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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이 만난사람] "장애우에 대한 이중적인 사고 구조가 사라져야 합니다."

KBS 드라마 제작국 부주간 홍성룡

본문

[함께걸음이 만난사람]

 

"장애우에 대한 이중적인 사고 구조가 사라져야 합니다."

KBS 드라마 제작국 부주간 홍성룡

 

▲KBS드라마제작국부주간홍성룡

 대담; 신행식(사람의 소리 방송 KBS 제작 부장)

 

방송이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때마침 사랑의 소리 방송국이 설립된 것을 계기로 KBS 드라마 제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성룡 부주간과 사랑의 소리 방송 KBS 제작부장 신행식 씨가 만나 장애우와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일하는 데는 장애가 영향 미치지 않는다.

신행식: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홍 선배님은 지난 연말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셨는데요. 먼저 특별상을 받으신 소감부터 한 마디 해주시죠.

홍성룡: 제가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연기자들이 인정해 줬다는 것에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서 수상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신행식; 시상식 날 홍 선배님은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장애우에 대한 인식 얘기를 했는데요. 무척 인상 깊은 수상소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홍성룡; 특별상 받는 날, 수상 소식을 까맣게 모르고 집에 있다가 나오라고 해서 나가 특별상을 수상했고, 한마디 하라고 그러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제 장애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 얘길 왜 했냐면 그 전날인가 서울 난곡에서 장애우 시설이 들어선다고 주민들이 집단으로 항의 시위를 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자기들과 부딪치지 않을 때는 이해를 하고, 자기네 이해관계와 연결되면 철저하게 배척하는 이런 이중적인 구조는 빨리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인식 얘기를 했습니다.

신행식; 홍 선배님은 지금 KBS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국 부주간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어떤 드라마를 맡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죠.

홍성룡; 요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와 드라마게임" 그리고 "개성시대"를 맡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 세 가지를 맡고 있고 그 외에 드라마 제작국의 전반적인 일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신행식; 저는 78년도에 방송국에 들어왔습니다. 홍 선배니은 올해로 방송국에 몸 담으신지 몇 년이 되시는지요?

홍성룡; 75년도에 입사했으니까 20년이 넘었습니다.

신행식; 처음부터 드라마쪽 일만 해오셨습니까?

홍성룡; 처음 입사해서는 교양제작국에서 청소년 프로를 3년 정도 했는데 원래 뜻을 드라마쪽에 뒀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계속 드라마 쪽에서만 일했습니다. 장애를 가지기 전에는 대하드라마 "새벽"을 제작했었고, 그 전에는 "전설의 고향" 80편 정도를 연출 했습니다. 또한 "TV 문학관"을 20여편정도 제작했는데 이 프로를 맡아 하다가 장애를 가지게 됐습니다.

신행식; 장애는 사고로 가지게 되셨습니까?

홍성룡; 대개 보면 장애가진 사람은 교통사고 아니면 산재사고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의료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됐습니다. 처음 병명은 척추결핵이었는데 중추 6번 7번 사이에 염증이 생겨서 제거수술을 하러 병원에 들어갔다가 의료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행식; 비단 선배님뿐만 아니라 요즘 의료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이 들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성룡;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의료사로로 장애를 가지게 됐어도 감히 소송을 제기한다든지 그러지 못하고 병원에서 치료하고 합의해서 끝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율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거진 7년을 재판해서 다행히 승소했습니다.
신행식;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장애 때문에 어려운 적은 없으셨는지요?

홍성룡; 어느 분야에서도 몸이 일단 불편하고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은 조금 불편하다는 것뿐이지 그게 무슨 능력이라든지 정신적인 측면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일하는 데는 장애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행식; 바로 그 인식을 비장애우들이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홍성룡; 궁극적으로는 장애우라는 단어가 없어져야 합니다. 그 정도까지 가야 진정한 장애우 복지가 완성되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장애우란 용어 자체도 다른 사람들과 구분 짓는 차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행식; 사실 예전에 비해서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이식이라든지 관심이 많이 좋아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우에 대한 인식 문제를 가지고 20여년 전부터 부르짖었음에도 지금까지 큰 개선이 없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장애우에 대한 근본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방송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홍성룡;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이중적인 사고가 사라져야 해


신행식; 이제 저희 방송 얘기 좀 하죠, 저희 사랑의 소리 방송은 잘 아시겠지만 처음 설립 아이디어는 1993년에 서강대학교에서 냈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장애우 방송 설립의 필요성을 제가하다가 그 다음에 KBS랑 접촉을 해서 2년여 이상을 끈 끝에 작년 12월 20일에 개국을 했습니다. 저희 방송의 가장 큰 설립목적은 장애우들에게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장애우들에게 열린 마당을 제공해서 요즘 쉽게 얘기들 하는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데 있습니다. 이런 목표로 설립을 했고, 그런 취지에 맞게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방송은 하루 순수 제작시간이 10시간입니다. KBS가 4시간을 제작하고 있고 서강대학교에서 6시간을 제작하고 있죠. 홍 선배님은 바쁘셔서 여력이 없으셨겠지만 장애우 방송 설립을 계기로 해서 이런 방송 설립의 필요성을 평소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홍성룡; 내가 먼저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런 방송이 꼭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움직이는 데 제한을 받고, 그 다음에 경제적으로 많은 제한을 받고, 또 지금 정보화 시대, 정보화 시대 하는데 아무래도 정보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좀더 사랑의 소리 방송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합니다. 지금은 첫걸음 단계이기 때문에 특수 수신기를 장착을 해야 수신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별도의 채널이 있어 가지고 별도의 수신 장치가 없더라도 비장애우들이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돼야 비장애우들의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바꿔질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처럼 특수 수신기를 장착해야지만 들을 수 있는 채녈 가지고는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라는 아쉬움을 가져 봅니다.

신행식; 저희도 왜 굳이 특수 수신기가 있어야 하느냐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실은 저희도 타당성 검토 지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실은 저희도 타당성 검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AM 방송은 국제 무선연맹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도 있고, 이미 국제적으로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FM 채널로 돌렸는데 지금 현재 독립된 채널로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전국 20여 개소의 송수신 중계소에 별도의 송수신 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인력도 최소한 20여 명이 필요하고 그에 수반되는 운영비를 합치면, 기술적인 차원에서만 저희가 계산을 뽑아 보니까 150억원이 듭니다. 이 금액은 제작비를 뺀 금액인데, 제작비와 나머지 부수경비를 합치면 250억 내지 300억 가까운 돈이 연간 소요됩니다. 그 재원을 마련하기가 현재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홍성룡; 저도 같은 방송국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위가 있으니까 방송의 경영적인 측면을 보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특수 수신기가 필요 없어야 한다는 거죠.

신행식; 그렇게 되면 상당히 바람직하죠. 그렇지만 현재 여건상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소리 방송이 범장애우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일단 범위를 좁혀서, 지금 현재 시각장애우만 23만명으로 파악되는데, 시각장애우를 포함해서 활자 매체에서 정보를 얻기가 곤란한 장애우를 대상으로 방송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타 장애를 가진 분들은 신문구독이나 라디오 청취로 정보를 얻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종합편성이지만, 외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활자에 대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한을 해가지고 방송이 그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성룡; 저는 사랑의 소리 방송이 같은 장애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그런 장을 많이 마련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행식; 저희가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노령층도 장애에 포함해서 노인 프로그램도 하루에 두 시간 배려는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정보화 시대에 정보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끌어낸다. 열린 정보를 제공하다는 그런 방침을 가지고 있는데 홍 선배님은 평소 소외계층에 대한 방송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텔레비전 같은 경우는 짧은 시간이지만 청각장애우를 위해서 수화 방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성룡; 그렇죠. 지금 수화 방송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좀 더 확대돼야죠, 특별히 뉴스에서 잠깐 하고 장애우의 날에만 수화방송을 하는데,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편성돼 있는 방송으로 일요일 아침의 사랑의 가족이 있습니다. 이 프로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결국은 방송도 경제적인 수준과 같이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못 먹고 못 살던 육칠십년에는 장애우에 대한 배려 자체가 아예 없었죠. 지금 우리도 국민소득 1만불 시대가 됐다니까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점진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까도 말한 이중구조입니다. 어느 부분에서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기와 이해관계가 전혀 없으면 이해하는 척 하고 자기와 조그만 것이라도 관계가 되면은 완전히 외면하는 이런 이중적인 사고구조가 시급히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장애우의 상대적인 박탈감 심각


신행식; 이중구조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을 합니다. 객관적으로 남의 일인 양 제 3자의 입장에서 물었을 때는 굉장히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데, 내 당사자에게 관련된 얘기를 했을 때는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곤 하죠. 그게 바로 이중구조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편의시설 문제만 해도 서울시내 대형시설의 경우 편의시설을 갖추게 돼있지만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검사가 떨어지는 것이 절대 다수라는 것입니다. 그런 것도 말하자면 집행하는 기관들이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중구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방송도 계기가 있어야 장애우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장애우들의 의견들을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마침 방송 얘기가 나왔으니까 드리는 건의인데 홍 선배님이 제작하는 텔레비전 드라마에 장애우가 많이 등장하면 그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홍성룡; 그 부분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조심스럽냐면 장애우를 잘못 그려놓으면 희화화 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다 보면 오히려 장애우에 대한 이해가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방영된 한 드라마를 보니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지게 된 주인공이 옥상에 올라가서 혼자 난간까지 기어 올라가 자살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물론 다친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그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저처럼 거동을 못 하면 웬만한 팔 힘 가지고는 난간까지 못 기어갑니다. 드라마니까 시청자들은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저건 거짓말이다."라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정보가 시청자에게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장애우를 드라마에 등장 시키려면 먼저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데 방송인 입장에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드라마의 경우 한 연출자에 한 작가가 매주 써내야 하니까 장애에 대해 연구하고 이해할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작가들이 귀동냥으로 들은 걸 그대로 쓰고 연출자들은 작가가 써준 대로 연출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때문에 드라마에 장애우를 등장시키려면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신행식; 저도 장애우들을 만나보면 방송에 대한 불만스러운 요소가 방송에서는 항상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 그야말로 초인적인 노력을 해서 성공한 사람만 부각시키기 때문에 도저히 거기에 갈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은 외면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몽땅 남 보다 두 갑절 세 갑절 철인 같은 노력을 해서 성공을 해야지만 부각시켜 주고 평범한 사람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묻힌다. 따라서 저런 사람도 있는데 너는 뭐 했냐 그래가지고 위축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방송이 항상 성공사례, 극복사례만 보여주니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거죠

홍성룡; 텔레비전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드라마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어야지 만이 드라마본래의 재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드라마틱한 요소만 찾을 것이 아니라 특징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담담하게 그려놓는 것에서도 감동을 많이 받거든요. 지금 신 부장이 얘기한 대로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더라도 일상을 그리는 걸 통해서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행식; 잔잔하면서도 우리와 똑같이 살고, 불편하면서도 우리와 사고방식이나 인식의 무슨 차이 없이 담담하게 사는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게 보일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년 한 해에도 바쁘실 텐데 특별히 계획하고 계시는 좋은 드라마라도 있는지요?

홍성룡; 금년엔 가장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추세가 삶의 질을 따지고 하니까 레포츠와 드라마를 접목시킨 레포츠 드라마를 기획해서 제작해볼까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행식; 레포츠 드라마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데요. 흔히 레포츠라면 아직도 생산적인 면 보다는 약간은 소비적인 면에서 파악되고 있는데 레포츠도 재생산하는 그런 개념에서 드라마가 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사진/ 이정율 기자
정리/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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