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2]삼육재활원 이전으로 혼자 남는 지금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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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막막합니다"
-삼육재활 이전으로 혼자 남는 지금식씨-
"칠십삼년부터 지금까지 삼육재활원에서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나가려는 사람들은 다 나처럼 오래된 사람들이죠."
삼십년 넘는 "모자원 고개" 시절을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이전에 들어간 삼육재활원의 부산함 속에서 지금식씨(32) 역시 이십년 재활원 생활을 마치고 독립을 해야 한다는 또 다른 현실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금식씨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일시보호소를 거쳐 삼육재활원에 자리를 잡은지 어느덧 이십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동안 재활원 전자공장인 "수산장"에서 라디오 등을 조립하며 받는 이십만원이 채 못되는 수입으로는 독립(?)의 꿈을 꿀 수도 없었다.
다행히 삼 년 전부터 선배들의 도움으로 인천에 있는 염색공장에서 "실크인쇄"를 배워 이제는 어엿한 기술자로 자립을 준비해 오던 중 재활원 이전소식을 들었다.
잠자리 때문에 재활원을 따라가자니 모처럼 얻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독립을 하자니 방 한 칸 얻을 돈도 마련하지 못한 빈손이 너무도 허전했다.
"얼마 전에 재활원에서 이백만원을 무이자로 융자해 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최소한의 생활자금만이라도 융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삼육재활원 여섯 장애우의 바람을 "자립심이 없는 장애우들의 어거지"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지퍼 공으로, 금은세공사로 그리고 실크인쇄공으로 기나긴 재활원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서는 이들은 "자신들보다 더 멀쩡한 장애우"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설로 되돌아오는 "시설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동양최대의 시설"을 자랑하며 이삿짐 싸기에 바쁜 삼육재활원 한 쪽에서 재활원생활 이십년만에 "빈손"으로 새 둥지를 틀어야 하는 지금식씨와 여섯 장애우의 소리 없는 "짐 꾸리기"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삼육재활원측은 최근 지금식씨를 비롯 서울에 남게되는 다섯 명의 재활원 식구들에게 30만원의 생활비와 필요한 생활자금을 무이자로 융통해 주기로 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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