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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들, 유퍼스트·블루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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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변화 - 유니버설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은 ‘보편적 설계’라는 의미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는 거대한 움직임이다. 장애의 유무나 연령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제품·건축·환경·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자는 것으로, 미국인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처음 주창됐다. 로널드 메이스는 1급 소아마비를 앓고 있던 중증장애인으로,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 장애·비장애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명칭과 개념을 최초로 만들었다. 그 후 참신하고 쉽게 친숙해지는 디자인을 ‘집단지성’과 같은 흐름으로 계속 이끌어내고 있다.

‘모두를 위한 설계(Design for All)’라는 부연설명과 같이, 유니버설 디자인은 특정한 누구만을 위한 제품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생활의 편의를 느끼고 체험하게 만든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개발된 게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이듯, 가장 간단한 필요와 욕구를 실제 현실 속에 구현함으로써 유니버설 디자인은 하나씩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우리 생활을 직접 변화시키는 거대한 물결로 파급효과를 확산시키는 중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의 기본원칙이 정해져 있다. ‘1.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2. 사용법은 각자가 고를 수 있는, 3.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4. 사용법을 금방 알 수 있는, 5. 사용 시 역효과나 위험이 없는, 6. 적은 힘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7. 누구라도 다가가기 쉬운’ 이 일곱 가지 원칙이 우리 모두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Made in Korea’인 유니버설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느 특정 부분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전체의 모든 면에 구현될 수 있다. ‘보다 편하게, 보다 쉽게’라는 명제를 충족시키는 건 특정 발명가나 개발자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디어가 디자인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문을 더 편하게 열게, 숟가락이 손에 잘 쥐어지게, 거리이동의 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든 방법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신제품과 쾌적한 환경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됐던 외국의 사례가 아닌, 우리의 생각과 아이템으로 개발된 ‘Made in Korea’ 제품들은 없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듯, ‘사람’을 중심으로 집중하게 되면 우리의 제품도 세계 최고의 품질과 효능을 탄생시킬 수 있는 법이다. 수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이 있지만,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 받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있어서 직접 확인해 봤다. <함께걸음>이기에 무엇보다 먼저 신체적 장애에 편의를 제공하는 제품을 우선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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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벤처기업인 ㈜유퍼스트에서 개발한 제품은 ‘누구나 넥밴드(nuguna Neck Band)’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겉모습은 블루투스 이어폰과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생활의 편의를 제공한다. ‘누구나 넥밴드’는 청각약자들을 위해 고음의 방향을 진동으로 알려주는 웨어러블(착용형) 제품이다. 보청기처럼 주변의 소리 모든 걸 받아들이는 게 아닌, 평균 이상의 소리나 소음이 발생할 때 그 소리가 발생한 방향으로 진동을 한다. 청각장애인들과 난청인들이 진동을 통해 주변 환경의 소리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원리로 보이지만, 중요한 건 이런 효율적인 제품이 그동안 없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있을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에도 이런 아이템이 없었어요. 청각장애인들이 느끼는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마주쳤을 때잖아요. 또한 보청기 착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래서 청각장애인들이 불편해 하는 한 지점부터 없애주자는 기획으로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유퍼스트의 이현상 CEO가 설명한 이 제품의 원리는 ‘일상의 편리함’이다. 차량의 경적소리와 개 짓는 소리,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 등 주변의 상황 변화를 넥밴드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좌우 방향을 구분하기 때문에,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도 소리가 난 방향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청기는 널리 알려졌고 보급이 됐는데, 학계 전문가들과 청각장애당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말씀을 하세요. ‘이건 여태까지 없었던 거다. 이런 단순한 게 왜 없었느냐’라고 하시죠. 반응이 기대 이상 좋아서, 더 다양한 신제품으로 청각약자 여러분들의 편의제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넥밴드는 진동의 방향성을 넘어서, 이제 곧 블루투스와 같은 이어폰을 포함한 제품이 출시될 겁니다. 이어폰처럼 생겼지만 보청기인 거죠. 항상 귀에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보청기가 필요한 시점에만 이어폰처럼 사용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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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로의 팁스타운은 국가가 인정한 신생 창업기업들만 입주가 가능하다. 그 빌딩에 자리 잡은 ㈜블루레오는 세계 최초로 석션(suction, 흡입, 빨아들임) 방식의 칫솔을 개발해서, 장애계와 의료계는 물론 복지선진국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두툼한 일반 전동칫솔 형태로 돼 있지만, 자신의 치아를 닦는 게 아니라 칫솔질을 할 수 없는 약자들의 위생적인 구강관리를 대신 해주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 작은 칫솔 안에 치과 진료실의 다양한 기능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이다.

“많이 아프셨던 저의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또한 뇌성마비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구강건강을 관리할 수 없는 분들의 입장을 관심 있게 살펴봤습니다. 누군가 대신 씻겨줘야 하고, 특히 구강건강도 좋지 않기 때문에 턱 근육을 자기 마음대로 못 써서 그냥 삼키는 경우가 많잖아요. 먹는 게 시원치 않으니까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기고, 영양공급이 부족하니까 여러 가지 병들이 생겨나게 되죠. 비장애인들은 양치질이 손 씻는 일만큼이나 쉬운데, 이런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건강관리를 직접 못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블루레오의 이승민 대표이사는 대학 재학 당시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했고, 전국의 1등끼리 만난 전국대학생창업경진대회에서도 1등을 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두 대회에 출품했던 게, 바로 현재 화제의 중심에 선 석션칫솔 ‘오랄클린 G100’의 응용원리였다고 한다. 당시엔 사업계획서와 프리젠테이션 파일뿐이었지만, 그 아이디어가 현재의 신제품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된 셈이다.

‘오랄클린’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양치질 전용이기 때문에, 칫솔모가 반대방향에 위치하고 손잡이 부분도 사용자의 편의에 집중돼 있다. 이를 닦으면서 발생하는 침 등을 분당 500ml 분량이나 빨아들인다. 분당 14,000회의 부드러운 음파진동으로 잇몸보호와 세정력을 극대화시켰고, 양치질의 효율성을 위해 LED 라이트가 부착돼 있다. 거동이 불편해서 누운 상태로 양치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체적 약자와, 양치질을 대신 해주는 이의 편의를 모두 고려한 최고의 품질로 ‘오랄클린’이 개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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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은 처음엔 신기하고 색다른 제품이나 설비로 인식되지만,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들어 일상화가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넥밴드’와 ‘오랄클린 G100’처럼 기술집약형의 제품들도 물론 훌륭한 개발이지만,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을 개선하려는 관심만 있다면 누구든 손쉬운 응용이 가능하다. 마침 세계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며, ‘D-Tech’ 공모전이란 행사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2018년 1월 21일까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접수가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출품하는 것도 뜻깊은 도전이 되리라 기대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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