제도로 바뀌게 되는데, 지금까지 조치제도를 통해 확립해온 장애우 자립생생활이 개혁 후 계약제도 속에서도 과연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렇듯 아직도 우리 일본 장애우에게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노구찌 로시히꼬 - 46세, 일본 동경도 다찌가와 시에 살고 있으며 현재 CIL(헬프협회다찌가와)의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20세에 근이양증에 걸려 현재는 목 이하의 부분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며 30세부터 장애우복지운동에 투신하여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과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는데 특히 자립생활운동의 선봉에서 활동하고 있다.

 

글/ 엄기복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전공 박사과정)

작성자엄기복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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