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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여행이 공주와 만나면 <베어루트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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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에서 활동을 전개하는 여행사 ‘베어루트 캠프’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방법 중 하나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반복적인 루틴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극을 경험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비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일까? 2022년 발표된 ‘장애인삶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83.9%가 ‘여행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변하였으며, '여행 및 여가 활동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4.2%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발달장애인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여행사인 ‘베어루트 캠프(이하 베어루트)’가 장애인의 여행을 돕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방문지를 선정한다
베어루트는 장애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전문 여행사로, 이용자가 기존에 정해진 A, B, C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하는 방문지를 직접 선택하고 그에 맞춘 코스를 기획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맞춤형 여행을 제공한다.
 
이용자에게 맞는 여행을 기획하기 위해 여행 몇 주 전 답사를 진행, 휠체어 접근 여부와 인원수용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며, 방문지에 해설가가 있는 경우에는 장애인 고객들의 여행 취지를 설명하고, 발달장애인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어나 문장을 조정해 줄 수 있는지 등 세부 내용을 협의한다. 가능한 장애인 고객의 상황에 맞춰 코스를 선정한다.
 
특히 베어루트가 장애인 고객을 위한 여행을 기획할 때 각별하게 신경 쓰는 부분은 ‘체력’이다. 김기석 대표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는 차를 탈 수 있지만, 도착하면 걷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각자의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기준에 맞추면 프로그램을 따라오는 데 차이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각자의 속도, 체력, 성향에 맞게 조를 구성해서 다녀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베어루트 편집숍 앞에서 김기석 대표와 김영우 매니저
 
베어루트를 이용했던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의 원장은 “우연히 SNS를 통해 베어루트를 알게 되었는데요,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휠체어 이동이나 식당 이용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기획 과정에서부터 장애특성을 이해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센터 내부적으로 기획했다면 몰랐을 장소를 베어루트가 소개해 주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당사자분들도 여행이 끝난 뒤에 ‘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곤 합니다”라며 여행에 대한 만족감을 언급했다.
 
베어루트 캠프는 기준 인원을 15~20명으로 설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 단위의 소인원 여행도 고려했지만, 적은 인원일수록 이용자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프로그램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경험해 최소한의 기준 인원을 설정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적한 지역의 분위기
주민들의 여유는 장애인 여행자에게 안성맞춤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돌발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베어루트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지 못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걱정은 물론 발달장애인들의 돌발행동으로 지역주민들이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도 여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 베어루트 캠프 진행 사진 (사진제공. 베어루트)
 
김 대표는 “한 번은 여행 중에 제민천을 따라 산책하고 있었는데 당사자분이 너무 급하신 나머지 천에 용변을 보신 적이 있어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고, 낮 시간인지라 근처에 주민분들이 있었는데 그냥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죠. (...) 마을 분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럴 수 있지’하는 거예요. 수용적이고 여유가 있으시죠.”
 
지역주민들의 수용적인 태도 때문일까? 베어루트는 여행지를 공주에 한정한 로컬여행을 고수한다. 과도하게 많은 인파와 서로 사진 찍기에 바쁜 여행지에서 혼이 빠져나오는 것보다는, 한 곳을 방문하더라도 그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그곳만의 정취를 즐기며 돌아오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베어루트는 여행을 기획한다.
 
“사실 공주가 북적이고 인기가 엄청 많은 여행지는 아니다 보니까 관광지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오히려 천천히 둘러보기에도 좋고, 관광지의 직원분들도 신경을 써주시는 이유가 되더라고요. 한적한 분위기가 오히려 장점이 된답니다.”라며 공주에 대한 부심을 보여주는 김 대표.
 
공주는 아이디어 실현의 장
공주가 김 대표의 고향은 아니다. 김 대표는 특수체육을 전공자로 수도권 모 학교에서 10년 가까이 특수학급 교사로 활동했지만, 전공했던 특수체육은 제한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전공하지 않은 과목도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항상 부담을 느꼈다. 이러한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한적한 동네로의 귀촌을 꿈꾸며 떠난 여행에서 만난 공주는 그의 터가 되었다.
 
△ 베어루트에 대해 설명하는 김기석 대표
 
살아보니 더할 나위 없이 한적하고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주, 그리고 유구한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주를 좀 더 대중에게 알릴 방법을 모색하다 전공도 살리고 공주도 알릴 수 있으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행사 베어루트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러닝크루, 편집숍 등 다양한 활동도 전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자연스레 허무는 것이 목표
베어루트는 여행 외에도 러닝크루, 편집숍, 개인체육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고, ‘알고 보니 그곳이 장애인의 가치와 철학을 표방하는 브랜드였대’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 목표다. 베어루트는 그 목표를 향해 오늘도 장애인 고객의 여행 길라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 편집숍, 러닝크루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베어루트
작성자글과 사진. 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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