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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연극 연출가 김창률

"장애우 현실을 다룬 연극을 무대에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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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연출가 김창률
"장애우 현실을 다룬 연극을 무대에 올리겠다"


  서울 대학로에 가면 "바디페인팅"이라는 수상한 제목의 연극을 만날 수 있다. 얼핏 제목과 포스터에서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이 연극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벗기기 연극"의 아류임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실제로 눈요기를 하기 위해 많은 관객이 이 연극을 찾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 여자의 나신을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 연극은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제목과 포스터만 야할 뿐 이 연극의 내용은 결코 야하지 않다. 오히려 장애우 문제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관객은 이 연극을 보면서 장애우의 아픔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연출가로 데뷔하다.
  이 연극은 한 여인을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애증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연극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은 바로 목발을 짚은 장애우 화가이다. 장애우 화가는 자신의 장애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는 게 이 연극의 중심 줄거리이다. 그런데 이 얘기는 결코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장애우의 입장에서 보면 주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소재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얘기를 평범하지 않게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한 재능이다. 적어도 극을 쓴 작가나 연출자가 장애우가 아니라면 흉내는 낼 수 있을 지언정 밀도 있는 장애우의 심리묘사는 할 수 없다.
  이 말은 이 연극이 김창률(31세)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장애우 화가처럼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장애 당사자인 김창률 씨는 이 연극의 얼개를 직접 짜고 연출을 맡음으로써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연출가로 데뷔했다.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누구나 대부분 자기 얘기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통설을 뒷받침하듯 그는 연출 첫 작품으로 자기 얘기를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사실을 얘기하자면 그가 자기 얘기를 무대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이다. 그는 90년 겨울 동숭아트센타에서 극단 작은 사람들이 무대에 올린 "종이로 만든 아이"의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한 경력이 있다. 당시 "종이로 만든 아이"는 대학을 갓 졸업한 장애우의 취업과 이성문제를 다뤘다. 이번 연극에서 바뀐 게 있다면 주인공이 이십대 초반의 장애우에서 삼십대초반의 무명화가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일 뿐 그가 말하고자 하는 얘기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도 이번 연극이 "종이로 만든 아이"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무기로서의 연극
  그가 연극에 입문한 것은 올해로 8년을 헤아린다. 그는 한신대 신학과 2학년에 재학할 무렵인 86년, 우연히 학내에서 열린 마당극을 보고 큰 감명을 받는다. 원래 소설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때부터 연극의 밑그림인 희곡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배우기 위해 한신대를 자퇴하고 대한신학대 국문과에 편입했다. 대신대를 다니면서 연극 동아리를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87년 예술극장 한마당에서 연 민족극단 제 1기생으로 수강생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이어 공연 아카데미 수강생으로도 참여해 연극에 깊숙이 발을 담근다.
  그가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87년 말이다. 그는 희곡을 쓰려면 무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극단 "성좌"의 스텝으로 들어간다. "성좌"에서 그가 한 일은 음향담당이었다. 그는 그 일을 4년여 동안 했다. 그가 음향기사로 연극판을 기웃거릴 무렵인 90년.  그는 앞서 언급한대로 "종이로 만든 아이"의 극본을 쓰면서 처음으로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이 장애우이면서도 일반학교를 나오고 , 비장애우들 틈새에서 살아 장애우 문제를 몰랐는데 이 연극의 극본을 쓰면서 자신이 장애우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 사실을 안 순간 그는 장애우들의 아픈 현실을 몰랐다는 것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당연히 그때 이후 그에게는 연극의 화두로 장애우들의 힘든 현실이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는 92년 "성좌" 전용소극장이 생기게 된 것을 계기로 "성좌"측에서 월급을 받는 정식 직원으로 남아달라는 제의를 뿌리치고 "무대를 알고 싶어서 성좌에 들어간 것이지 직업을 가지려 성좌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기에 극단 "우리극장"으로 적을 옮겼다"
그는 극단 "우리극장"에  몸담으면서 그동안 다섯 작품의 조연출을 맡았다. 그가 가장 최근에 조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린 작품은 올 봄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된 호쿠스포트스(독일어로 마술사가 외우는 주문)이다.
  이제 당당하게 조연출 딱지를 떼고 한 명의 연출가로 데뷔한 그, 그에게 연극은 어떤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을까, 그는 그 흡인력을 이렇게 얘기한다."첫째는 부딪치는 과정이 재밌어요. 불완전한 사람들이 완전한 것을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죠. 두 번째는 추하고 아름답지 못한 인생을 갈아엎을 수 있는 무기로 연극이 역할을 할수 있다는 겁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연극으로 장애우의 열악한 현실을 갈아엎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장애우의 현실을 다룬 연극을 계속무대에 올릴 참이다. 앞으로 그의 연극에 등장하는 장애우는 나이가 먹으면서 상황만 바뀔 뿐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언제나 똑같을 것이다. 그건 이 땅에서 장애우에 대한 차별이 완전하게 없어지는 그 날까지 변함 없을 것이다. 그의 앞으로의 작업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태곤/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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