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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아는 이미 당신 안에 있습니다

함(含)문학심리상담연구소

본문

치료의 방법은 병원의 진료와 투약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특히 정신의학 분야에선 인간의 심리상태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론이 사용되고 있다. 각각의 예술 활동을 활용한 음악치료, 무용치료, 연극치료 등이 대표적이고, 경계선지능 당사자들을 위한 놀이치료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됐다.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게 독서치료이고, 그 역사는 고대 그리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만큼 인간의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미로, 폭넓은 관계형성과 가시적인 효과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 독서치료에 ‘심리’의 개념을 접목시켜, ‘독서심리치료’의 방법론을 활성화시키는 단체가 있어 내부를 들여다봤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독서심리치료와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함(含)문학심리상담연구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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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또 다른 시선을 찾아낸다

 

독서치료(Bibliotherapy)는 ‘문학치료’와 동의어로 사용되며, 문헌정보학 분야에선 상당히 오래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책을 ‘영혼을 치료하는 약’이라 부르고 도서관을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라 규정했던 고대인들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계승되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복잡한 정신문제의 해결책으로 새롭게 조명되면서,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독서치료에 대한 학문적 근간과 치료의 방법론들이 본격적으로 성립되기 시작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전선의 군인들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폐허의 국민들한테 가장 절실했던 건 영혼의 위안이었음이 반증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도입됐는데, 일본에선 이걸 독서요법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일본 특유의 다신교 문화가 일부 접목이 돼서, 우리의 실정과는 일정부분 맞지 않는 체계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특히 국내의 문학치료 분야에선 작가들 중심으로 상담자가 정해지기 때문에, 치료의 개념보다는 읽기에 국한된 축소된 기법만 활용되고 있어요. 그래서 원래의 치료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심리’라는 단어를 추가하고, 보다 심화된 독서심리치료를 펼치고 있습니다.”

함(含)문학심리상담연구소(아래 연구소) 김소옥 소장은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화된 학원 강의형식이 아닌, 정신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독서심리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있어,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는 독서심리치료가 가장 유용한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글을 적다 보면, 자신의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흡족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를 하나씩 찾아내게 돼요. 물론 오류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건, 전체 글 중에서 어느 한 단락이 통째로 빠졌다는 걸 본인들이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A’에서 ‘C’로 연결되기 위해선 ‘B’라는 내용이 필요한데, ‘B’가 빠진 채로 ‘A’에서 ‘C’로 바로 이어진다는 거죠. 맞춤법이 틀리는 부분도 일정한 공통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 채’와 ‘∼ 체’는 전혀 다른데 그걸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선 일정한 수정작업을 거쳐야 하게 되죠. 그런데 그 작업은 굉장히 민감하게 진행해야 돼요. 자칫 잘못하면 치료의 의욕 자체를 내려놓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독서치료의 세 가지 요소는 상담자와 내담자 그리고 문학작품이다. 문학작품이라 해서 무조건 책의 형태만 지정되는 건 아니다. 신문과 같이 인쇄된 글들, 노랫말, 개인의 일기도 모두 가능하다. 영화와 같은 시청각자료를 활용하는 예도 많이 있다. 그러한 매개체를 접하면서 읽기(보기)·쓰기·말하기·듣기가 진행되는 것이며, 교과서를 읽듯 무조건 정확한 이해를 우선시하진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독(誤讀)의 활용이다.

“저는 오독법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확신합니다. 어쩐 면에서는 오독이야말로 독자들의 권리이기도 하죠. 모두가 똑같은 해석을 하고 똑같은 답을 내놓는다면, 그건 오히려 획일화된 주입식밖에 안 되는 거예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도 있고, 주인공의 언행과 다른 내용전개를 떠올릴 수도 있어요. 그 ‘다름’ 속에서 독서심리치료는 진가를 드러내는 거죠. 평소에 오독을 연습한 상담자는 내담자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 즉각적인 상황변화를 이끌어내고 제3의 내용을 함께 만들어냅니다. 오독법의 또 다른 강점은 수많은 독서량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적은 문학작품을 탐독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다양한, 보다 주관적인 논리의 전개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큰 효과를 낳게 합니다.”

 

‘나’를 찾아가는 지름길이 있다

 

그동안 연구소는 다양한 출간물들을 전자책 형식으로 발표했다. 김미현 시집 <눈을 감으면>, 김민경 외 9인 <독서숲-독서지도 활동자료집>, 고혜영 외 4인 <Mental Voice(멘탈 보이스)-문학심리상담 활동자료집>, 박연홍 시집 <모두가 나에게 좋은 것을 주었어> 등이 출간됐고, 김 소장 본인의 문학심리상담용 동화 <강을 보고 싶은 가로등>, <모시>, 종소리를 내는 복숭아꽃>, <곰솔이와 수피>, <태양나비> 등도 세상에 나왔다.

“정신장애 당사자분들의 작품집이 많아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묶고 싶지만, 어떻게 구성하고 완성해야 되는지를 모르는 분들의 작업을 우선시하죠.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 자체가 문학심리치료입니다. 개별상담뿐 아니라 집단상담도 함께 진행하죠. 서로가 내면의 고민을 풀어내고, 서로에게 위로의 힘이 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심리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출간된 책은 결과물이고, 저희가 중요시하는 건 그 책이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들이에요.”

다만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읽고 쓰고 말하고 듣기’는 진행할 시점과 장소가 따로 있다고 한다. 억압되거나 정신적으로 극히 혼란된 상태에선 역효과만 낳는다는 것이다.

“문학심리치료가 진행될 만한 안정된 환경이 우선돼야 해요. 정신병원에서 진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병동에 계신 분들은 감금된 상태에서 시간을 할애 받으신 거잖아요. 그런 억압된 심리상태에선 모든 게 힘들고 아무런 효과도 없어요. 그냥 ‘가나다라…’만 이어가거나, 사전에도 없는 단어들을 만들어 쓰는 걸로 끝나곤 하죠. 남는 건 스트레스뿐이에요. 그렇기에 문학심리치료가 가능할 시점을 서로 정하게 되죠. 당사자들이 스스로 그 시점을 선택한다는 것, 그 자체가 치료의 출발점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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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글쓰기 작업의 가장 큰 효능은 카타르시스(자기정화)와 자기통찰이다. 직접 써서 혼자 읽고 고치며 한 문장 한 문장씩 완성해 가는 동안,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시선을 얻게 된다.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이들에게 읽어준다는 것 또한 자기정화의 선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혼란스러웠던 내면에 일정한 질서가 잡히면서, ‘아, 내가 이랬구나!’ 하는 치료의 실감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의 효과가 확실해지면 상담자와 내담자라는 관계를 벗어나, 심리치료사가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자가(自家)독서치료’의 단계에 이르게 되죠. 문학작품(텍스트)과 상호작용을 일으키게 되고, 자신의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가시화되죠.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분들한테는 아주 적합한 독서치료가 되고, 꼭 장애가 아니더라도 서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한테도 독서심리치료는 꼭 권해드리고 싶은 좋은 방법론입니다. 상담자를 찾기 어렵다면, 각종 독서모임을 활용하셔도 좋아요. 직접 참여해서 활동하시다 보면, 내담자의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가 상담자가 되는 의미 깊은 체험도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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