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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1] 우리도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다

장애우 문화공간 파수꾼 "그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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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우리도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다


장애우 문화공간 파수꾼 "그림상자"

 

 

  "가장 편의시설이 잘된 곳은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였고, 가장 안된 곳은 사울 브로드웨이 극장이었어요. 브로드웨이는 3층에 위치했으면서도 경사로는 물론 엘리베이터도 없고, 장애우용 화장실도 없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영화를 감상하고 관람한 극장의 편의시설을 평가하는 모임 "그림상자"의 회장 김동수씨의 평이다. 그림상자는 중증장애우들이 즐길 만한 문화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장애우들도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95년 네 명의 장애우 대학생들이 모여 시작한 모임이다. 편이시설 설치 정도를 평가한 결과를 극장에 알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극장관계자들과 영화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에게 장애우들도 영화를 볼 권리가 있고, 그들이 조금씩 신경을 쓴다면 장애우들이 지금 이토록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그림상자 회원은 34명이고, 그중 장애우가 15명이다. 물론 매달 중증장애우가 극장까지 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데려다 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장애우이동봉사대 "한벗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한벗회마저도 연락이 안될 경우에는 혼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그림상자의 한 회원은 혼자 미아리에서 시청까지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흔쾌히 도와줘서 지하철을 타고 모임장소까지 무사히 오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 사실을 알고 그림상자 회원들은 중증장애우들이 혼자 다니기엔 너무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는 영화감상 평과 편의시설에 대한 평가표를 각각 만들어 자료로 보관하고 있다. 이것은 회장 김동수씨의 아이디어다. "평가한 내용을 극장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할 만큼 우리 모임의 힘이 크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모임이 많이 알려지고 회원도 늘어나면 조사한 결과를 꼭 극장에 알려 중증장애우도 마음껏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런 그림상자의 회원들과 아무 거리낌없이 함께 극장 문에 들어설 그 날이 기다려진다.


글/ 함께걸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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