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로 공존한다 > 함께 사는 세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로 공존한다

(주)한국파릇하우스

본문

 
무대 위에서 음악에 맞추거나 혹은 자신만의 리듬에 몸을 맡기면서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예술인 무용. 무용수가 직접 몸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예술보다도 예술가의 의도가 잘 담긴다. 특히 장애를 가지고 있는 무용수는 무용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용과 같은 예술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파릇하우스는 단순히 장애무용수가 예술활동을 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며 예술을 추구하는 정말 의미있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한국파릇하우스를 방문하여 그 공존의 현장을 전한다.
 
 
‘공존’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한국파릇하우스의 로고는 한국파릇하우스가 어떤 목표를 지향하는지 잘 보여준다. 연두색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을 뜻하고, 분홍색은 엄마, 파란색은 아빠를 뜻하는데 모든 구성원이 함께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가족처럼 함께 어울리고 있는 곳이다.
 
 
한국파릇하우스에서는 무용(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방송댄스, 힙합)과 음악(피아노, 노래, 난타, 짐볼드럼)이라는 예술활동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술, 뮤지컬, 바디디자인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파릇하우스 내에 무용실, 음악실, 미술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마치 작은 예술 학교 같은 느낌을 준다.
 
이미경(대표) “22년 전 어떤 선생님에게 장애인과 함께 2년만 춤을 추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복지관이나 학교에서 장애인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씩 춤으로 자원봉사를 하다가, 13년 전인 2009년 지금의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한국파릇하우스를 함께 시작했던 분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파릇하우스는 주식회사로써 총 11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이 회사지 ‘하우스’의 뜻처럼 집과 다름없는 공간에서 무용,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는 선생님과 학생, 예술활동을 할 때는 예술가, 회사업무를 할 때는 직원,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할 때는 강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한국파릇하우스를 빛내고 있다.
 
이미경 “대개 장애인들만 함께 하는 예술단체가 많은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술활동을 하는 단체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조심스럽고 설레었던 마음이었는데, 앞으로도 조심하고 설레는 마음을 유지하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한다는 사회적 가치를 한국파릇하우스에서도 앞으로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연예린(현대무용) “제가 장애무용수와 함께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제일 크게 느꼈던 것이 감정 전달입니다. 생각보다 우리 장애무용수 친구들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표현이 넓으며, 비장애무용수들보다 관객과 소통을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놀라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장애무용수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고 비장애무용수들만 하는 공연보다 장애무용수와 비장애무용수가 함께 소통하며 무용하면 그로부터 전달되는 게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연예린 씨에 의하면 무용이라는 것은 신체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인데 장애무용수가 이 부분에서 비장애무용수보다 전달력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애무용수의 무용에 더 많이 감동받고 더 많은 극찬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이 무용을 한다는 그 전제 자체로부터 파생되는 게 관객들로부터 감동이나 극찬을 이끌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장애인은 무용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나 장애에 대한 편견과 같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엄혜경(힙합) “저는 힙합을 하고 있으며 장애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춘 지는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저는 장애인들이 이렇게 끼와 흥이 많은지 몰랐는데 오히려 에너지가 좋아 저 또한 춤을 추는 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장애무용수보다 장애무용수와 함께 춤을 출 때 더 행복하고 즐거움을 많이 느끼게 됐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장애무용수들과 더 많은, 다양한 무대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파릇하우스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한 명 한 명 소개를 받으면서 특별한 점을 발견했다. 비장애예술가들은 이름과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를 소개하였으나, 장애예술가들은 이름과 업무 내용을 밝히고 난 후 ‘성인’이라는 표현을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발달장애인이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어 다른 학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에게 성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존중의 의미로 발달장애예술가 스스로 ‘성인’이라는 표현을 붙인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파릇하우스에서 활동하는 직원은 모두 성인이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이은신 씨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이은신 “저는 무용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살도 빠집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차분해져요. 체력이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도 느낍니다. 그래서 주변의 친구들에게 무용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또 비장애무용수 선생님들과 함께 무용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혼자서 하는 즉흥무용을 해보고 싶습니다.”
 
작년에 이은신 씨 혼자서 하는 즉흥무용을 시도해 보았는데 본인이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파릇하우스는 비장애무용수와 장애무용수가 함께 ‘공존’하며 무대를 선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애무용수가 가진 능력을 무대에서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장애무용수만의 즉흥무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하고 시도하면서 장애무용수들에게도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미경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단체이며 발달장애인 7명, 뇌병변장애인 2명, 시각장애인 1명이 함께 어울리고 있습니다. 특히 무용은 공간을 이동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무용수의 움직임에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장애유형에 따른 특성도 다 다르고 무용과 같은 예술을 습득하고 표현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어우러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에피소드도 가득합니다.”
 
무대라는 공간 속에서 함께 어울리며 무용을 할 수 있도록 한국파릇하우스 가족들은 자주 만난다고 한다. 식사나 간식시간 등을 자주 가짐으로써 다양한 생활문화권에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창작활동에서의 표현공감영역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미경 대표는 말했다. 그래서 한국파릇하우스는 생활 기반에서부터 지속적인 공감의 시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미경 “단순히 공연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만남의 과정에서 공연이 이루어질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진정성과 울림을 공연에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혹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이렇게 모두 모인 예술단체는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개인보다는 단체로 더 많이 움직이고 있는 만큼, 저희의 활동이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도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달이 달을 춤추다
 
‘달이 달을 춤추다’는 올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파릇하우스가 기획한 장애·비장애 예술가들의 공존 예술 프로젝트다. 그동안 장애인의 날은 구분되고 분리되어지는 ‘장애인만의 차별을 강조하는 날’이 아닌 비장애예술가들과 함께 협업하고 포용되어지는 ‘공존의 날’로 춤추고 싶어 준비하게 된 공연이다.
 
이미경 “늦은 시간 집으로 가는 길에 간간이 하늘을 올려다볼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밤은 반달이, 어느 날 밤은 초생달이, 또 어느 날 밤은 보름달이 떠 있었습니다. 생김새도, 이름도 다른 달님들은 이래도 예쁘고, 저래도 예뻤습니다. 어느 것 하나 비교함 없이 서로 다른 모습의 이름을 불러주며 제 모양대로 그 분량을 다 한듯 깜깜한 이 세상을 비추고 있는 달이 고맙기도 하고 착하기도 한 것처럼 저도, 우리도 달이 되면 예뻐질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하늘에 떠 있는 초생달, 반달, 보름달이 서로의 다름으로 하늘에 공존하듯이 땅 위에 서 있는 우리들도 서로 다른 모습을 ‘다름’으로 아름답게 부르며 공존해 나가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이 달을 춤추다’에서는 공존이라는 기획 의도에 맞게 장애예술가들은 본인의 장애를 당당히 개방했고, 비장애예술가들은 자신의 테크닉(기술)만을 자랑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배려의 겸손한 움직임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다. 또한 달이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장애인들의 다양한 언어와 소통방법 중 하나인 수어도 알릴 수 있도록 수어로 하는 공연도 준비했다.
 
‘달이 달을 춤추다’가 궁금한 <함께걸음> 독자는 유튜브에 ‘한국파릇하우스’를 검색하면 지난 공연의 생생한 현장감을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국파릇하우스의 왕성한 활동이 앞으로도 지속되어 예술가의 꿈을 꾸는, 그리고 준비하고 있는 예비 장애예술가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함께걸음>도 함께 응원한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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