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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좋은 책 있으면 학교 도서실로 보내 주세요

청각장애교사 이정화 씨의 학교도서실 만들기

본문

  1999년 3월 23일, 꽃샘 추위 때문인지 초봄치고는 꽤 쌀쌀한 날씨다.
  창원시내에 있는 어느 학교의 도서실도 건물 안이지만 춥기는 매한가지다. 난로를 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추운 도서실 안에 아침부터 학생들이 옹기종기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추운 도서실에서 양손을 비비던 한 여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실 중앙에 있는 난로에 다가가 불을 지핀다. 석유가 조금 남아 있었던지 불길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매운 연기와 검은 그을음 때문에 이내 창문을 모두 열어 제낀다. 갑자기 찬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자 추위를 참고 책을 보던 다른 학생들마저 소란스러워진다.
  "선생님, 춥고 눈이 매워서 책을 못 읽겠어요." "공부 못하는 학생이 환경 탓하는 거야. 조금 있으면 곧 따뜻해질 거야. 조금만 참고 수업하자." 교사가 학생을 타이른다.
  아이들은 다시 조용히 제자리에 돌아가 책을 본다. 그러나 계속 그을음이 나와 아이들이 읽던 책에도 책상에도 까맣게 내려 앉는다. 책장을 넘긴 손으로 무심코 코를 문지른 학생의 코언저리도 까맣게 변했다.
  잠시 후 한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든다. 모르는 낱말을 발견했나 보다. "선생님, "원숭이"가 뭐예요?" 교사는 그림책에 나온 원숭이를 가리키며 원숭이 흉내를 낸다. 아이도 따라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아이가 또 손을 든다. "선생님, "아이쿠"가 뭐예요?" "음, "아이쿠"란..." 선생님의 말문이 막힌다. "아이쿠"를 어떻게 설명할까?
  그 때다. 모두 청각장애우인 이 반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미운 오리새끼처럼 섞여있는 정신지체 장애학생 한 명이 짜파게티가 담긴 남비를 들고 도서실에 들어온다. 혼자 교실에 남아 짜파게티를 끓여 먹는 아이를 반장이 데리고 온 것이다. 와서는 선생님한테 인사도 안하고 혼자 구석 자리로 가서는 남이 빼앗을 새라 잘 비비지도 않은 면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 모습이 너무 당당하고 신중해 보여 그 교사는 혼을 내기보다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 순간 선생님은 손바닥을 이마에 갖다대며 자연스럽게 "아이쿠" 하는 시늉을 한다. 학생들도 그 뜻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학생들은 새로운 낱말을 발견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질문을 한다. 이를테면 "도무지"같은 낱말인데 교사는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손짓과 표정을 하다보니 어나 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난로에 남은 기름이 다 됐는지 난로의 불은 이미 꺼져버렸지만 교사의 이마에는 작은 구슬땀이 맺혀있다.

 


“성인 청각장애우 평균 언어능력은 열살”

  지어낸 동화같은 이 이야기는 창원시내에 있는 한 청각 장애학교 중학교 일학년 학생의 실제 국어 수업 광경이었다. 여기서 독자들은 몇 가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도서실에 왜 석유가 없어 학생들이 추위에 떨어야 할까? 중학교 일학년쯤 되는 학생들이 국어시간에 왜 그림동화책을 볼까? 게다가 중학교 일학년씩이나 되는 학생들의 질문이 어째서 "원숭이", "아이쿠", "도무지"와 같은 단순한 낱말 뜻풀이 뿐인가? 그리고 청각장애학교에 왜 정신지체 학생이 있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도서실에서 사용할 연료비가 학교 예산에 편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고, 정신지체 학생의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와 맡아달라고 사정을 해 마음 약한 교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중등 학생의 언어능력이 초등학교 일학년 수준과 같거나 그 이하인 것에 대한 설명은 그리 쉽지 않다.
  "정규 교육과정을 다 거친 우리 나라 청각장애우의 평균 언어능력이 열살을 넘기기 어렵다는 보고다 있습니다. 처음엔 설마 했었는데 청각장애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니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돼죠." 앞서 소개한 이야기에 나오는 국어교사 이정화 씨의 말이다.
  이정화(28)씨는 이년 전 특수교육학과 졸업과 동시에 임용소시에 합격하고 이 곳 ㅊ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발령을 받고 학교에 첫 출근을 한 이 교사는 이 학생들의 언어수준 보다는 우리 나라 장애아교육의 현실에 놀랐다고 한다. 특히 교육과정과 교사들의 교수방법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첫 출근부터 직감할 수 있었다.
  "건청 학생의 경우, 어릴 적부터 소리를 듣고 따라하면서 국어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읽기, 쓰기를 익히면서, 학교 교육과정에 별 무리없이 적용을 합니다. 그러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 학생들의 경우는 학교교육에 임하는 출발선이  건청학생과 같지 않기 때문에 일반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지요. 다른 한국인들도 외국어를 배울 때 아예 처음부터 그 해당 외국어로 풀이와 설명까지 들으면서 외국어를 배우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청각장애 학생은 국어로 된 교과서로, 수화가 아닌 국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교사가, 그것도 구어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 우리 나라 청각 장애아 교육의 현주소라고 보아도 될 거예요."
  이제 교직경력 2년인 신출내기 교사가 우리 나라 특수교육에 대해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는 것을 나이 지긋한 교사들은 당돌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정화 씨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이의 결론이 교직 생활 이년 동안의 경험만을 통해 얻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정화 씨는 초등학교 시절 갑자기 청력을 잃었다. 잔조 청력과 소리에 대한 기억이 남아 초등학교는 다니던 일반학교에서 마칠 수 있었지만 중학교는 특수학교에 입학해야만 했다.
  그러나 특수학교의 교육이 그이에게 맞지 않아 중학교 입학을 한동안 미뤘다가 입학, 고등학교는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학교를 쉬는 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서 국어교과나  다른교과를 공부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중학교 때부터 배우게되는 영어과목을 제 때에 배우지 못해 지급도 영어에는 자신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못 배운 것을 탓하고 있지만은 않고 퇴근 후 혼자서 영어그림책을 보며 공부를 한다. 그렇게 약 십년 동안을 건청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이후 십팔년 동안 청각장애우로서의 삶을 살아 온 이정화 씨는 특수학교와 일반학교를 두루 다니면서 청각장애우에게 언어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십년 동안 닫혀있던 도서실의 문이 열리게 된 사연

  ㅊ학교에는 오래된 창고와도 같은 학교 도서실이 하나 있다. 학교가 생긴 이래 십년 동안 자물쇠로 잠겨 있던 이곳은 누군가가 책을 기증할 때에만 책을 넣어두기 위해 잠시 문이 열린다.
  지난해 여름, 학교에서는 이정화 씨에게 학교 도서실 관리를 맡아보라는 제안을 했다. 전통적으로 도서실 관리는 국어교과 교사가 해 왔다. 그 중에서도 언어교육에 누구보다 열을 올리는 이정화 씨가 도서실 담당으로는 적임이라고 주위 교사들이 추천을 했던 것이다.
  이정화 씨 역시 학교 도서실운영과 언어교육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쉽게 수락했다. "국어의 기초가 탄탄한 청각장애우들은 지적으로 매우 우수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국어의 두 가지 표현 양식인 말고 글 중 시각적 언어환경인 독서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이정화 씨가 도서실 관리를 맡으면서 십년 동안 굳게 닫혀있던 학교 도서실이 점차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정화 씨는 맨 처음 학교 도서실의 위치를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학교에서 가장 양지바른 곳에 기숙사와 도서실을 두라는 말도 있잖아요. 도서실을 옮길만한 곳을 찾아봤더니 도서실 맞은편 복도 끝에 미술실이 있더라구요. 그 공간이면 도서실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니까 안성맞춤이겠다 싶어서 교사회의 때 제안을 했죠."
그러나 이정화 씨의 의견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도서실은 외지고 조용한 곳에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좋다며 교장 선생님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정화 씨는 그 말에 수긍할 수 없었지만 다른 교사들마저도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주지 않아 도서실은 원래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게 됐다.
  이 교사는 대신 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교실에서 책을 보게 허기 위해 학급문고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집이 먼 학생들은 방과 후엔 통학버스를 타고 집에가기 바쁘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때지어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하거나 근처 시장에 놀러가기 바쁘기 때문이다. 알아보지도 못하는 빽빽한 책 사이에서 하루 종일 씨름하느라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사회에 나가서 최소한 필담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정화 씨는 쉬는 시간 십분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학급문고 만드는 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냥 책이 아니라 학생들 수준에 맞는 그림책이나 쉬운 책을 모아야 하는데 기숙사 생활하는 학생들은 가져올 책이 없고, 통학하는 아이들도 그림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이정화 씨가 방과 후와 주말시간을 이용해 직접 할인매장에 들러 학생들 수준에 맞는 책을 구입해 학급문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원래 예산 책정이 되지 않았던 항목이라며 도서 구입비를 지원해주지 않아 그러한 지출은 결국 이정화 씨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힘들 때 도와 준 고마운 분들

  이렇게 이정화 씨가 도서관 운영을 새롭게 활성화시키는 일이 이런 저런 난관에 부딪쳐 차츰 지쳐가고 있을 때 한 일간신문에서 "학교도서관 살리기" 기사와 "사회의 책을 학교로!" 캠페인을 보게 됐다. "바로 이거다" 싶어 신문 기사에 난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 연락을 했다. 협의회측은 거리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직접 도와주지 못하고 경남도서관발전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진욱 씨와 김수경 씨를 소개해 주었다.
  최진욱 씨는 경남도서관발전연구회 회원이자 마산지역 민간도서관인 "책사랑"에서 일하고 있다. "책사랑"은 팔십년 민주화운동이 확산되면서 생긴 민간도서관으로서 민간인이 주체가 되어 도서관 운영하고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안치환 씨 같은 가수들과 조정래, 신경림 씨 같은 문인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최진욱 씨가 이정화 씨를 돕게 된 계기는 구십삼년 창원전문대 도서관학과에 다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논문주제를 고민하던 최씨는 논문주제를 "장애우를 위한 공공도서관 봉사"로 정하고 자료수집을 하기 위해 근처 특수학교와 복지관, 재활원 등을 돌아 다닌 적이 있다. 이 때 장애우들이 알고 싶은 정보가 있어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기가 어려워 정보를 얻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장애우들이 집과 시설만을 오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은 피씨통신이 널리 보급돼 집에 앉아서도 컴퓨터가 있고 다를 줄 알면 원하는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컴퓨터 보급률이 낮아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최 씨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이동도서관이다. 이동도서관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재활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때 그이가 마련한 대안은 주로 지체장애우와 시각장애우를 위한 것이지 청각장애우를 위해서는 특별히 고민을 하지 못했다.
  "일반학교는 형식적으로라도 일년에 도서구입비를 얼마씩 책정해 도서를 구입하는데 이정화 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혀 그쪽에는 예산이 책정이 돼 있지 않아 이정화 씨가 사비로 책을 구입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저희 "책사랑"에서도 도서를 기증하게된 거죠."
  최진욱 씨는 그 밖에도 이정화 씨에게 학교 도서관리 프로그램 보급 회사인 "포스코정보" 대표 박상정 씨를 소개해줘 "책꽂이"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기증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김수경 씨는 경남도서관발전연구회 회장이자 창원전문대 문헌정보학과 겸임교수이다. "팔십년대 후반 도서관학과가 문헌정보학과로 개명한 것은 도서관이라는 개념을 건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정보의 유통을 원활히 하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의미에서였죠. ㅊ학교의 도서실 조건이 그리 나쁜 건 아니에요. 이보다 못한 데도 많아요. 교실이 부족해서 학교도서실을 따로 만들지 않고 학급문고를 들여놓는 경우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ㅊ학교는 공간도 있고 담당교사가 열의도 있으니 훨씬 형편이 나은 편이죠." 그런데도 김 교수가 이 일에 매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린이 정서발달과 독서지도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 때 언어 능력이 독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유아기 때의 체험이 공부습관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버릇을 들이는 중요해요. 그리고 도서관을 이용하면 공부하는 방법도 달라져요. 자료를 찾으면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세를 배워나가는 거죠. 그래서 외국에서는 학교 도서관을 매체센터라고 해서 교사와 학생은 물론 마을 전체가 활용을 하도록 개방을 하죠."

 


개인적인 희생보다 제도의 뒷받침이 절실

  "당장 학습대백과사전 같은 기본도서와 옛날 동화책 등 일천오백여권의 구닥다리 책으로 채원진 현재의 도서실 환경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 낡은 책은 모두 버려 버렸습니다. 사실 도서관에 책이 워낙 없어서 버리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이정화 씨는 책을 모으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벌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먼저 도서관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 일간신문과 지역신문에 보도자료를 보냈다. 두 곳에서 모두 취재를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학교장의 불허로 취재는 못하게되고 이정화 씨가 보낸 보도자료를 기초로 일간신문에만 기사가 실렸다. 학교도서관 환경이 열악하니 도서를 기증해 달라는 기사가 나가면 주위로부터 "도대체 돈을 어디에 썼길래 이런 기사가 나가냐"는 추궁이 들어올까봐 교장이 취재를 못하게 한 것이다.
  그래도 그 기사를 보고 책을 기증해 주겠다고 연락해온 사람이 있었다.  남산법률삼소 임동진 변호가와 그 가족들이다. 책 목록까지 직접 만들어서 사전에 보내주는 정성까지 보여주었다. 보내준 책 모두 청각자애우가 보기에 좋은, 그림이 많은 책들이었고 우송료도 직접 부담해줬다. 책을 보내준다고 해도 학교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우송료는 고스란히 이정화 씨가 부담해야 할 형편이었는데 어떻게 상황을 헤아렸는지 그저 고맙기만 할 따름이다.
  이렇게 모아진 책을 이정화 씨는 김수경 교수의 도움으로 지난 겨울방학 대 본격적으로 정리작업을 시작했다. 자원활동 학생들을 데리고와 꼬박 일주일동안 도서실의 책을 분류하고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도와주었다. 학교에서 도서실 연료비도 주지 않아 추운 겨울을 전기난로 하나로 버티면서 이정화 씨는 한동안 몸살까지 앓았다.
  그렇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물도 있었다. 학교에서 도서관 도서 관리를 위한 컴퓨터 한 대를 받아냈다. 덕분에 이 컴퓨터에 전산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해에는 아이들의 도서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도서퀴즈대회를 열었는데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또 도서실 환경을 꾸미기 위해 학생들이 쓴 시를 시화로 만들어 액자에 전시했다. 이 액자에 들어있는 시들은 하나는 학생이 직접 쓴 그대로이고 다른 하나는 교사가 다듬은 것이다. 대부분의 청각장애학교에서는 교사가 다음은 것만을 전시하는데 이정화 씨는 학생들의 수준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도덕적인 차원에서보다는 이런 포장된 행동이 청각장애우위 언어능력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딜 가도 아이들 책만 눈에 들어와요. 청각장애학교에 그림책 보내기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자존심 때문에 자기 수준은 생각 안하고 그림책을 안 보려고 해요. 그렇지만 그림책이 어디 아이들만 보는 책인가요? 그림책은 고도의 종합예술책이에요. 문자를 해독하지 못하는 사람도 그림을 보고 상상할 수 있게 돼있잖아요. 그래서 청각장애 학생들 이 더 많이 봐야지요."
  이정화 씨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림책으로 기초부터 언어교육을 시켜보고도 싶지만 학교 끝나면 집에 가기 바쁜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기도 어렵고, 교과시간엔 수업시수라는 게 있어서 함부로 바꿀 수도 없다. "개인적인 열의만 가지고서는 안돼요. 개인의 희생위에 세운 결과는 무너지기 쉽죠.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해요. 독서교육도 마찬가지죠."
  청각장애 학생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정화 씨의 노력이 그이의 말처럼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특수교육계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사진/  노윤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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