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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우리는 밥상공동체"

수원 신아재활자립회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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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에 실은 꿈과 사랑>
 수원시 장안구 정자1동 667번지. 파장동 네거리에서 동남 전문대학 쪽으로 칠백여 미터쯤 걸어 들어가자 허름한 단층건물 벽에 "신아재활자립회"라는 희미한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40여 평의 가건물에 5개의 방을 들이고 30대 안팎의 고만고만한 소아마비 장애우 10여 명이 모여 사는 곳, 마침 비가 내리는 탓으로 장사 나가기를 포기한 채 하나 둘씩 방으로 모여들었다.
 서울의 삼육재활원 출신인 그들은 한결같이 목발을 짚거나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거동하기가 어려운 지체장애우들이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어디 비빌 언덕이라도 있어야 대책을 세우죠." 신아자립회 회장 이근재씨(32)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983년 파장동에서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송죽동과 조원동을 거쳐 현재의 정자동 샘내마을 입구로 옮겨오기까지는 말못할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고 한다. 건물 주인들이 세 주기를 꺼려한 때문이었다.
 인근의 선경 건물 건축 당시 인부들이 거처로 사용하다가 버려 둔 지금의 건물을 수리하느라 든 3백만원과 보증금 4백만원을 월세 30만원을 내기도 힘에 부친다. 시장 바닥에 앉아 리어카를 밀며 장사를 하는 이들이 물품 가격의 15%를 선납하여 운영비로 충당하기로 약정을 했으나 하루에 현상유지도 못하는 회원이 있고 그나마 한 달이면 일 나가는 횟수가 20여일 밖에 안 된다. 그것도 한여름엔 장마와 무더위, 겨울엔 빙판과 추위 때문에 일손을 놓게 되면 봄, 가을 벌어서 1년을 먹고살아야 되는 실정이다.

<우리에게도 번듯한 살림방을>
 신자립회 회원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주로 생필품과 잡화류다.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 전역과 때로 서울까지 나가 장사를 한다. 아침 열 시경에 나가 돌아오는 시간은 대략 저녁 일곱 시 정도이다. 월90만원에 고용한 화물차주겸 운전기사가 물건을 실어주고 나가 각자 장사할 위치에 내려놓으면 운전기사는 다시 저녁에 이들을 싣고 돌아오는데, 장사하면서 가장 거북한 일은 역시 대소변을 처리하는 문제다.
 "저 사람들을 안아서 차에 실어주고 또 내려주는 건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헌데 앉은 채로 소변을 받아내는 거라든가 갑자기 용변이 마렵다고 할 때 화장실까지 업고 뛰어야 될 판이니 늘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게 고역입니다."
 자원해서 무료봉사를 하는 이상원씨(51)의 얼굴 표정이 사뭇 굳어진다. 수원 영동시장에서 우연히 회원 이순탁씨를 만나 처음엔 한 달쯤 건성으로 오가다가 아예 장애우들과 어울려 살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그는 재차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음성을 높인다. 회원들에게 있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빨리 결혼을 해서 안정을 찾는 일인데 주택문제가 요원하기만 하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번듯한 살림방이라도 하나 있어야 여자가 올 텐데 방 얻을 돈은 없고, 그래서 머리를 싸매고 덤벼도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는 자격 미달로 거부당하고…
 따지자면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생활보호대상자로서 금전대출을 받으려고 대출신청을 했다가 보증 서주는 사람이 없어 문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때가 가장 서글펐다고 입을 모으는 신아자립회 회원들.
 그러나 오늘도 회원들은 그들의 숙원 사업인 "재활자립촌건립"의 꿈을 키우며 밝게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은 밥상공동체"라고.

글/문기룡

 

작성자문기룡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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