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사람들 3] "한국, 참 오묘한 나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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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 사람들]피자헛 마크 실즈 사장
한국, 참 오묘한 나라예요
예전에 피자헛은 청각장애소녀가 수화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단아한 모습을 담은 광고를 한동안 방영한 적이 있다. 또 올 7월부터는 시각장애우고객들을 위해 점자메뉴판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광고의 주요 목적은 "시선끌기"의 한 수단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장애우를 등장시킨 광고를 제작하는 사례가 부쩍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자헛의 시도가 단순히 그 목적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단순히 다른 의사소통수단을 갖는다는 이유로 교육이나 취업기회에 있어서 제한당하기 일쑤인 청각장애들, 그들의 처지를 새롭게 발견하고 여러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는 제안의 의미가 더 강했던 것이다.
▲피자헛마크실즈사장 |
"말레이지아의 한 KFC점의 모든 직원은 청각장애우죠. 그래서 손님들은 말로 주문을 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적힌 버튼을 누르고 주방에서도 음식이 다 익으면 그것이 각각의 큰 벨소리와 색깔의 불빛으로 나타나서 착오없이 주문한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아무 문제될 것이 없죠."
그렇게 여러 동남아국가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다양한 직종에서 장애우를 많이 고용하는 모습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에 조금만 주위에서 도와주면 장애우들도 많은 일들을 능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장애우들에게 일회적으로 돈만 줄 것이 아니라 직업을 갖도록 돕는 것이 보다 근본적으로 도움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피자헛은 장애우를 많이 고용하지 않았다구요? 예, 사실 아직은 그렇죠. 그렇지만 미국의 많은 레스토랑에서 정신지체인들이 테이블이나 그릇을 닦도록 하고 있고, 싱가폴피자헛에서는 승용차를 타고 있는 승객에게 주문을 받는 일에 장애우를 고용하고 있는 것처럼 외식업체들도 충분히 많은 장애우를 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저희 회사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좀 더 지켜봐 주세요."
싱가폴피자헛의 고객서비스센터에서는 장애우들이 전화로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상담하고 있다. 그렇게 50여 명의 장애우를 고용한 공로로 1996년 말 싱가폴 정부로부터 피자헛이 장애우고용우수업체로 선정되기도 했기 때문에 그의 말이 면피용 답변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한국에 온지 1년이 채 안됐고, 생전 처음으로 대도시의 빡빡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그는 이곳에서의 생활을 꽤 즐기고 있노라고 얘기한다. 한밤중까지 불을 환히 밝힌 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서울의 거리를 걸어 재즈바에 가서 열광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거나 카메라를 들고 종로거리나 탑골공원의 노인들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 일은 그가 찾아낸 잔재미거리들이다.
마크 사장은 부임직후부터 한국말 배우기에도 열심이라고 한 직원은 일러준다. 그 실력은 "매주 선생님이 사무실로 와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서툴지만 끝까지 스스로 말할 수준은 된다.
조금씩 쌓여 가는 한국에 대한 애정 속에 장애우와 함께 하는 기쁨도 그렇게 조금씩 커갈 것이다.
글/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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