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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굳어있는 가슴에 화살을 정상화의 푸른신호

본문

<문학성으로 승부한다.>
 "필요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느꼈습니다. 그동안 장애우의 문학성을 경시하고 순수문학보
다는 수기 등을 요구해온 출판 현실 때문에 지속적인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괴
롭고 괘씸했습니다."
 십이월 칠일 창립을 앞두고 분주하게 일 손을 놀리던 방귀희 준비위원장은 그동안 장애문
인들이 겪었던 차별과 수모로 한장문협 창립 동기를 대신했다.
 "현재 문단의 풍토가 장애우의 문학성을 인정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작가로 등단하는 것
자체도 얽히고 설킨 인맥 등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더욱이 대다수의 장애우
가 스스로의 자리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있어 내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
니다.
 
두 번째로는 아직까지 우리의 장애우 정책이 손님맞이 옷만 입혀준 꼴에 불과해 손 붙잡고
외출 나가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좀더 구체적인 활동, 예들 들어 스스로의 작
품활동을 통해서 또는 각 언론매체에서 잘 못 다루고 있는 장애우 관련 기사에 대한 시정요
구 등은 통한 의식의 개선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대답속에서 그동안의 상처와 아픔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컸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잘 풀려 나갔다."고 밝히고 "무
엇보다도 이름 없는 많은 장애우들이 끊임없이 문의 전화를 하는 등 적극적인 호응에 놀랍
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다소 흥분된 말투로 한장문협에 대한 장애우의 관심을 소개했다.
 한장문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성격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장애우 문제는 법안제
정 투쟁 등 제도속에서 문제점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 역시 의
식에 바탕을 해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무명"의 경우에도 "맑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밝은 세계가 있으
나 어두움을 걷어내지 못하는 상태를 이르는 것처럼 어두움을 느끼는 정도와 활동은 각기
다르리라고 봅니다."고 말했다.


<장애복지의 이상향은 의식의 깨침>
 장애복지의 이상향에 도달하는 방법은 "의식"의 깨침이지 우격다짐으로 얻어낸 것은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는 방위원장은 "장애인올림픽이 의식개선에 실패한 것을 보더라도 의식을 깨
우치는 일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점진적인 의식 개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이 땅 4백만 장애우의 가장 절실한 문제는 생산의 현장에 참여하기 위한 고용
촉진법등 법안제정 투쟁이 아니냐는 견해에는 "대다수의 문인들은 장애가 심해 글쓰기 외에
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학의 특징이 의욕적으로 해야할 일과 그렇게 할 수
없는 고통에서 느껴지는 인생의 깊이라는 점에서 솔직히 고촉법의 실효성 여부에도 불구하
고 크리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다소 거리감이 있음을 밝히고 "장애가 걸
림돌이 아니라 단지 안경 쓴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안내문에도 나와 있듯이 "굳어있는 그 가슴을
향해 저희가 사랑의 화살을 쏘는"그런 방법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장애문인들의 작품경향이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
으로 변화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애우 문학의 본격적인 시작은 80년초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당시 유엔에서 80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해놓아 관심이 높아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장애우 문학과 시대적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81년에도 관심이 커져가는 것 과
더불어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으나 83년부터 85년까지 사회일반의 관심이 식자 작품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 후 다시 작품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작
품성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밝히고 "이때부터 소설이나 수필 등이 등장하기 시
작했습니다. 이는 87년 말부터 문단에 등장한 장애인 작가들의 활동과도 일치하는데 87년
이후 모두 열 두명의 작가가 문단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라고 장애우 문인의 현황을 소개
했다.


<다양한 현실 체험의 소설 등으로 확대>
 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출판이 쉬웠던 시집 등에 몰려있던 장애문인들의 활동영역이 점차
소설, 수필 등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 체험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부분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남북전쟁"을 종결시킨 사람은 링컨 대통령이 아니라 "톰아저씨"를 쓴 스토우 부인
이라고 하는 것처럼 장애문제 해결도 "문필의 힘"이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며, 일
분문인들이 장애우에 대해 발로 쓸 수 있도록 지도, 계몽하는 일에도 힘을 다할 생각이며
장애문인의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위해서 필요한 "발"의 역할과 더불어, 첫 작품에서 어느정
도 성공을 거두었던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을 극복하
고 경험을 축적해 진정한 문인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모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한장문협의 구체적 역할을 밝혔다.
 "천구백구십삼년은 유엔이 정한 장애인복지기간 십년이 마무리되는 해입니다. 부디 남은
기간까지 각 분야의 기초작업이 충실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저희도 그동안 작품으로 평가하지 않고 장애우라는 덧씌움으로 평가해온 기종의 문단과 맹
목적인 종교적 한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학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라며 숨가쁘
게 진행되고 있는 창립준비 서류를 부지런히 매만지기 시작했다. <전흥윤 기자>

정상화의 푸른신호(?)
김영자(정립회관 노동조합위원장)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쉬워...>
지난 칠월(회관)운영의 비민주화와 재정비리 척결을 주장하며 서울지역장애인청년연합회(서
장청연 위원장 이안중·26)가 오십여일간의 점거농성에 들어간 이후 아직까지 (정상화의)길
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립회관(관장 황연대)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회관 정상화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짧게는 분규로 몸살을 앓던 지난 몇 달동안, 길게는 회관이 만들어지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십여년동안 시설운영의 주체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던 직원들이 이제야 스
스로의 목소리와 함께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점차 "정상적인 운영"이 아니라 몇몇 사람의 "힘 대결"의 모습
마저 내 보이고 있는 혼란속의 정립회관에 새로 태어난 노동조합이 앞으로 "떼메고 갈 일"과
"앞날"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김영자 위원장(32·체육교사)을 찾았다.
 
수수한 퍼머머리에 안경을 낀 김위원장은 방금 성동구청에 노조결성 신고를 하고 왔다며
사진 찍히는 일이 처음이라 어색하다고 피하기도 했으나 노조결성에 대해서는 "생각을 오래
해서 그런지 만드는 과정이 그리 길게 느껴지거나 어렵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문을 열
었다.
 오십여일이 넘는 극심한 분규 당시에는 오히려 소극적(?)이기 까지 했던 직원들이 전격적
으로 노조를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김위원장은 "당시 직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 이유는
분규자체가 직원이 주체가 되지 못해 나서야 할지 어떨지를 판단하지 못했고, 장기 근속자
가 많아 그동안의 관습이 타성으로 젖어 있었으며, 직원들이 하나로 일치되기 어려운 분위
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별한 문제제시 못해>
 정립회관 노조는 지난 11월 7일 체육관 2층 식당에서 열네명의 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조용
히 첫 발을 내딛었다.
 김위원장 자신이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특별한 문제를 제시하지 못
한 막연함."이라고 밝혔듯이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 노조가 태어나면서 겪었던 농성, 퇴진투
쟁 등의 몸살에 비해 그 흔한 결성선언문조차 없는 다소 싱거운(?) 출발이었다.
 「회관운영 정상화」「임금인상등 후생복지 확대」그리고 김위원장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
한 문제로 지적한 「직원들간의 갈등해소」등 겹겹이 뒤엉킨 문제를 풀기에는 힘겨운 출발
이라고 아니 할수 없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그동안 직원들의 건의가 묵살 당하고 서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가득
차 있던 회관이 과도기를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윗사람의 노력과 함께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운영할 때"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원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노조도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모두 서른 한명의 직원들중 열네명이 노조에 가입해 다른 시설노조에 비해 참여윤리 낮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재 관리직 여덟명, 사무직 여섯명인데 차장, 과장등 간부직을 빼면 육·
칠십 프로는 된다."고 말하면서도 "노조결성시 부처장 등 비중 있는 사람들이 빠지게 된 이
유는 일부러 뺀 것이 아니라 몰라서"였기 때문에 "구청에 신고가 끝나고 나면 더 확대할 생
각"이라고 충원 계획을 소개했다.
 
또한 이미 지난 11월 3일 삼육재활협회 등 10여개의 사회복지 관계 노조가 연합체결성을
준비하는 모임을 가져 사회복지단체 노조의 역할과 위상에 새로운 물꼬를 튼 일에 대해 "일
단 안정이 되면 만나서 구체적으로 협의할 생각"이며 "노조가 없었을 때도 어떤 형태든 연
합체에 대한 구상은 했었다"고 노조연합체에 참여할 것임을 밝히면서 "국가를 상대로 하는
싸움에서 단위노조로는 힘에 부치기 때문에 연합회는 당연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뒤엉킨 "정상화"방안>
 현재 정립회관은 수영장과 학생수련 외에는 모든 업무가 중단된 상태이며, 정상화의 방안
도 서장청연쪽에서 제시한 "정립회관발전특별위원회(정발특위)"와 황관장이 독자적으로 꾸리
고 있는 "운영위원회"그리고 "이사회"의 정상화 방안등이 서로 뒤엉켜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위원장은 "정발특위가 석달의 시한을 갖는 한시적인 기구임을 감안할 때 운영
위원회와 이사회의 대결이 될텐데 노조는 당연히 이사회의 정상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
히고 그 이유로 "황관장이 구성하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자문기구의 성격이기 때문에 관장측
의 의사만을 관철시킬 것이 분명해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해 노조가 계획하고 이TS는 회관
정상화 방안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회관이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회관이
너무 눈에 보이는 일만 해온 것 같다."고 평가하고 "88장애인 올림픽이 회관으로서는 오히
려 마이너스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88 때문에 회관 고유 사업보다 올림픽에
맞춰 모든 행사를 진행해 그 후유증이 지금 모든 연맹, 단체에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
했다.
 김위원장은 "원래 회관이 해야할 일은 그동안 해왔던 큰일-학생수련(성적에 반영), 입학거
부철폐, 공무원채용거부 철폐운동-과 함께 장애우와 회원들을 위한 보다 작은 일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영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너무 큰 기대는...>
 김위원장과 얘기를 나누기전 회관 강당에서는 이날 새롭게 업무를 시작한 변둥근 사무장과
직원들과의 상견례가 있었으며 서장청연이 농성때 폭로한 비리를 포함 회관에 대한 감사결
과가 직원들에게 공개되는 등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는 듯 느껴졌다.
 한편 지난 칠월이후 회관 상황실에 독자적인 감사반을 구성하고 있는 서장청연 김동호씨는
"물론 노조의 탄생을 축하하며 앞으로 회관정상화를 위해 함께 일해나갈 것"이라고 환영하
면서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태어난 노조가 얼마만큼 회관비리 척결과 정상화를 위해 기
여할지는 사실 의문."이라고 다소 노조의 역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그동안 이 땅 장애우 시설의 간판으로서, 또한 유
래없는 장기농성으로 각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정립회관에 새롭게 태어난 노동조합이
과연 "회관정상화"더 나아가서 "참 장애우 복지 실현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전흥윤 기자>

작성자전흥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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