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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교원의 현실은 국가인권의 척도를 드러낸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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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권 보장 및 편의시설 미확보로 지속적인 개선요구를 받아왔던 서울의 한 고등학교모습. 장애당사자 학생들의 불편과 소외됨이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지만, 간과할 수 없는 건 같은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당사자 선생님들의 힘겨운 일상이다.

 

이번 취재가 결정되고 나서 처음 떠올랐던 생각은 ‘이런 단체가 아직까지 없었다고?’였다. 당연히 있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창립된 게 맞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의 관련 자료들을 세세하게 살펴봤지만, 장애를 가진 교사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의미 깊은 결성이라 하는데도, 너무나 늦게 이제야 생겨났나 하는 감회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의 힘으로 고군분투하는 장애당사자 교원들의 모습을 그동안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리라 판단된다. 늦은 게 아니라 세계 최초라 하니, 축하 그 자체로 반겨야 할 이번 만남임이 분명해진다. 지난 7월 6일 공식 출범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을 소개한다.

 

의무고용률이라는 환상

지난 2017년 10월에 공개된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소속된 장애인교원은 4,139명으로 전체 교원 30만6천여 명 중 1.36%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국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만의 숫자라서 사립학교는 빠져 있고, 각종 사립학교와 맹학교 같은 특수학교를 포함하면 대략 5천 명 내외로 추산된다고 한다. 여기서 ‘추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정부 차원의 정확한 통계조사가 아직도 이뤄진 게 없기 때문이다. 5천 명이라 해도 전체 교원의 1.5%에 머무는 수준이다. 장애뿐 아니라 소수라는 이중의 벽에 막혀 있는 상황이라는 게 밝혀지는 셈이다.

이번 취재의 자리에서 만난 면면들은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아래 장교조)의 핵심 3인이다. 이인호 위원장, 김헌용 사무총장, 편도환 정책실장인데, 공교롭게도 세 명 모두 전맹의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장교조가 시각장애 중심이라고 오해할 수 있겠다 했더니, 그게 아니라며 출범 이전의 과정 설명이 먼저 이어졌다.

이 위원장 “원래는 한국시각장애인교사회라는 임의단체가 있었어요. 교사가 된 이후에 각자가 겪는 어려움들이 교육현장에 많잖아요. 그것들을 어떻게 타개해 볼까 고민하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국가인권위원회에 계속 문의하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법적으로 교섭의 어떤 권한도 없는 모임이다 보니까 실제 개선되는 점이 너무 미미했던 거예요. 그래서 단순히 정보교환이나 친목의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교권을 위해서 실질적으로 장애인교원들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보자며 사전조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교총 같은 교원단체 아니면 전교조와 같은 교원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던 거죠.”

편 정책실장 “그런데 우리나라 법률상 교원단체는 한국교총 이외의 단체가 만들어질 수 없게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노조 형식으로 만들자며 지난 2016년에 첫 투표를 했었는데, 단 한 표 차이로 부결됐습니다. 당시에도 변화와 개선의 의지는 모두가 다 강했지만, 노조 형태로 출범했을 때 교육현장에서 받게 될 낙인효과 같은 걸 우려했던 분들이 많았던 거죠. 물론 제대로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어요. 그래서 젊은 교사들 중심으로 다시 의견을 모으다가, 시각장애교원들만이 아닌 장애를 가진 모든 교원들의 권익을 위해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작년 시월부터 노조추진준비위가 결성돼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게 됐습니다.”

지난 7월 6일의 창립총회에서 청각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부위원장 2인 역시 선출됐는데, 오랜 기간 노조 준비작업에 충실했던 3인에게 일단 출범의 중책을 맡기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현재의 직책을 맡게 됐다며, 세 사람은 장교조가 시각장애 중심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그런데 4,139명이라고 발표됐던 국공립학교의 장애당사자 교원의 숫자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김 사무총장 “더블카운트라는 게 있어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에는 중증장애인 고용의 의무에 따라 중증장애인교원을 선발했을 경우, 두 명을 고용한 것으로 산정한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경증이 아닌 중증을 고용했을 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인데, 그렇게 두 명으로 계산된 걸 실제 인원수로 환산한다면 삼천육백 명 정도가 돼요. 실제로는 훨씬 적은 수가 된다는 거죠”

그렇다면 당장 내년인 2020년부터는 장애인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육청도 예외 없이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 금액이 수백억 원으로 예상된다는데, 그 부담금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장애인교원을 시급히 확충해야 할 상황임이 분명해진다. 거기에 대한 대비가 마련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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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을 함께 진행한 (좌로부터) 이인호 위원장, 김헌용 사무총장, 편도환 정책실장

 

편 정책실장 “제가 2015년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봤어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장애인교원이 정확하게 몇 명인지, 장애유형별로는 어떻게 분류되는지를 문의했던 거죠. 돌아온 답변은 ‘해당 정보자료 없음’, ‘공개할 자료 없음’이 전부였어요. 3.4%의 의무고용률을 지키기 위해선, 단순계산만으로도 지금보다 1.9%만큼의 장애인교원을 당장 충원해야 하잖아요. 이건 칠천 명 규모의 추가 교원 고용을 정부와 교육청들이 그동안 지키지 않았다는 걸 반증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이 만들어질 단계부터 신경 쓰고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당장 내년까지 그만큼의 교원들을 어디서 어떻게 충원하겠다는 거죠? 발등 위에 떨어질 불이 분명했는데도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지도, 시행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현재 전국의 교대에 다니고 있는 장애당사자 학생들이 총 삼백 명도 채 안 되는 걸로 얼마 전 언론에 나온 적이 있죠. 의무고용률뿐 아니라 장애인교원 양성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었음이 현실로 드러나는 겁니다.”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없다는 현실

특수학교 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의 영순위에서 교사가 빠진 적이 없다. 교사라는 직업의 인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확고했기에, 매년 몇 백 명의 교사만 선발됐다 해도 단순계산으로는 의무고용률이 충분히 충족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현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왜 그럴까? 김헌용 사무총장은 자신이 10년차 교사인데, 장애당사자가 교원이 될 수 있었던 건 2007년부터 장애인교원 임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전까지는 국공립학교의 교원이 될 자격이 없었고,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 등으로 임용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편 정책실장 “교사라는 직업의 선호도는 항상 높았어요. 그런데 너무나 ‘좁은 문’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장애당사자로서 사범대나 교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교직의 문을 두드리지도 못하고, 아예 다른 데로 방향을 바꾼 경우가 대다수예요. ‘교사’라는 오랜 꿈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사회복지 분야 같은 다른 길로 진출하는 당사자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심지어 사범대에서 장애학생 선발을 배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잖아요. 예비장애인교사들을 충분히 배출해야 할 사범대와 교대부터 준비가 없었으니, 국공립학교에서 장애인교원이라는 존재가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제도와 환경은 결국 국가가 만들어놓은 겁니다.”

후천적 원인으로 인한 장애가 90%에 이를 정도로, 선천성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던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장애가 훨씬 더 많다. 기존에 살던 방식 그대로 살아갈 환경부터 우선 만들고 제공하는 선진국들의 예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장애는 불편함의 한 방식이지 인생의 가능성 자체까지 부정당해야 하는 낙인이 돼선 안 되는 일이다. 장교조의 선생님들도 후천적 요인인 90% 안에 속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비장애의 삶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인지를, 이미 인생의 경험으로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물었다. 장애당사자로서 교직을 수행하는 데 가장 힘들었던 상황은 무엇이었을까? 장교조의 출범을 이끈 최초의 불씨는 바로 그 ‘개개인의 힘겨움’에서 촉발되었음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 “다 힘들었죠. 그래도 그 중에서 굳이 한 가지만 찾아야 한다면, 저는 교육청과의 문제였다고 생각돼요. 어떤 제도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교육문화를 적용할 때, 장애인교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새로 시행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예를 든다면, 교육청 소속 모든 학교에서 MS오피스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한글과컴퓨터로 계약을 옮겨서 기존의 MS오피스 시스템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예요. 또한 교직원들끼리 사용하는 메신저가 있었는데, 난데없이 교육청 전체가 새로운 메신저로 통합한다며 시스템을 바꿔버려요. 시각장애인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선정 이전에 사전 의견조율 같은 게 아예 없었다는 거죠. 제 입장에서는 제도 시행이나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장애당사자 교원들의 입장이 전혀 배려되지 않았던 순간순간들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것들을 저 혼자 싸워 나가야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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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당사자인 전국의 선생님들 모두 가입해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교사를 지망하는 청소년과 일반인 누구나 꼭 필요한 정보를 문의하고 답을 얻는 게 가능한 공간이다. ◉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다음카페 화면 갈무리

 

편 정책실장 “제가 교사 1년차였을 때, 아마도 그 해 11월 정도였을 거예요. ‘1년차니까, 아직은 학교에 적응기니까, 그러니까 실수해도 괜찮다’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있었어요. 아직은 시행착오를 반복해도 괜찮겠다는 핑계 같은 걸 위안 삼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서부터 ‘내가 언제까지 아직은 괜찮다며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10년차, 20년차가 됐을 때도 그런 방어를 할 수 있을까?’ 교사들이라면 다들 돌아가면서 해야 할 업무에, 제가 언제까지 배제나 예외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던 게 저 나름으로는 가장 힘든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김 사무총장 “교사라는 특수성이 있잖아요. 저희는 장애인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집니다. 교사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를 해요. 수업, 그 다음에 담임 그리고 행정업무입니다. 모두 다 어려운 일이잖아요. 사실 신규교사로 임용됐을 때, 처음부터 모든 게 준비된 교사가 있을까요? 체계적으로 연수를 받거나 선배교사들이 도와주거나,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하나씩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숙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깨 너머로 배우는 문화’가 훨씬 큰 게 실제 현실이라고 봐요. 직장 분위기가, 조직문화라는 게 어깨 너머로 눈치껏 배워야만 하는 범위가 훨씬 넓다는 거죠. 그래서 장애당사자들은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가 더 어려워지는 거예요. 아예 일을 안 줘버리는, 한마디로 업무배제가 발생한다는 거죠. 교사로서의 가장 큰 업무 세 가지 중 담임과 행정업무에선 일단 배제가 되고 오로지 수업만 해야 하는, 교사로서 해야 할 과제의 삼분의 이가 이미 박탈된 상태로 근무해야 한다는 겁니다.”

 

꿈은 비장애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함께 마주앉은 이인호 위원장, 김헌용 사무총장, 편도환 정책실장, 이 세 사람의 의견일 뿐이라고 한정지을 수 없는 건, 전국의 교육 현장에서 개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을 수많은 장애인교원들은 이런 의견마저도 꺼내놓지 못하고 홀로 가슴만 앓고 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추론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가 된다. 이 땅에서 장교조의 출범이 너무나 뒤늦었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을 다해 최대한 빨리 틀을 갖추고 더 많은 교원들의 눈과 귀와 입이, 손과 발이, 머리와 함께하는 동반자가 돼야 함은 장교조 출범이 던져놓은 커다란 숙제가 된다.

김 사무총장 “네, 그 숙제가 맞습니다. 당장 제가 지금 사용하는 이 점자정보단말기(한소네), 이것이 누구 것인지 아실까요? 제 지인한테 빌린 겁니다. 십 년차가 된 교육자인데도, 지금까지도 교육청에서 이런 보조기기 하나도 제공을 안 해주고 있어요. 대학 때 사용했던 건 졸업과 동시에 반납해야 했고, 교사가 된 다음에 사용할 보조기기는 제공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게 저 혼자만의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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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특수학교 실내복도의 모습과 일반 공립중학교 외부의 모습

 

편 정책실장 “교육청 차원의 고민 자체가 없습니다. 장애인교원을 담당할 전담인력 하나 없이, 수많은 업무 중 하나에 끼워 넣고 나서 다시 꺼내보지 않는다는 거죠. 교육청 안에 저희 같은 장애인교원들이 말을 할 상대가 없다는 거예요. 국공립학교의 교사인데도 보조기기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지역 복지관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교육청이 교사들 곁에 있지 않다는 이 현실, 전국의 모든 장애인교원들이 오늘 하루도 힘들어하고 있을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장교조는 깊이 파헤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이 위원장 “꿈을 꾼다는 건 그 길이 앞에 있으니까 가게 되는 거잖아요. ‘왜 교사가 됐는가?’라는 질문은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겁니다. 장교조는 동일한 정보제공, 각종 연수의 동등한 참여, 웹접근성과 물리적 환경의 접근성 보장, 이 모든 걸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연대의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죠. 처음 출범할 때 갑론을박이 있었던 게, 저희들의 공식명칭이었습니다. 그냥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라고 해도 되고 그 앞에 ‘한국’이나 ‘전국’이란 단어를 넣어도 무방한데, 굳이 ‘함께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넣은 건 저희의 권리확보가 모두의 권익을 향상시킨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 진정한 교육과 참된 평등의 길을 확고하게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작성자채지민 대담전문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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