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시각장애우 최초로 장편소설 낸 공원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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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우 최초로 장편소설 낸 공원호씨
서울 맹학교를 졸업하고 1987년 시집「님에게」를 낸 시각장애우 공원호(48세)씨가 우리나라 시각장애우가 낸 소설집으로는 첫 손가락에 꼽힐 장편「신의 낙엽」을 지난 달 상제했다. 공원호씨에 따르면 그는 이 소설을 20대 초반부터 쓰기 시작해 지난 1988년에 완성함으로써 무려 25년여를 이 소설을 쓰는데 바쳤다고 한다.
현재 서울 강남에서 지압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 소설에서 "시각장애우의 비장애우에 대한 열등의식과 내면세계를 그리려고 했다"고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의 또 한가지 특징은 곳곳에 시각장애우의 특수한 심리 묘사와 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5살 때 실명한 그는 꿈을 꿀 수 없어 할 수 없이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중도실명자를 만나기만 하면 꿈에 대해 물어보고 독자적으로 꿈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
"어떤 시각장애우 한 명이 꿈을 꾸면 사람의 모습은 보이는데 얼굴이 안 보인다고 그래요. 이 이야기를 듣자 잡히는 게 있어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이란 책을 읽어봤어요. 그 책에서 프로이드는 꿈은 과거의 기억을 소재로 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는데 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어요. 나는 중도실명자가 꾸는 꿈이야말로 프로이드의 학설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그 이야기를 썼죠."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은 중도시각장애우인 주인공 허빈이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 큰 줄기인 것으로 읽히는데 정작 공씨는 "주인공 허빈이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가는 게 아니고 잃어버린 자신의 옛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라고 작품의 줄기를 설명하고 있다 소설의 결말이 허빈의 꿈속에 나타났던 얼굴이 자기 얼굴이었다는데서 끝나는데 이런 결말에서도 보듯 주인공 허빈은 "여자를 사랑한 게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한 것"이라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이런 결말이 공씨의 장애우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우는 순수하게 남을 사랑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기를 더 원하기 때문이죠. 이 말은 자기 자신을 그만큼 더 사랑한다는 거예요."
「신의 낙엽」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된 이유를 "인간은 모두 신의 갈비뼈에서 나온 꽃 같은 낙엽이다"라는 말에서 찾았다는 그는 시각장애우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 혹시 자전적인 이야기냐고 물어보자 감정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시와 소설을 함께 쓰고 있다는 그는 지난 1987년에 생긴 한국맹인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요즘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인간의 내면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작품을 쓸 것"라고 각오를 밝혔다.
글/이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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