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위열 나사렛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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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모든 건물에 편의시설을 갖추고 청각장애학생이 학습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수화로 강의를 하는 대학이 국내에도 있다. 정규대학으로 인가를 받은지 이제 겨우 10여년이 지났고 전체 학생수도 1천명에 불고하지만, 재활교육기관으로 특화하면서 97년도 중앙일보에서 주최한 학생만족도 조사에서 18위를 했고, 98년도에 있었던 전국대학평가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천안의 나사렛 대학교가 바로 그 학교이다.
나라렛대학교가 재활교육기관이라는 명성을 얻기까지는 미국인 백위열 총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한국에 온지 올해로 이십칠년째를 맞고 있는 나사렛대학 백위열 총장을 함께걸음이 만났다.
둘째 아이 잃고 한국에 선교사로 오게 돼
백위열 총장은 미국 펜실베니아 플레즌트빌이라는 조그만 마을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미국이름은 William H. Patch(57). 소년시절부터 농구를 좋아해 고등학교 때는 학교 농구팀 선수로 활약을 했고 대학에서는 교육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진로문제와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원 역할을 하다가 1973년 갑자기 진로를 바꿔 선교사가 됐고, 한국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김정열 : 먼저 백총장님께서 한국에 오시게 된 계기부터 말씀해 주시죠.
백위열 : 미국에 있을 때 교도소 재소자 사역 활동과 장애우를 위해 자원활동을 하면서 선교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건강이 안좋아서 생후 6개월만에 사망했어요. 그 일을 겪으며 크게 절망을 하다가 결국 선교사가 될 결심을 굳혔습니다. 바로 캔자스에 있는 나사렛교단 국제본부에 선교사 지원서를 제출했죠. 국제본부에서 어떤 나라에 가고 싶냐고 물어서 보내주시면 어디든 가겠다고 했더니 한국에 가라고 하더군요. 당시 한국 나사렛 선교회에서 교육 경력이 있는 선교사를 보내달라고 국제본부에 부탁을 해놨거든요. 그 때 제 나이가 서른 한 살이었습니다.
김정열 : 한국에 처음 오셔서 선교 활동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백위열 : 처음 6개월 동안은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웠어요. 그런데 27년을 한국에서 산 사람치고는 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부족하죠.(웃음) 그 후 바로 나사렛교회에서 선교일을 시작했는데 함께 일하던 선교사분이 사정이 생겨서 다른 데로 가셨어요. 그래서 한국말도 잘 모르는 제가 선교 일을 맡아 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총장이 우리말을 배울 때 박정희 정권이 한문교육을 허용하지 않아 대화를 할 때 한자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이 학교 인가재활학과 김종인 교수가 가끔 부연설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김정열 : 백 총장님이 처음 한국에 온 1973년은 우리 나라가 한창 경제성장을 할 때였지만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았던 시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백 총장님은 당시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십니까.
백위열 : 그때는 모든 게 지금과는 완연하게 달랐어요. 그 때 저는 서울에 살면서 주말에는 시골교회를 방문을 했는데 시외로 나갈 때는 늘 지프차를 타고 다녔죠. 서울 밖 도로는 비포장도로여서 작은 차로는 단기가 불편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길도 좁다보니 맞은편에서 다른 차가 오면 그 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옆에 차를 세우고 기다려야 했어요. 또 그 때는 돈 없고 먹을 것 없는 분들. 소위 말하는 거지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이 저희 집에 많이 찾아 오셨습니다. 그 분들에게 돈을 드리면 바로 술을 마시러 가고 안 좋은데 쓰는 걸 봤어요. 그래서 선교사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돈을 나쁜 데가서 쓰도록 보고만 있을 수도 없어서 나중에는 기차표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분을 직접 역까지 모시고 가서 표를 사서 기차에 타는 것까지 보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을 모두 일일이 쫓아다닐 수도 없어서 내가 그분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이 참 많이 되더군요.
대학종합평가 순위가 18위에 올라
김정열 :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장애우들의 교육 여건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특례입학제도에 의해 대학에 다니게 됐죠. 제도의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나사렛대에서도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나사렛대학이 특례입학 실시 현황과 관련해 장애학생들을 위해 지원하고 계신 것이 있으면 설명해 주시죠.
백위열 : 저희 대학에서는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학생이 학교 수업에 참여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장애 학생에 대해 차별이나 편견을 두어서도 안되지만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저희 학교 편의시설을 설명드리면, 모든 건물에 장애학생이 자유자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점자 안내판,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시력 장애우를 위한 독서 확대기를 비롯해 장애학생 학습지원센터가 있으며, 특히 학생 1백20여 명으로 구성된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가 마련돼서 장애우들의 수업은 물론 캠퍼스 생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 모든 강의실에서 수화 통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나사렛대학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애 학생 도우미제도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원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귀감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김정열 : 지난 3월 나사렛 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정신지체 1급 장애우의 입학을 허용해서 국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요. 정신지체장애우가 과연 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벌써 1학기가 지났는데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까?
백위열 : 네, 이영섭 군은 현재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1학년에 재학중이고 1학기 성적도 준수한 편입니다. 저희학교는 학생을 선발할 때 내신성적을 중요하게 보는데 이 군의 경우 안산 명혜학교에서 줄곧 1등을 해 왔기 때문에 내신 1등급을 받아 무난히 입학하게 된 것이죠. 물론 저희 학교 교수들 중에서도 정신지체장애우가 학업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 수업시간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는 등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군 스스로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주위 친구들의 도움으로 아무 탈 없이 1학기를 마쳤습니다. 우리 나라는 이군 같은 정신지체 장애우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처음일지 몰라도 명문대학인 미국 하버드대학은 오래 전부터 학습부진학생의 입학도 허용해 오고 있습니다.
김정열 : 나사렛 대학교는 97년 10월 재활연구센터와 98년 9월 1일 새꿈학교를 개설하는 등 재활관련 학과를 특성화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특성화 작업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백위열 : 94년에 인간재활학과를 설치한데 이어 96년에는 대학부설기관으로 유치특수학교를 설치했고 99학년도에는 교정학과와 재활공학과가 개설됐습니다. 저희 대학은 재활・복지 관련 학문을 심화 발전시켜서 이 땅에서 여러 가지 고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장애우나 환우도 인간으로서 새 삶을 영위하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부속학교로 운영하고 있는 만 3세에서 5세까지의 유치과정 특수학교인 나사렛 새꿈학교를 비롯하여 초등・중등・고등 과정도 계속 신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종합재활센터를 만들어서 장애우의 의료・심리・사회・교육・직업재활에 이르는 모든 재활과정을 총망라한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총 3백억원 이상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점자・전자・음성 도서관을 만들 게획입니다. 이 도서관은 국내 최대로 건립될 예정인데, 충청지역의 시・청각 장애우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각과 청각 장애우의 ‘배움의 눈과 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 총장은 이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 주는 월급3백여만원과 여기 저기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해주고 받은 사례비를 모두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또 학교에서 총장공관으로 내준 건물을 미국인 영어교사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본인은 선교회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총장이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을 보이기 때문에 다른 교직원들도 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재정이 부족하다며 백 총장은 “뜻 있는 분의 도움을 기다린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정열 : 학생과 교수의 참여도는 어떻습니까? 현재 한국의 대학교는 학생회와 대학 이사회와의 갈등이 많은데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요?
백위열 : 우리 나사렛 대학은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학교재단이 한가족이 되어 서로 도우며 학교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볼런티어 프로그램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교수나 학생들은 “앞으로 나사렛대학은 장애 학생이 중심이 되는 대학이 되기 때문에 비장애 학생은 이 학교의 활동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도 하고 있죠. 어느 사회든지 다른 종족이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저희 학교내에도 장애우의 특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일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계속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교통 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해 몸이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는 학생이 교육의 중심이 돼야죠”
김정열 : 백 총자님은 스물 두 살 때부터 미국에서 심리학을 가르치셨고 지금도 대학 총장으로서 교육현장에 게시니 교육경력을 따지면 삼십년이 넘는데요. 총장님의 교육 철학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백위열 : 저의 교육철학은 첫째 전인 교육이고 둘째 학생중심교육이고 셋째 국제적 대학인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정인 교육이란 학생들을 지・정・의를 겸비한 통합적 인간으로 육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 나사렛대학교는 전인 교육의 실현을 위해서 기독교인으로서의 믿음을 신장하는 것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겠어요. 교육과정, 교실환경, 교수진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아실현을 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국제적인 대학인을 양성하는 것이지요. 우리 대학에서는 세계 54개의 나사렛 대학들과 함께 국제적 관심사항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인류 공동의 본지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정열 : 총장님은 미국과 한국 대학이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백위열 : 제가 보기에는 한국의 사학들은 대부분 수익을 올리는 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수익보다는 교육을 위한 지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죠. 우리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면서 교육제도도 훨씬 민주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래야지만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대학들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김정열 : 궁금한게 있는데 종교가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릅니까?
백위열 : 한국 기독교가 중국에서 들어왔죠. 그렇지만 중국보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더 널리 퍼졌어요. 한국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면 열심히 하는 국민이죠.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역사와 처한 상황이 다르듯이 교회 분위기도 다릅니다. 미국교회는 교회에 중요한 결정 사항이 있을 때 목사와 신도들이 함께 의논을 해서 결정하는데 비해 한국교회는 다른 사회단체처럼 소장, 그 밑에 일하는 책임자, 그 밑에 일하는 조직체계가 있어서 절차에 따라 결정을 하고 마치 사업을 하듯이 교회를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기독교인들은 우리 집 밖 문제에 별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죠. 우선 이 점을 개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열 : 앞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죠.
백위열 : 지금 제 나이가 58세입니다. 몸은 모르겠지만 마음과 머리는 아직 젊어요. 그래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사렛대 총장으로 있을 때까지 재활센터와 캠퍼스를 지금보다 더 학생중심으로 바꿔야지요. 그리고 한국 학생들이 국제어와 국제 사고방식을 배워 국제 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북한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먹을게 없어서 장애우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교환학생으로 가서 사랑과 믿음을 갖고 협조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특별히 앞서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세계의 문제에 대해 진실한 관심을 갖고 전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김정열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세우신 계획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 정리/ 노윤미, 사진/ 김학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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