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이야기] 엄마, 나도 하고 싶어요. > 함께 사는 세상


[함께 나누는 이야기] 엄마, 나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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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들 홍주는 평상시에도 호흡이 곤란하다. 항상 가래가 차있는 것 같다. 친척들이 많이 모였을 때 홍주 곁에 자는 사람은 언제나 불평이다. 시끄러워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고. 홍주는 아주 어려서부터 감기를 자주 앓았다. 홍역 예방주사를 분명히 맞혔는데도 홍역을 앓았다. 소아과 의사는 홍주의 기관지가정상인에 비해서 좁기 때문에 늘 감기 중세가 있고, 오래되면 폐렴이 된다고 한다.
  홍주가 9살 때 폐렴으로 입원을 하였는데, 완치가 되었는데도 퇴원을 시켜주지 않았다. 정상인이 아니라 하여 조심스러워 그러는 것이다. 이비인후과 의사와 상의하여 편도선과 아드레날린을 절제하기로 하였다. 예약된 입원날짜에 모든 준비를 갖추고 병원에 갔다. 그런데 홍주가 정상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을 꺼려하는 것이다. 마취에서 혹 깨어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에서였다. 마취과 의사와 면담을 하니 소아과의사의 허락을 받아오라고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이들 의사들이 우리 홍주같은 몽고리즘 체질에 관하여 매우 무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의사는 "구태여 수술을 할 필요가 있느냐. 그럭저럭 살다가 가라고 그러지"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나는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혼자 울기에는 모자라서 홍주 학교 학부형들에게 연락하여 같이 울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을 중시하고, 그 생명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친다"는 요지의 선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홍주같은 아이들은 그들의 "모든 생명"에서 제외된다는 말인가 !
  홍주와 함께 병원에 다니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정신지체아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의사가 정신지체아에 대해서도 잘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의과대학, 치과대학에 정신지체아에 관한 과정이 개설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우 전문병원은 있지만 여기에서도 우리 정신지체아는 소외된다. 일반 다른 장애우와 정신지체는 구별되어 문제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별하지 않으려는 데는 우리 정신지체 부모들에게도 그 책임의 일부가 있다. 정신지체우만의 대정부창구를 만들면 수적 열세로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른 모든 장애 우들과 뭉치려고 한다. 정신지체를 제외한 시각, 청각, 지체 등은 신체의 장애이지 지능은 정상이다. 그러므로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홍주는 이를 잘 닦지 않으려 한다. 또 닦아도 잘 되지가 않는다. 이가 바르지 않고 제멋 대로이다. 그래서인지 많이 썩는다. 동네 치과에 가면 맞는 의자가 없다. 또 기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거부를 한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신지체아들을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즈음 홍주가 우리 가족이 된데 대하여 신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 가정은 홍주가 있으므로 웃는 일이 많다. 언젠가 비가 오는 날이었다. 아침에 홍주에게 우산을 들려 보냈지만, 마침 내가 집에 있는 터라 데리러 나갔다. 홍주가 통학차에서 내리면 횡단보도를 건너야 집으로 올 수 있다. 내가 나갔을 때는 홍주가 차에서 이미 내려 횡단보도 저쪽 편에 서 있었다. 신호등이 빨강 색이라 바뀔 때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는데도 홍주는 우산을 접어서 들고 있었다. 우산이 고장이 났나? 하며 건너오기만을 이쪽 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홍주는 재빨리 우산을 펴들고 걸어왔다. 나는 너무 놀랍고 우스워 홍주에게 물었다.

  "홍주야, 너 신호등 기다릴 때 왜 우산을 접었니?"  "빨강 색이야. "
  대답은 간단했다. 빨강 색일 때는 걸어가면 절대로 안 된다고 가르쳤다. 빨강 색일 때는 반드시 모든 것이 쉬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니 홍주는 우산까지도 쉬게 한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홍주의 순수를. 우리 비장애우들은 그러한 순수성을 상실한 채 그 자체를 느끼지도 못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홍주를 보면서 나 자신을 반성한다.
  홍주는 이제 15살이 된다. 사춘기 징후가 나타난다. 혼자만 있으려 하고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는 학교도 가기 싫어한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도 받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홍주의 성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지능이 남보다 뒤떨어진다 하여 생리현상까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문제는 몹시 복잡하고 심각하다. 홍주 혼자 해결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 여자가 있어야 한다.  많은 정신지체아 엄마들은 성문제가 비장애아보다 더 빨리 온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비 장애아들은 사춘기의 고민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감추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여자 애들은 월경을 하는데, 그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그 기간에는 학교를 결석하게 하고 집안에 두는데, 집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남자형제들 앞에서 낮이 붉어질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또한 어디에 나가서 상대가 누군 지도 모르는(또 안다 하더라도)임신을 할까봐 걱정이다.
  우리 엄마들로서는 정신지체아들의 성문제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이를 각 가정에서 해결하기에는 더 힘들다. 그렇다 하여 그대로 방치하기에도 실제로 드러나는 문제를 생각하면 심각하다. 본능적인 해결을 못하여 아무데서나 부빌려고 한다. 아주 엄격하게 억제시키면 성격이 이상해진다.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현재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교육제도는 대부분 사립인 특수학교가 있다. 여기에는 초등부(6년), 중등부(3년), 고등부(3년)가 있다. 그 다음으로 장애우복지관에 개설되어 있는 직업교육원이 있다. 1∼3년 기간으로 취업을 목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위의 모든 교육은 전부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학교는 정원이 엄격하여 누구나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상급 교육 기관으로 갈수록 점점 문이 좁아진다. 이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설치되어 있는 교육을 다 받는다면 23살 정도 된다. 이중 극히 일부는 취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인 그 이외의 정신지체아들은 갈 곳이 없다. 부모는 이미 늙고, 비장애우 형제들은 출가하여 거의 혼자서만 집에 있게 된다. 아이들은 운동이 부족하여 살만 찌고 눈동자는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반드시 돈벌이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군데에서 평생복지시설이라 하여 그 아이가 죽을 때까지 돌봐주기로 하고 기천만원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우리 엄마들은 그토록 엄청난 거액을 준비하기도 어렵거니와 또 준비하여 맡긴다 하더라도 가끔 매스컴을 장식한 보호시설 비리 문제 때문에 안심이 안 된다.
  따라서 생각이 깊은 몇몇 엄마들은 10∼20명씩 모임을 만들어 땅을 사고, 그 곳에 집을 짓고 작업장을 만들려고 준비중이다. 이미 집을 짓는 단체도 있고, 이제 땅을 확보해 놓은 모임도 있다. 나도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하고 주위의 엄마들에게 얘기하였더니 의외로 호응이 커 35명이 모였다. "한솔회"라 명명하여 다섯 번째 모였다. 한솔회를 만들고 보니, 어려운 문제는 자금과 그 관리이다. 우리는 5년 정도 계획을 세워 돈을 모으려 한다. 그 후 땅을 사서 집을 지어 우리 아이들을 살게끔 하려 하는데 그 관리를 누가 할 것인가? 그게 문제다. 돈 문제에는 비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장애아 부모들은 부자가 아니다. 내 생각에는 우리 부모들이 땅을 확보하여 건물을 완성시켜 나라에 기증을 하면,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의 남은 여생을 무상으로 돌보아 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공공기관이다. 이런 날이 돌아와야 우리 정신지체부모들이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이영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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