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수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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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가 어려운게 아니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고 싶어 이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그 자신 청각장애우인 변승일(40) 씨가 수화전문 계간지 "아름다운 손짓"을 창간하고 최근 첫 호를 냈다. 2만부를 찍어서 배포하고 있는데, 모든 국민들이 수화를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간 취지에 맞게 현재 건청인들의 신청이 많아 보람을 느낀단다.
잡지 발행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변승일 씨는 청각장애우들 사이에서 장애우운동가로 이름이 높다. 농아복지회 전북지회장을 지냈으며, 농아청장년협의회 회장을 거쳐 현재 한국농아인권익수호대책위원장과 한국농아복지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변 씨가 청각장애우 인권운동을 한 것은 전북 익산에 있는 농아학교를 다니던 때부터였다. 뒤늦은 나이인 11살에 학교에 들어가 17살에 농아학교를 졸업했는데 그 때부터 숱한 시위를 주동했다.
"농아학교에 다닐 때 공부보다는 밭일을 많이 해야 했어요. 학교 선생들이 여학생들을 성추행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학교 분위기가 험악했죠. 거기다가 이중적인 양의 탈을 쓴 건청인들을 많이 보게 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동료 청각장애우들과 함께 시위에 나서 한때는 경찰의 수배를 받기도 했단다. 그후 변승일 씨의 시위는 청각장애우도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로,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수화 자막 방송을 해달라는 요구를 내걸고 진행된 최근의 시위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청각장애우 권익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변승일 씨는 완강한 벽을 맞닥뜨리게 됐다고 한다. 동료 청각장애우들은 정보에 어두우니까 자연히 활동 규모가 작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도 청각장애우들의 의사소통 수단인 수화에 대해 모르니까 청각장애우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청각장애우들의 요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청각장애우 당사자가 나서 국민들을 상대로 수화를 알자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생각의 결실이 4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수화 잡지 창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변승일 씨의 가정형편만 놓고 보면 도저히 잡지를 만들 형편이 되지 못한다. 변 씨는 부인도 청각장애우이고 세 자녀 중 막내딸만 빼놓고 나머지 두 자녀도 청각장애우이가. 다른 직업도 없어 정부에서 주는 생계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실정에서 변 씨는 부모님의 도움과 가까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 가까스로 잡지 "아름다운 손짓"을 창간했다. 순전히 사명감 때문이다.
"오래 전에 스페인을 세 번에 걸쳐 40일 동안 다녀왔어요. 나는 물론 스페인어를 할 수 없었죠. 그렇지만 그 나라에서는 국민들과 수화로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어요. 스페인 국민들은 대부분 간단한 수화를 알고 있었는데, 스페인 정부가 수화에 대한 홍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식당 종업원뿐만 아니라 경찰들도 모두 수화를 알고 있어서 체류기간동안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런 스페인 국민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수화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청각장애우와 대화를 할 때 비장애우들이 수화를 하지 못하면 최소한 글로라도 써서 대답해주는 성의를 보여주면 좋겠는데 오로지 말로만 대답해 주는 거예요. 청각장애우 입장에서는 정말 속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죠."
그래서 변 씨는 정부에서 하지 못하니까 자신이라도 나서서 전 국민이 수화를 알게 하자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수화를 알게 하려면 우선 사회 유명인사들이 수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변 씨는 유명인사들을 찾아 수화를 알려주고 그 모습을 잡지에 담았다.
그런 까닭으로 아름다운 손짓 창간호에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고건 총리, 여야 정치인들과 영화배우, 그리고 탤런트들과 스포츠스타들이 수화로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가득 담겨있다.
잡지 창간 외에 변승일 씨는 청각장애우 청년들을 위한 스포츠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금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 기금 마련을 위해 10원짜리 동전을 모으고 있는데 그의 사무실 곳곳에는 모금한 동전 자루가 쌓여있다. 스포츠센터 건립 외에도 세계수화박물관을 세우는 게 그의 꿈이란다.
"아름다운 손짓은 청각장애우의 자존심이죠. 이 잡지의 지속적인 발간을 통해 청각장애우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후배들에게 전달 해 주고 싶습니다."
변승일 씨는 자나 깨나 오로지 청각장애우들의 권익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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