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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노래 같은 삶의 이야기

장애우 가수 김연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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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노래 같은 삶의 이야기
장애우 가수 김연택 씨

 

 

▲장애우가수김연택씨

 

밝고 행복한 이야기를 담아
  장애우 가수 김연택, 그와 처음 마주치게 되는 사람은 건강한 젊은 청년이 한 다리와 목발로 걷고 있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그와 이야기를 해보면 목발이 갖고 있을 만한 아픈 사연들을 모두 묻어버리는 그의 환한 웃음을 잊을 수 없게 된다.
  목발이 갖고 있는 사연과 그 속에서 빛나는 그의 환한 웃음의 비밀을 우리는 그가 엮어낸 책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뚝딱뚝딱! 세상은 내부수리중" 조금쯤 엉뚱하게 느껴지는 이 책 제목은 91년 그가 잠시 경영했던 카페의 이름인 동시에 이 험한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사랑으로 고쳐나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고 세상을 향해 그가 내건 안내판이다.
  "94년도에 MBC 라디오 김한길의 초대석이라는 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택시 안에서 방송을 들은 출판사 사장님으로부터 책으로 출판해 보자는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글쓰기라는 낯선 작업을 해야 된다는 것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글을 통해 이제 서른을 넘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30년 남짓 제가 살아온 길을 통해 장애를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장애가 결코 자신과 먼 일이 아니며 장애인과 한 공간에 있을 때 갖게 되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가 이번에 책을 쓰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독자들의 선입견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장애인이 썼다는 것만으로 불행하고 어려운 삶을 토로하는 우울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불행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우울할 수밖에 없는 내용도 밝게 쓸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는 자신이 비록 숫자상으로는 장애등급 2급2호의 중증장애우이지만 생활 속에서 불편한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글을 통해 들여다 본 그의 생활은 읽는 이가 한 두번쯤 어이없이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한발로 타는 자전거
  한쪽다리로 서야만 하는 그의 인생이 결정된 것은 네 살 무렵 지금까지도 그의 삶터가 되고 있는 안양에 햇살이 너무나 따스한 날이었다.
  개구쟁이였던 그는 설거지하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네살박이인 그를 덮친 커다란 버스는 그의 왼쪽다리를 허벅지 한 뼘 정도만 남긴 체 빼앗아 가 버렸다. 그리고 1년 동안의 병원생활을 거친 후 결코 평범할 수 없는 그의 인생이 시작된다.
  "제 사고의 충격으로 어머니는 내내 몸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재작년 돌아가실 때 까지 어머니는 평생을 제 고통과 함께 하셨습니다."
  94년도에 그는 석 달 차이로 부모님의 임종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쓰는 내내 두 분을 향한 그리움과 아픔을 되새겨야 했다.
  아픔으로 시작된 어린시절 하지만 무슨일이든 일단 부딪혀 본다는 그의 의지는 쓰러질 듯 불안한 걸음을 걷는 그를 항상 일으켜 세웠다.
  "한쪽 다리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목발만 있으면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주 넘어져서 다치곤 했지만 절대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의 의지로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일도 있었다. 미술시간이 있는 전날에는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그림을 좋아한 그였지만 트럭 운전으로 생활을 이끌어 가시는 아버지를 보면 미대진학은 결코 허락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린시절 겪었던 어떤 어려움보다도 그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회상한다.
  그 후 공부에 흥미를 잃은 김연택 씨는 타과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잡기 시작한 기타를 들고 생음악을 하는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디자인 학원에 다니면서 새로운 인생의 비상을 꿈꾸던 그에게 광고회사에서 일한 일년은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좋지 않은 기억만을 남긴 채 끝이 났고 그림을 향한 그의 희망 또한 끝이 났다.
  결국 그는 기타를 매고 본격적인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안양을 중심으로 한 다운타운가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그가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도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자전거 전국일주 거리모금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한발로 자전거를 타는 그의 모습은 장애를 갖지 않은 보통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는 첫해 25일간 백만원 남짓한 돈을 모급하게 되었다. 그 후로도 93년까지 그는 두 차례나 더 모금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93년 SBS방송국에서 개최한 "장애인 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아시아 장애인 음악제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면서 김연택 씨는 본격적인 가수로 사람들 앞에 서게 된다.
  그 후 비록 한 장의 음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이지만 아시아 장애인 음악제가 인연이 되어 그는 일본 고오치와 미야자끼에서 초청 순회공연을 갖기도 했다.
  가수로서 한걸음 더 가까이 사람들과 마주서게 된 것이다.
 

그늘진 곳을 밝히는 노래
  그는 현재 안산과 가리봉동을 오가면서 세 군데 업소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노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 음악과 노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한 업소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돈 몇 십만원에 "얼마짜리 가수"로 전략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그는 노래를 해왔다. 그리고 고독한 무명가수의 생활은 몇 번이나 그로 하여금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세상 모두 듣지 않아도 단 한사람 언제까지나 그의 노래를 들어줄 사람을 만났기에 그는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그가 황은주 씨를 만난 것은 91년 그가 경영하던 "세상은 내부수리중" 이라는 카페에서 직접 노래를 할 때였다. 그리고 9년이라는 긴 시간 조용히 사랑을 키워가는 두 사람 앞에 그의 장애로 인한 부모님의 반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작년 6월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요즘 그는 일주일 중에 3일 정도 양재동 녹음실에서 음반제작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섯명의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함께하는 "프로젝트" 그룹의 첫 노래집에서 2곡 정도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게 될 그는 곧이어 개인음반도 제작할 예정이다.
  "사람들이 장애우가 책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책을 썼는데 그가 노래하는 장애우였다면 제 장애보다 제 책이 더 의미있게 평가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김연택 씨는 "저처럼 다리 하나가 없는 사람과 함께 신발을 사러 갔을 때 "한 짝은 필요 없겠네요"하고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마음 , 그것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그늘진 땅에 따뜻한 햇볕 한줌 될 수 있는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오늘도 한손에는 목발을 한손에는 기타를 들고 힘차게 걷는 그의 걸음에 "세상에 내부수리"가 끝날 날에 대한 희망을 담아본다.
 

글/ 김성연 기자

 

작성자김성연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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