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앙가주망(Engagement)의 의미 ‘효니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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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주망(Engagement).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지식인이 사회참여하는 것을 앙가주망이라고 했다. 작업치료사는 참여 또는 관여라고 번역하는 이 용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의미를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지원한 한 자발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17년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2박 3일간 ‘효니프로젝트’가 개최됐다. 효니프로젝트의 목표는 200여 명의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함께 전세기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목표는 무사히 완료됐다. 효니는 발달장애 인물을 대표하는 실존하되 가상적인 이름이다. 사회에는 수많은 효니가 있다. 사회는 이 효니들이 본인들의 발달기능을 극복하거나 조절하기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사회는 정책이나 환경을 발달장애인에 맞춰 기능하도록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
제약이 적은 사회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직업, 가정, 자원활동, 여가생활을 누리면서 삶에 참여하며 살아가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인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는 부족한 지원과 대중의 이해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사회적으로 배제돼 가정과 학교, 직업, 여가생활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에 대해, 현재 많은 기관이나 전문가가 ‘문제행동’을 해결하고 줄이겠다는 목표와 전략을 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발달장애인의 삶의 활동과 참여를 살펴보고 이를 향상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는 ICF1)(2001) 등과 같은 여러 실천과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이기도 하다.
효니 프로젝트 기획실행자2)들은 일상에서 효니를 돌보며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는 효니엄마에게 ‘하룻밤 편한 잠’을 선물하고자 동료 효니엄마들이 효니와 엄마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 것에서 시작됐다. 다른 효니들보다 더 어려운 행동을 많이 하는 효니엄마가 효니를 키우면서 비행기 여행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동료 효니엄마들이 알게 됐고, 이에 엄마들은 함께 제주도행을 감행했다. 여기까지는 효니 가족과 지인들의 개인수준의 참여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동료 효니 엄마들은 더 어려운 효니와 가족이 겪는 ‘비참여’를 공감했다. 다른 사람들의 불편과 힘듦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기 위한 눈과 귀를 열기로 결심하는 개인의 변화를 통해 장애나 불편함이 있는 사람도 여행할 수 있게 사회를 바꾸자는 사회적 관여, 그야말로 사르트르가 말한 앙가주망(Engagement)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계획된 효니들을 위한 2박 3일 제주여행 효니프로젝트는 발달장애인과 가족, 서울시, 제주시, 아시아나항공, 전국의 장애인 활동가들, 제주지역의 활동가와 예술가 등의 앙가주망으로 확장됐다.
이 과정을 곁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면서 지속적으로 남는 핵심은 나만을 위한 행동이 아닌,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사회를 위한 행동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의 변화였고, 이는 결국 우리가 궁극의 가치로 믿는 ‘참여’였다. 이런 가치는 추상적인 질문과 답으로는 실현되고 해결되지 않는다. 효니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 효니프로젝트가 참여, 그것도 사회적 앙가주망이기 때문에 의미가 컸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사람들이 갈 수 있도록 결심하게 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평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처음으로 바다를 느낄 수 있게 만든 힘이 있다. 그 힘은 도움 없이 여행 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현실을 도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로 바꿀 수 있다는 사람들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 뜻과 행동은 참여이며, 이 참여는 발달장애 당사자 개인과 사회의 후속적인 지원과 참여, 즉 앙가주망을 연쇄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러니 두 번째, 세 번째 지속되는 ‘효니프로젝트’가 많아지길 바란다. 아무리 장애가 중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본래의 의미가 잘 이어져야 하고, 우리는 이 의미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더불어 노력해야 한다. 앙가주망은 단지 지식인과 종교인들만의 참여를 의미하지 않는다. 앙가주망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1) 세계건강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정의한 국제기능수행, 장애, 건강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2)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종로지회장,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동작지회장, 장차현실 작가, 김미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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