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사람] "장애우를 위한 기술 개발이 벤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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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터넷과 벤처기업이다. 특히 기술과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벤처 창업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어느 새 보통명사가 되어 버린 벤처기업, 그러나 장애우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수많은 벤처기업 중에서 복지친화적인 기업이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마저 장애우를 외면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여기 복지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 벤처기업이 있다. 세계 최초로 특수 돌출 인쇄 기술을 개발해서 그 기술로 시각장애우를 위한 촉지도 제작과 한국일보 점자신문 등을 제작하고 있는, 그래서 장애우들과 친숙한 (주)테크노·티가 바로 그 벤처기업이다. 그렇다고 (주)테크노·티가 장애우 관련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란 말은 아니다. 기술의 나무라는 기업명에서 드러나듯이 이 회사는 현재 기술 특허를 무려 2백30여건이나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네 건이 장애우 관련 특허 기술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 분배, 즉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장애우 복지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벤처기업이 (주)테크노·티인 셈이다. 이 회사 김충환(41) 사장을 만나 장애우 관련 기술 개발에 얽힌 얘기와 인터넷과 기술개발이 가져다 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얘기를 나눠 보았다.
빚진자라는 생각 잊지 않고 기업 운영
─ 먼저 테크노·티가 어떤 기업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저희가 사업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11년이 되었고, 현재 상근 직원은 35명이며, 비상근 연구직은 14명입니다. 기업명을 잠시 설명드리면 테크노는 테크놀러지(기술), 티는 트리의 약자입니다. 즉 기술의 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기술의 나무를 심고 가꾸며 열매를 따고 그늘이 되어서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기업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매출액의 30% 가량을 연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업 공개는 하지 않았고 자본과 매출, 그리고 수익구조에 따른 코스닥과 나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요.
“저희 회사는 전자, 전기, 고분자, 기계공학,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벤처기업입니다. 그래서 기술 관련 특허를 2백30여건이나 가지고 있는데, 기술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저희 회사가 기술 개발을 하면서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저희는 철저하게 자연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초엔 인간과 자연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소프트웨어, 자연은 하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 자연 속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소비재를 혜택받아 왔습니다. 지금도 인간은 자연 속에서 기술이라는 인간의 지혜를 동원하여 그 안에서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습니다. 곧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있었고, 자연과 더불어 있어야만 인류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라는 이름도 자연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파괴, 즉 환경의 파괴는 그 자체로도 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장애는 곧 인간의 장애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업이란 사회가 있어 존재할 수 있고 기업의 운영은 인간이 하고, 그 인간이 자연친화적인 기술개발을 하는 것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인간과 자연을 가장 조화롭게 할 수 있는 기술만이 참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기술이 인간에게 다가오며 가장 불편한 사람에게 친숙할 수 있는 기술만이 참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으로 테크노·티가 장애우 관련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 사장님 개인적으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개인적으로 제가 장애우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선 제가 살고 있는 집 건너편의 한국맹인복지연합회와 인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지관을 몇 번 방문해서 장애우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게 장애우 관련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그리고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게 제가 부모가 있어서 태어났고, 윗대에 사신 분들의 희생과 땀방울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게 되었고, 분명히 빚진 자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빚진 자의 도리를 해야 하느냐고 봤을 때 남들이 손을 내밀지 않고 가장 소외되고 힘든 곳에 관심을 가지고 제가 나름대로 빚을 갚아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제 생각은 특출난 게 아니라 무척 당연한 겁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가야만 또 제 2세도 나누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나누는 삶이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산을 오른다고 가정할 때, 나보다 조금 뒤쳐진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손을 잡아줄 수 있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장애우와 비장애우를 구별해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장애우들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고 저와 동등한 입장에서 저보다 훌륭한 장애우도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사내에 시각장애우 한 분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지체장애우를 직원으로 받아들였는데 이 분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일을 잘 하고 있습니다.”
─ 시각장애우 직원은 어떤 일을 합니까.
“저희 회사가 한국일보 점자신문을 제작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점역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역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16대 총선 때에는 점자선거용 홍보지를 제작하는데 있어 점역과 교정업무도 했지요.”
점자도형책자 개발 완료
─ 테크노·티는 장애우 관련 기술 네 가지를 개발했고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기술인지 설명해 주시죠.
“먼저 널리 알려진 돌출 인쇄를 개발했고, 두 번째 기술은 일반 개인용 프린터기에서 묵자도 나오고 점자도 나오게 하는 기술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 기술은 실용화 단계에 와 있는데요, 상용화되면 시판되고 있는 개인용 프린터기에 옵션만 달면 프린터기에서 점자도 나오고 묵자도 나오고 도형도 나오게 되니까 시각장애우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현재 ‘장애우·노인·임산부를 위한 편의증진보장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장애우와 관련해서는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지만 임산부와 노약자에 치중된 편의시설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 점에 착안해서 임산부와 노약자 그리고 장애우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편의시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개발한 것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어느 계단이든 다 손잡이가 있습니다. 이 손잡이 부분에 사람이 다가서면 센서 감응기가 읽고 손잡이 부분이 구동을 합니다. 그러면 계단을 오르내릴 때에 몸을 기댈 수도 있고 또 손잡이 위에 짐을 올리면 짐도 자동으로 이동시킬 수 있죠. 이 기술은 손잡이 부분을 구동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예산도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또 하나 개발한 기술은 청각장애우를 위한 디스플레이 연출입니다. 청각장애우들이 어느 공간, 어느 위치에서든지 자유자재로 문자화되어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죠. 이 기술과 관련돼서 현재는 청각장애우가 작은 모니터를 들고 있으면 상대방이 육성으로 하는 모든 얘기들을 바로 다운받아서 문자화시켜주는 체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말을 문자부호로 바꿔줘서 청각장애우들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구나, 하고 바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이 체계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안 해서 그렇지, 현존하는 기술력 정도로도 충분히 개발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 설명해 주신 기술이 상용화되면 장애우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인데요. 그런데 현재는 테크노·티 하면은 무엇보다 특수 돌출 인쇄기술을 개발해서 상용화한 기업으로 많은 장애우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이 돌출 인쇄를 개발하게 된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저희가 세계 최초로 돌출 인쇄를 개발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모든 인쇄물이 입체감을 갖고 튀어나오게 해주는 인쇄 기술인데요. 이 기술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1백50만불에 수출돼 현지 법인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은 천공방식으로 종이를 누르는 기존 점역 방법으로는 비장애우와 장애우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자녀들이 한글도 읽으면서 점자꼴을 같이 읽을 수 있다면 장애우와 함께 하는 문화를 쉽게 체득할 수 있겠죠. 그리고 시각장애우들이 돌출 인쇄로, 천공방식으로는 불가능한 도형도 만지고 느낄 수 있다면 시각장애우들의 사회 참여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개발하게 된 기술입니다. 현재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 일어, 독일어, 불어까지 어떤 나라 언어로도 점역작업이 다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있습니다. 또 이 기술과 관련해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것이 점자 도형책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점자도형책자 개발이 무척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과정에서 시각장애우들에게 세모나 네모 그리고 가령 딸기 같은 모양을 도형으로 만들어서 읽어주면 시각장애우 교육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각장애우들이 정보를 접하는 과정은 말과 글 뿐입니다. 이런 실정에서 시각장애우들에게 사물을 도형을 통해 접근하게 해주면 시각장애우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게 훨씬 더 쉬울 수 있는 거죠. 가령 컵이라는 것을 외각의 형상을 따라서 돌출을 시켜주는 도형책자를 통해 시각장애우들에게 교육시키면 시각장애우들이 도형을 만져보고 난 뒤에는 실제 컵의 모양을 느낄 수 있죠. 또 비장애우들은 별이라고 하면 반짝거린다, 이렇게 이해하지만 시각장애우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도형으로 별모양을 만들어주면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도형을 통해 전화기 TV 핸드폰 안경 등 모든 사물을 다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면 시각장애우 교육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기술은 개발이 거의 완료돼서 책으로 엮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 돌출 인쇄는 단순히 점역 작업에만 이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입체 스티커 등 일반 제품 홍보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수익으로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 기술은 처음부터 시각장애우를 위해 개발된 기술입니다. 그런데 개발해놓고 보니까 일반 상품의 홍보나 판매에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술개발 후에 저희가 당면한 문제는 생산부분이었습니다. 기술을 개발해서 막상 제조할 수 있는 협력업체를 찾았지만 생산 설비를 보유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공장을 설립할 수밖에 없었는데 설비비로 8억원이 들어갔고, 필요한 잉크도 직접 개발했고, 기계설비까지도 저희가 직접 가동시킬 수밖에 없었죠. 설비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IMF로 상당한 곤욕을 치렀던 적이 있었지만 해야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 기술이 일반 소비문화 속에서 상당히 반응이 좋아서 저희들이 국찐이빵, 핑클빵, 한국통신 점자전보카드, 홍보 스티커 등 다양한 홍보용품을 만들었고, 현재 국내에서 나오는 제품 홍보 스티커 70%가 저희가 개발한 돌출인쇄를 활용해 제작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장애우를 위한 기술개발도 일반 소비시장 속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모든 개발되는 기술이 소비재라고 전제했을 때 사람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불편한 분들을 위해, 그 분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기술 개발을 한다면 그 제품은 반드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기술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에게 쓰여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인데 가장 불편한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술개발은 무엇보다 인간중심의 기술개발이기 때문에 저희가 개발한 돌출 인쇄가 비장애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접목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돌출 인쇄 기술 개발에 투자한 자금은 회수하셨습니까.
“아직 회수는 못했고 마음 같아서는 저희가 개발한 기술을 정부나 장애우단체에서 원하면 사회환원시킬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장애우복지에 널리 활용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사심 없이 사회에 내놓을 것입니다.”
─ 말이 나온 김에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에 대해 평소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면 들려 주시죠.
“아직 10여년 밖에 안된 기업이긴 하지만. 저희 회사 사훈이 창의, 도전, 분배입니다. 창의란 발상의 전환, 도전은 신기술의 개발, 분배는 이익의 사회환원을 의미합니다. 즉 창의적인 생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여기서 창출된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현재 저희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와 신기술의 개발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전 직원이 담당부서에서 전력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장애우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우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장애우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어떤 문제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보기에 우선 해결되어야 할 장애우 문제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한 교실에 앉아서 같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분리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같이 할 수 있는 문화의 매개체가 없는 거죠. 한 마디로 교육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일부분만이라도 일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시각장애우가 사용하는 점자와 청각장애우의 언어인 수화가 함께 표현되어 있다면 아이들은 장애우라는 부분을 전혀 이질적인 문화가 아닌 하나의 생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과정들이 만약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장애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고 보는데 현실의 교육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현실적으로 느끼는 괴리감이 있는데 저희가 점자명함을 드리면 점자를 만지면서 “이게 뭐지요?”라고 묻는 사람이 70%나 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듭니다만 우리 나라의 교육을 생각해보면 반면에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에서 점자를 접하기가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또한 우리의 교육과정 어느 곳에도 점자나 수화를 가르치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시각장애우가 사용하는 문자는 이런 것이구나, 그리고 청각장애우의 언어는 수화구나, 하는 정도는 최소한 인식해야 하는데 교과과목에 나와 있지 않으니까 비장애우들이 장애우들의 언어를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격체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것은 몰라도 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이고, 점자와 수화가 장애우들의 언어라는 사실을 반드시 넣어서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보통신사회, 장애우들에게 유리하다
─ 현재 테크노·티가 장애우와 관련해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 있는 기술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저는 이 사회를 유지하는 문화가 기술의 문화와 역사라고 항상 보고 있습니다. 역사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냐면, 옛날에 농번기 문화가 있었고 산업화 문화가 있었죠. 그런데 이제 미래는 정보통신문화라는 겁니다. 장애우들이 가장 척박하고 힘들었던 문화는 아무래도 농번기 문화였겠죠. 그러나 미래 정보통신 인터넷 문화는 장애우들에게 가장 적합한 문화라는 겁니다. 제가 왜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리냐면 장애우들이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보행의 정보, 즉 보행만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시대에 살면서 느꼈던 불편함이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문화 속에서 이 불편함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장애우들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쇼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갈 수 있습니다. 장애우들이 모니터를 통해 보고 선택만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 안타까운 게 뭐냐면 장애우들에게 인터넷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큰 문제고, 저희 계획을 설명드리면 미래에 테크노·티의 기술 접근은 장애우들이 누구라도 쉽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시각장애우를 위해 도형이 돌출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그전에는 컴퓨터 화면에 글씨만 올라 왔었는데 앞으로는 도형이나 그림형상의 외형을 돌출시켜 촉각으로 느껴 상상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화면이 아니라 화면 밑 보드판에 서브판을 하나 더 만들어서 거기에 도형이 뜨게끔 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청각장애우들을 위해서는 화면 하단부에 수화가 계속 나오게 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인데, 그러니까 청각장애우들이 화면에 나오는 그림이나 글을 읽을 수 있고, 스피커로 나오는 음성정보는 수화로 바뀌도록 해 주는 기술이죠. 그리고 장애우와 관련해서는 기술개발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개발된 기술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과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우의 경우, 약병 등의 생활용품에 점자가 표기되면 실생활에 유용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점자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작업이 복잡하다거나 비용이 조금만이라도 추가되면 쉽게 외면해버린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개발되어도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먹는 약병에 명칭이나 상호가 없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인데, 실제로 이것이 시각장애우에게는 당연시되는 것이죠. 따라서 장애우에게는 기술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편의시설법안처럼 법제화가 되는 사회적인 환경이나, 또는 좋은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 정보통신 사회가 도래하면서 인터넷을 활용할 줄 알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정보 수용 격차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인터넷을 다루고 만지고 있는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 오히려 인터넷처럼 찾아 들어가기 쉬운 곳도 없습니다. 가령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대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고 방문을 열고 서랍문을 열고 물건을 안에서 꺼낸다는 거죠. 이렇게 문을 여는 수단 정도라고 인터넷을 보시면 됩니다. 찾아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 정도는 누구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청각장애우나 시각장애우가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모니터에서만 나오던 정보를 음성이나 도형, 그리고 수화로 바꿔줘서 계속 찾아 들어가게 해주는 정보 기술 개발이 필요하긴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것은 우리가 접근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어떤 시스템보다 쉽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문득 생각나서 드리는 질문인데 인터넷과 벤처가 활성화되면서 굴뚝산업으로 표현되는 기존의 직업군들이 사양화되고 있습니다. 장애우도 마찬가지로 직업선택에 있어서 정보통신 물결에 동참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낙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희 회사도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정보통신물결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장애우들이 정보통신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분명 낙후될 가능성은 현재보다 높다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정보통신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정보통신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살려서 해야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다만 이러 다양한 일들을 기존의 방식보다는 더 빨리 그리고 쉽게 전달해 주는 매개체일 뿐이지요. 그 이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의식주가 있습니다. 인터넷이 있으면 의식주 경제 활동 안 해도 살 수 있느냐, 그건 아닙니다. 인터넷은 어느 것보다도 쉽게 만나고,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에의 접근이 빠른 정도지 우리 나라의 모든 기술자들이 인터넷에 달려드는 건 잘못된 현실입니다. 쉽게 말해 하루종일 앉아서 인터넷만 하고 있을 거냔 얘기죠. 저희 회사도 인터넷 사업부가 별도로 있지만 인터넷 사업을 안 한다고 망하는 회사는 아닙니다. 인터넷 사업 자체가 부가성을 올릴 수 있고 아이디어 가지고 접근이 가능하다는 얘기지, 그 이상의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 정보통신 사회에 장애우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보통신 사회가 도래하면 장애우들에게는 지금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많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서 접근이 가능하고, 그동안 불편함을 무릅쓰고 움직여야 얻을 수 있었던 보행 정보를 인터넷이 대신 해줍니다. 미래의 인터넷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도 이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누구라도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지금 장애우들이 낯선 것은 인터넷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인터넷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장애우라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우들은 비장애우들보다 여가를 정보의 바다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인터넷을 매개로 한 창업의 기회가 장애우쪽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우들은 감수성이라든지 지적인 활동이 비장애우들보다 더 강합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육체적인 활동범위보다는 지적인 활동이 강한 부분이 정보통신사회에 적합한 인간군이죠. 따라서 정보통신사회에서는 장애우쪽에서 유능하고 미래진취적인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단, 전제는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게 장애우 단체나 학교에서 장애우들에게 인터넷을 가르치는데 우선적으로 매진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계속 강조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래야지 정보통신사회에서 장애우들이 낙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주)테크노 티가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말씀해 주시죠.
" 서두에도 강조했지만 저희 회사 사훈이 분배 정신입니다. 항상 가장 힘들고 가장 불편한 부분에 관시을 가지고 함께 한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랑을 베푸는 것도 해본 사람만이 한다고 하는데 그 연습을 저희 회사가 지금 하고 있습니다. 저희 테크노 티가 많이 커져서 지금보다 더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도록 장애우들이 성원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대담, 정리 이태곤/ 사진 김학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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