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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일본장애우기본법, 전진은 이루었지만 아쉬움 남아”

일본 전국장애자해방운동연락회의 의장 구스노끼 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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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장애우기본법, 전진은 이루었지만 아쉬움 남아”
일본 전국장애자해방운동연락회의 의장 구스노끼 도시오
이태곤 (함께걸음 기자)

일본 장애우 운동은 어디로 갈 것인가. 올해 4월 개정된 일본 ‘장애자기본법’으로 인해 일본 내 장애우 운동이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장애우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명기하고, 장애대상범위의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이 향후 일본 장애우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 일본 ‘전국장애자해방운동연락회의’(약칭 전장연)의장과 일본 DPI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구스노끼 도시오씨(南民雄·48세)를 만나 들어보기로 한다. 구스노끼씨는 시각장애우로 본지에 번역 연재됐던 ‘장애해방이란 무엇인가.’의 저자이며 90년 12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에 와 ‘장애해방을 위한 운동의 세 가지 원칙’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진 바 있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9월 29일 일본 동경에 있는 선라잇장애자복지회관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혀둔다.

 - 먼저 이번에 개정된 일본 장애자기본법의 개정과정과 이 법의 주요 취지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 법의 개정되기 전 일본 장애우 관련 법의 명칭은 ‘심신장애자대책기본법’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심신장애자 대책 기본법’의 목적이라는 것이 마치 범죄자가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갔다가 복귀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장애우에 대해서 갱생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라는 표현을 쓰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도 장애우가 사회에서 비장애우와 같이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고. ‘어떻게 하면 장애우가 태어나지 않게 하는가.’ 라는 발상 하에서 발생예방이라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법을 비판하고 반대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법이 개정이 됐는데, 우리 당사자들도 그렇게 빨리 개정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이 법의 개정과정을 말씀드리면 그동안 일본 국회 안에는 참의원 의원 중에 휠체어를 타는 야시로 라는 의원이 있었고 올해 초에 사회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간 후리 라는 시각장애우 의원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일본 정부 관료들하고 상의를 해서 개정안을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저희가 이런 점을 고치면 좋지 않겠는가, 라고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은 채 개정안이 제출되고 통과됐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번 개정안이 과거 법에 비해 전진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운동으로서 우리들이 법의 개정운동을 전개하기 전에 의원들끼리 그냥 안을 마련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 이번에 개정된 법안의 핵심내용과 말씀 중에 개정안의 제정과정에서 장애우 운동 단체들이 건의안을 낸 게 있다고 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이번 개정안의 평가할 만한 첫째, 법률의 목적에서 장애우의 자립과 사회참가를 분명하게 명기했다는 점에서 큰 전진이 됐다고 보여집니다. 두 번째는 법률 적용 대상 장애우를 확대했다는 점인데, 정신질환 장애우와 간질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많은 난치병에 걸린 사람을 장애우로 규정함으로써 장애의 범위를 확대시켰다는 점이 평가를 받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에 ‘장애우 시책협의회’라는 것을 구성하도록 해서 거기에서 장애우에 대한 기본적인 복지정책을 세우도록 의무를 지웠습니다. 그리고 기본 계획을 만들 때는 장애 가진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점을 명기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과거 법에 비해서 전진한 내용인데 이번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또한 적지않은 게 사실입니다. 첫째 이번 개정안에는 장애우들의 자립과 사회참가가 권리라는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법의 대상이 되는 장애우의 범위도 미국ADA(장애를 가진 미국인을 위한 법) 식으로 더 확대했어야 됐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공적인 기관 및 공공성이 강한 단체나 직장에서 장애우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차별을 금지 시키는 것, 그러니까 차별금지조항을 설치하라고 건의했는데 그것도 안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로는 자신이 스스로 자기의 의사를 표명하기 어려운 장애우들, 예컨대 정신지체나 중증장애우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제 3자 기관을 신설하라고 요구했는데 이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다섯 번째로 정부가 장애우에 대한 정책을 만들거나 시행할 때에는 현재 유엔 같은데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과반수가 장애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지만 그것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현재 일본에서 실시되고 있는 장애우 복지정책을 보면 아무래도 핵심 정책이 연금제도인 것 같습니다. 연금제도 외에 그에 필적할 만한 다른 복지정책이 있는지, 그리고 연금제가 정착된 것은 언제쯤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1987년에 법이 대폭 개정돼서 그때부터 장애우 연금이라는 형태로 연금이 지급됐습니다. 그전까지는 중앙국가의 돈으로 수당이라는 형태로 소액의 돈이 지급되고 있었는데 대폭 개정이 되면서 노동자들에게서 각출한 돈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으로 장애우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 액수도 대폭 상향 조정돼서 1급 장애우가 한 달에 8만엔(우리나라 돈으로 64만원)정도, 2급은 6만엔(우리나라 돈으로 48만원)하는 식으로 연금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연금으로는 주택 임대비와 생활비가 워낙 비싸 장애우가 혼자서 자립생활을 영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일본 정부에서 연금제도 외에 중요한 장애우 복지정책으로 거동이 어려운 장애우들을 위해 유료 ‘홈 헬파’(가정 봉사원) 제도를 충실화 시키겠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일본 정부는 뒷짐만 지고 이 정책의 시행을 지방자치단체에 거의 다 떠넘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의 반을 대라고 떠맡기고 있으니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계정이 없다. 봉사원이 모이지 않는다. 하는 식으로 핑계를 대고 정책의 시행을 외면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장애우가 부모나 시설에서 벗어나서 지역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려고 할 때 보호하는 사람이 부족해 애를 먹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말이 나온김에 일본의 장애우가 처해 있는 어려운 현실을 두 가지 언급해 보면 하나는 장애우에 대한 주택정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일본 주택은 너무 좁아 가지고 휠체어를 타고 집에서 생활할 수가 없고, 민간주택은 장애우의 입주가 거부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편의시설 역시 각 역마다 에스컬러이터는 많이 늘어났는데 휠체어 탄 사람한테는 엘리베이터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설치가 되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두 번째는 장애우 고용 문제인데 일을 원하는 장애우가 굉장히 많은 게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중증장애우 일수록 더 고용이 안되고 있습니다. 고용 기피는 대기업일수록 더욱 심한데 고용납부금이라는 것이 있어서 5만엔을 내면은 장애우 한 사람 채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도망갈 구멍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장애우를 고용하기보다 5만엔 내고 말지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게 또 문제입니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일본 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 연금제도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불합리한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 장애우 운동은 어떤 일을 해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구스노끼 씨 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항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작년에 캐나다에서 반차별 국제대회가 열렸을 때 일본에서 처음으로 70여명의 대표가 참가했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장애우이기 전에 먼저 인간이다. 라는 점을 부각시켰고 그게 계기가 돼 ‘장애우 동지회’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활동을 하려다 보니까 장애가 가벼운 사람이 중심이 되기 마련인데 그런 점이 있기는 하지만 장애 문제 또한 차별에서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차별 운동을 활기차게 벌여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가 의장으로 있는 전장연은 첫째로 ‘지혜늦음’(우리나라의 정신지체 장애우에 해당)장애우들을 조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에는 지역마다 작업소(자립작업장)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작업소에는 봉투 붙이기 등 단순작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저는 그런 곳에 틀어박혀서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의미기 매우 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보다 그런 작업소의 활동 공간을 거점으로 장애우들이 더 지역으로 나와가지고 다른 사람들하고 교류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령 큰 행사 같은데 참여한다거나 활동하고 있는 작업소를 묶어가지고 여러 가지 제도를 개선하는 운동을 한다든가 하는 장애우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작업소를 묶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통합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본 문부성의 장애우 교육방침은 분리해서 교육해야 한다는 게 기본방침인데 장애우들도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장애가 없는 아이들과 어울려서 살아야만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장애아들이 장애아들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고 장애우 자신도 차별에 지지 않는 강한 아이들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끼리만 따로 모여 공부를 하면 교육은 효율성을 가질지 모르지만 결국은 온실같은 데서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네 번째로는 국제연대인데 일본에 있는 재일 외국인 장애우는 지금까지 일본 장애우들이 받고 있는 연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차별을 없애자라는 운동을 벌여오고 있는데 세금을 내면서도 권리는 없다는 이 상황은 당연히 불이익이기 때문에 연대하는 입장에서 같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연대의 한 부분으로서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 요즘 장애우들이 습격을 당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 네오나치의 발호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독일에 우리가 가서 거기 장애우 단체와 교류를 가지고 조사단을 구성해서 실태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일본의 장애우 복지나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갈 것인지에 대해 언급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일본 장애우 운동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고민하면서 운동이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존재양식이라든가 정치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그런 포괄적인 부분까지 장애우 운동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포괄적인 사회 문제들을 통해서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에는 천황제가 있는데 천황제의 경우 천황제가 있음으로써 재원의 막대한 낭비를 부르고 있고, 그리고 중요한점은 천황이라는 높은 사람을 둠으로써 그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써 차별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애우 운동이 천황제를 폐지시키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국제 공헌이 최근에 얘기가 많이 되고 있는데 자위대가 해외에 나가가지고 공헌을 한다고 하지만 그게 점점 불감증 비슷한 것이 되어 가지고 민간인을 잘 관리를 해야 한다는 군국주의를 재현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는가, 이 부분도 상당히 우려되는 점입니다. 또한 일본 사회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가 굉장히 심해서 북핵 문제가 대두됐을 때 민족의상을 입은 조총련 계열 학교 여학생이 테러를 당하는 일들이 일어났는데 이런 부분까지 장애우 운동이 같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근본적으로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사회에 장애우 운동이 근본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장애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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