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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쉽고 재미있고 산뜻한 책을 만듭니다.

- 출판기획 대행사 ‘아리수’ 대표 임병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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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고 산뜻한 책을 만듭니다.
- 출판기획 대행사 ‘아리수’ 대표 임병주씨 -
고은경 (함께걸음 기자)

<목표는 베스트셀러(?)>
 임병주(39)씨는 요즘 자신이 직접 기획한 <신들의 반란>이라는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벌써부터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2백자 원고지 3천 8백 매 분량, 총 3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올 <신들의 반란>에 임씨는 근 6개월간 매달려 있다시피 했다.
 임씨는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한 내용”이라고 말하며 “신화에 나오는 어려운 지명과 이름 등은 삭제하고 신화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인간의 운명을 다시 들여다보고, 신과 인간의 관계도 재조명해 보았다.”며 작품을 설명했다.
 5월말 공간출판사에서 출판할 예정인 <신들의 반란>에서 쉽고 재미있는 소설로 재구성된 새로운 모습의 주인공들, ‘시지프스’와 ‘제우스’ 또 ‘프로메테우스’와 ‘에로스’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단 하루에만도 수십 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출판계는 재미있고 산뜻한 내용, 세련된 모양의 책을 독자들의 손에 쥐어주기 위해 어떤 경쟁도 불사하지 않는 듯하다. ‘베스트셀러’라는 고지를 향하여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해로 과언이 아니다.
 잘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한 출판사의 전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내부의 편집자들이 기획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외부인력까지 끌어들여 출판사내에 ’편집기획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하는 등 화제성이 있고 정치 사회문화적 흐름을 반영하는 그야말로 ’잘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
 기획과 원고제작을 주업으로 하는 출판기획대행사의 출현은 출판사 자체의 부족한 역량을 보충해 주면서 몇몇 출판물을 통해 그 실력이 입증되고 있다. 생긴 지 약 1년 된 출판기획대행사 ‘아리수’ 역시 최근 출판된 몇 권의 책을 통해 그 이름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곳.
 “한마디로 말해 원고 파는 장사예요. 가끔 출판사에서 자기네가 기획한 내용을 가지고 원고를 써달라고 청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팀에서 기획, 원고 샘플까지 작성해서 갖다 주면 출판사에서 채택하고 , 우리는 그 책이 출판되면 인세를 받는 형식으로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고료로 받고 마는 경우도 있지만요.”
 임씨는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기획한 책이 출판되었을 때 얼마나 잘 팔리느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기획된 내용에 맞는 출판사를 찾는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출판사 섭외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파릴ㄹ 만한 책이 없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실정이니까 말이다.
 기획단계에 있어 시장조사나 정보수집은 필수다. 대중의 요구를 정확히 읽는 것이 우선과제이기 때문에 사전에 서점관계자를 만나 기획의도를 말하고 선호도를 조사하기도 한다. 임씨는 “우리는 저술가 집단이 아니다. 요즘은 워낙 비슷한 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우선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아이디어와 기지가 번뜩이는 기획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탁월한 원고 만드는 사람’ 부족>
 현재 ‘아리수’에서 상근하는 사람은 모두 4명이다. 상근 형식은 아니지만 원고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6명 정도 된다.
 작년 6월 ‘출판기획 대행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문을 연 ‘아리수’는 임병주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기획실장이 1명, 기획위원이 2명이다. 출퇴근 및 일하는 시간은 자유롭다. 기획에 따른 원고마감 시간만 지키면 된다. 물론 원고작성에 있어 공동작업이 아닌 한 사람이 맡아서 했을 경우는 출판된 책의 인세 역시 개인의 수입이다. 그 수입에서 ‘아리수’의 공동운영기금으로 20%를 내놓으면 된다. 그 비용은 공동작업공간으로 마련한 사무실 임대료와 공과금, 공동물품구입비 등으로 사용된다. 임씨는 “인세 수입이 고정적이 아니어서 아직 현상유지도 급급하다.”고 말하며 대행사로서의 터를 굳히는 데 따르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1993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아리수’에서 기획하여 출판된 책은 약 10여권, <알기 쉽게 풀어본 금융실명제>(들녘출판사 발행), <나의 선택 행복한 결혼>(웅진출판사 발행),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다솔출판사 발행), <짧고 긴 사랑여행>(웅진출판사 발행), 번역서 <무엇을 보면 어떤 것을 생각한다.>(오월출판사 발행), <접촉>(지성사 발행) 등이다.
 지성사에서 나온 <접촉>은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데스몬드 모리스’ 원작으로 ‘아리수’의 기획실장으로 있는 박성규씨가 번역, 최근 서점 집계서 베스트셀러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책은 ‘아리수’ 기획물 중 히트한 상품인 셈이다.
 임씨는 “기획 아이템은 많다. 문제는 그 기획을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일단 기획안에는 소제목까지 잡아주는 경우도 많은데 그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을 수 있게 끌고 가는 원고작성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창작력과 문장력을 갖춘 전문 글장이가 딸린다는 그의 지적이다.

<80년대 제적, 한때 민통련에 몸담기도>
 광주가 고향인 임병주씨는 3살 때 감나무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쳤다. 어렸을 때 장에 때문에 3번이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지만 성장하면서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단다. 오히려 더 밝고 적극적으로 살아왔고 글쓰기를 몹시 좋아했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동국대 법대에 진학했으나 법공부는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학생운동으로 80년도에 제적을 당했으며 80년대 초에는 여기저기 출판사에 적을 두기도 했고 84년부터 89년까지는 민통련에서 홍보담당 일을 했다. 그리고 89년도에 결혼, 현재 두 남매를 자녀로 두고 있으며 작년에 일괄 복학조처에 의해 복학할 수 있었다.
 이제 중년의 문턱에 서 있는 그는, 그가 몸담았던 과거의 부분 부분 그리고 그의 청춘을 불살랐던 80년대 우리 사회에 불어 닥쳤던 정치적인 회오리바람을 이제 조금은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제 ,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대학시절에도, 재야운동시절에도 늘 자신의 몫으로 다가왔던 글쓰기로 새로운 삶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때 소설창작공부에도 열중했던 그는 몇 년 후에는 그가 겪은 과거의 경험을 여과시켜 이상적인 정치세계를 보여줄 ‘정치기획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출판기획의 이름을 빌어 두 아이를 둔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도 기획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그는 아이들이 개념을 쉽게 알 수 있는 ‘유아사전’을 기획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동화의 세계를 찾게 해 줄 ‘아빠의 추억이야기’를 엮은 책도 기획하고 있다.
 “출판기획 일은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겸업으로 할 생각이면 아예 집어치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 일을 함께 할 재능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고은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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