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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사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부산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 이복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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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부산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 이복남씨

부산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 이복남씨는 부산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부산에서 그이만큼 장애우 문제의 최일선에 서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실무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이는 많은 장애우들의 신망을 받고 있다. 그이를 만나 현재 부산 장애우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와 고민을 들어본다.

<시청 공무원과 부닥칠 때 마음 아파>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중앙에서는 제대로 보도가 안됐지만 부산지역에서는 언론에 크게 보도돼 논란의 여지를 제공했던 한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일명 "최장욱씨 사건"으로 10여년을 운전 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소아마비 장애우인 최씨가 장애가 이유가 돼 적성검사에서 탈락해 1종 면허를 발급 받지 못함으로써 생계수단을 박탈당하게 되자 서울을 오가며 관계요로에 진정서를 내고 언론을 통해 사회문제화시킨 끝에 결국 면허증을 되찾고, 나아가 정부에 의해 경증장애우의 경우 1종 보통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이 사건은 차별에 대항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최씨와 함께 서울을 오가며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가 바로 부산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있는 이복남(43) 씨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씨 사건에서 보듯 이복남 씨는 부산지역에서 늘 장애우 문제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열악한 지역 장애우 문제를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그이가 최근까지 끌어안고 추진해온 일만 봐도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는데 우선 그이는 그동안 현재 2만원만 지급되고 있는 중증장애우 수당을 부산시의 경우 4만5천원을 지급하는 조례를 만들도록 하는데 기여했으며 영구임대아파트에 영세민뿐만 아니라 직장을 가지고 있는 장애우도 입주할 수 있도록 시청 주택 과와 싸워 이를 관철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 상 고등학교까지 학비지원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중학교까지밖에 지원을 안 한 부산시의 장애우 자녀학비지원 문제를 여론화해 법을 지키도록 하는데 일조를 했으며 분명히 무료인 장애우 등록진단비를 받고 있는 일부 병원의 탈법을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부산시청에 장애우를 채용하도록 요구해 장애우 공무원을 탄생시킨 부분에도 그이는 관여했으며 보철용 차량 2천㏄ 확대 문제도 그이가 관여한 문제다.
 물론 이런 것들이 그이 혼자 힘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많은 장애우들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관철이 가능했지만 어쨌든 이런 문제들을 취합하고 여론화시키는데 기여를 한 사람이 그이라는 데에는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그이는 일을 장애우들의 개별상담을 받아서 그 문제를 단체 의견으로 수렴해 전체문제로 묶어내는 형식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상담한 문제가 타당성이 있다 싶으면 여기저기 문의를 하고 그러다 아 이게 절박한 문제구나 라는 판단이 들면 본격적으로 진정서를 내고 여론화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그이가 나서는 일들은 그이로 하여금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어떤 때는 좌절을 맛보게 하기도 한다. 그이가 하는 일의 성격상 그이는 시청 쪽과 부닥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그이는 시청 공무원들의 곱지 않은 눈길을 수시로 받는다.
 그이 설명에 따르면 "시청하고 잘 지낼 수도 있는데 시청 쪽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게 언론이더라구요. 제가 기자들을 만나 무심코 이런 저런 얘기하는 것들이 언론에 나오고 그러니까 시청직원들이 저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야 시청 쪽의 복지정책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안 그럴려고 하지만 처음에는 시에다 건의를 했는데 시청 쪽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 않으면 직접 보사부에 건의를 했거든요. 그러자 자기들을 거치지 않고 중앙에 건의를 했다고 또 난리고."

<민원 상담에 비중 둬>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현재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는 비장애우인 그이는 1991년 봄 당시 부산장애인연합회 회장이었던 정화원씨와의 인연으로 처음 장애판에 몸을 담게 된다. 그이가 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자 일부에서 "왜 비장애인을 사무국장에 앉히느냐"는 흰소리도 했지만 그이는 개의치 않고 묵묵히 일을 해왔다.
 사실 장애문제보다는 "가부장적인 정치구조가 이 사회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에 분노하며 이 사회에서 여성은 억압받고 있는 게 아닌 가라는 생각으로 빈민여성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했던 그이는 생소한 장애문제에 부닥치자 처음에는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특유의 적극성과 순발력으로 곧 장애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현재 부산장애인연합회에 가입한 부산지역 단체는 24개이다. 그래서 각 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역할을 조율하는 일이 그이 일의 큰 몫일 터인데 "연합회가 전체 부산 40만 장애인을 대변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전체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단체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고 극심한 분열상을 보여" 그이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때문에 그이는 연합회 사무국장답지 않게 장애우 단체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장애우단체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일회성 행사 치르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저는 일회성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전체 장애우에게 과연 무엇이 돌아갈 것인가 또는 제도적인 문제를 가지고 장애우단체들이 고민하고 활동했으면 해요."
 이런 연유로 그이는 단체 조율보다는 장애우 문제 개별 사안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일단은 사무실에 있으면서 민원 상담을 받는 일이 주일이에요. 제일 많이 들어오는 게 나는 장애우인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정보제공에 관한 것, 법률적인 억울함이나 정책건의 등이죠. 결국은 민원을 접하고 이게 문제구나 싶어서 제가 정책건의를 하는 거예요."
 민원 처리와 더불어 그이는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게 하는 장애우들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이가 기억하고 있는 한 장애우 사연, "지난 4월 어떤 남자가 전화를 걸어 왔는데 자기는 한 쪽 눈이 실명인데 장애인 등록을 못 받는다며 나는 우리 집에 먹을 거도 없다고 얘기를 하면서 맨날 울어요. 가만히 듣고 보니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어요. 신체검사를 해봐도 분명히 실명으로 나오는데 현행 등급표 시각장애우 부분은 양쪽 눈 시력이 얼마라고만 나와 있거든요. 한 쪽 눈이 실명돼도 나머지 한쪽 눈이 좋으면 등급은 안 준단 말이에요. 이런 일이 부지기수예요."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상담을 받다보면 그이는 가장 절박한 장애우 문제는 다름 아닌 결혼문제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없어도 좋고 배우지 못했어도 좋으니 마음씨 착한 사람 좀 소개시켜 주십시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이는 "세상에 그런 천사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지만 안타까운 심정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젠가 그이는 부산일보에 칼럼을 쓸 기회가 생기자 "천사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결혼상담소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래서 우선 우여곡절 끝에 연합회 회보를 내게 되자 그이는 주저하지 않고 회보에 결혼 희망자 명단을 실었다.
 이런 사정이 있다보니 그이 계획은 연합회 재정과 사정이 허락된다면 산하에 결혼상담실과 중도 장애인을 위한 재활상담실을 두고 운영하고 싶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누구를 위하여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봐요."그이 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중요해>
 현재 부산지역 장애우들 현실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특성상 선발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장애우들도 거의가 신발 산업에 취업해 있는데 경기 침체와 수출이 막히면서 타격이 심해 장애우 한 명 취업시키려면 굉장한 노력이 뒤따름에도 불구하고 한 회사가 부도나면 한꺼번에 몇 십 명이 퇴사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생계문제 외에도 지금 부산지역에서 쟁점화되고 있는 문제는 장애우종합복지관을 둘러 싼 갈등과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1종 면허 문제이다. 1종 면허 문제는 여전히 장애우에게 영업용 면허가 허락되지 않아 장애우들의 반발을 사고 있고 종합복지관 문제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띤 채 진행되면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연합회측에 따르면 시내 연상동에 부산시장인종합복지관이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설립인가가 나서 공사가 진행됐는데 바로 옆에 있는 삼익아파트 주민들이 반대를 하자 부산시 쪽에서 무마를 하는 과정에서 슬며시 장애인복지관을 부산시가정종합복지관으로 용도를 바꿔 완공을 했다는 것이다. 짓고 난 후 사무실 한 칸 배정되지 않자 당연히 장애우단체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9월 말 연합회가 주도해 부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과정에 이복남 그이가 깊숙이 관여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아세요? 장애우 단체들이 전체 장애우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우선 네 거 내 거 가르니까 안 되는 거예요. 정말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거는 네 일이니까 네가 해라 나는 빠지겠다 이런 식이죠."
 그이는 나아가 장애우들에게 뼈아픈 충고를 하기도 한다. "장애우 자신들도 내가 장애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되겠다는 인식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장애우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베풀어줘야 하고 동정 받아야 할 존재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장애우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흔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장애우 단체의 난립 문제도 "장애우단체는 많을수록 좋다고 봐요. 그 대신 이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체가 있어야겠지요"라며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그이. 그이에게 좌우명이 뭐냐고 물어 보았다. 그이는 "카네기 인생론을 보면 "과거도 미래도 생각지 말라. 다만 여기에"란 말이 있어요. 이 말이 제 가슴에 와닿아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중요한 거죠."
 그렇다고 그이가 하는 일이 모두다 긍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부산지역에 한정된 경우겠지만 그이에게 장애우와 관련된 모든 일이 집중된다는 것은 효율을 따져볼 때 그렇게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라는 게 일부 관계자들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하는 관계자들도 부산지역에서 이복남 그이가 누구보다 열심히 장애우와 관계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여기 근무하면서 이 사회에서 온전한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장애우란 어떤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온전한 사람을 칭한다면 예수와 붓다 밖에 더 있는가. 그 외에 모든 사람은 장애인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다만 내가 하려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최선인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말이에요."
 오늘도 사무실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아 장애우 상담전화에 매달리고 있는 그이 말이다.

글/이태곤

귀 기울이면 열리는

전성민

가장 춥고 어둔날
언덕에 서서
가만히 귀 기울이면
어느덧 열리는
어둠,
그리고 우리들 세상

"가까이 오지마"
"더 이상은 안돼"
아직은 맵고 차디찬 바람으로
아우성치며 귓전을 때리지만

우리는 안다
한겨울, 비탈진 언덕길가
말라 비틀어진 풀잎 속에도
꿈틀거리며, 몸부림치며
새봄을 준비하는 그리움 있어
온 천지 휘감으며
푸르게 푸르게
되살아나는 것을

가장 춥고 어둔날
벼랑에 서서
우우, 달려들어 아우성치는
온 몸으로 바람을 안고
귀 기울여야 열리는

어둠,
그리고
우리들 세상.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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