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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화 KBS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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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쿄올림픽 기간에 시청자들로부터 주목받았던 화제의 인물이 있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아닌, 올림픽 소식을 뉴스에서 전해주는 ‘앵커’다. 그 앵커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의 한 가지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만큼 장애가 있는 앵커가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9시 뉴스에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그 화제의 주인공 최국화 KBS 앵커를 2022년 첫 번째 ‘사람 사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1. 9시 뉴스에서 패럴림픽 : 중요한 장애인식개선
KBS 9시 뉴스에 장애인 앵커가 나왔던 건 최국화 앵커가 처음이고, 올림픽보다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덜한 패럴림픽 소식을 9시 뉴스에 따로 코너를 만들어서 전했던 것도 최국화 앵커가 처음이다. 이 두 가지의 ‘처음’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 당사자인 최국화 앵커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확실히 9시 뉴스가 뉴스 중에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프로잖아요. 그래서 그 뉴스를 시작하면서부터 올림픽과 패럴림픽 소식을 전하게 되니까 덕분에 제가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택시를 탔을 때 기사가 알아보기도 하고, 길에서도 뉴스 봤다면서 알아봐 주는 분들이 계셔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무엇보다도 패럴림픽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이렇게 많은 종목이 있는지 몰랐다고, 덕분에 관심 가지게 되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뿌듯했어요.”
확실히 정보를 전달하는 뉴스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최 앵커가 만났던 버스 기사는 최 앵커를 통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기존에는 뉴스에서도 잘 다루지 않던, 다루더라도 시청자들의 시청률이 낮은 밤 11시 이후에나 짧게 보도되던 패럴림픽이 9시 뉴스에 나오게 되면서 패럴림픽이라는 스포츠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최 앵커처럼 휠체어를 타는 앵커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어 충격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패럴림픽을 정말 즐겁게 시청했었다면서 또 언제 하냐고 물어봐 주신 분도 계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뭔가 전율이 오면서 뿌듯하더라고요. 저도 뭔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장애나 패럴림픽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9시 뉴스에 장애인 앵커가 패럴림픽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한 KBS의 기획이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최 앵커는 KBS에서 장애인 앵커를 뽑은 것도 장애인식개선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나와서 뉴스를 전하기도 하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비춰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장애가 자연스럽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앵커도 그런 역할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가오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다.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아직 없어요.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하계와 동계가 있는데 계절이 다른 만큼 종목도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긴장되고 설레고 그런 기분도 들지만, 시청자들에게 정확히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니까 저도 공부하면서 잘 준비하려고 해요. 이번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뉴스도 하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전하고 싶어요.”
#2. 생활뉴스 : 시청자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게
올림픽과 패럴림픽 소식을 9시 뉴스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했지만, 최 앵커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또 있다. 평일 낮 12시에 하는 ‘최국화의 생활뉴스’가 그것이다. 사람들의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뉴스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최 앵커에게 물어봤다. 뉴스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어떤지, 독자들이 모르는 방송국에서 앵커의 모습을 물어봤다.
“먼저 기자님들이 리포트 형식으로 정리해서 주면 앵커가 그걸 보고 뉴스 준비를 해요. 기자님들이 주신 건 사실 위주로 작성한 건데, 이걸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해야 하니까 멘트를 준비해요. 뉴스는 전 연령대가 시청하니까 시청자들이 잘 이해하고 편하게 들으실 수 있도록 앵커 멘트를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제가 너무 어려운, 한 번도 못 봤던 내용을 접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면 짧은 시간이지만 미친듯이 공부하게 돼요. 제가 어렵게 느껴지면 분명히 시청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준비하게 돼요.”
생활뉴스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풀어서 정리하는 게 중요한데, 최 앵커는 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쓴단다. 앵커가 멘트를 다 정리하면 그것을 감수하는 데스크가 있다. 한번은 정말 어려운 내용을 준비한 적이 있는데, 데스크의 팀장님이 최 앵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단다. 이해하기 쉽게 너무 잘 풀어서 정리했다고.
“순간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거든요. 사실 기자님들이 처음에 작성한 리포트 내용을 꼭 수정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대로 진행해도 되는데, 저는 제가 말하기 불편하고 힘든 부분이 있다면 듣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조금이라도 시청자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고치려고 노력하게 돼요.”
시청자들을 생각하는 최 앵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 여기에서 더욱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시청자든, <함께걸음> 독자든 한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장애인 앵커’의 모습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방송국에서 뉴스를 전하는 다른 앵커와 마찬가지로 최 앵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최 앵커를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할 수 있다. 최 앵커도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3. 신랄한 피드백 : 좋은 강사가 될 수 있게
최 앵커는 KBS 앵커가 되기 전에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는 강사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이젠 방송국 일 때문에 예전만큼 활발하게 강사로 활동하지는 못하지만, 일정이 허락되는 한도에서는 여전히 강의를 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경력 덕분에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양성과정에서 피드백을 하는 위원으로도 자주 최 앵커를 부른다고 한다.
“제가 피드백을 정말 신랄하게 하거든요. 한번은 시작 전에 저랑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피드백에 들어가니까 다들 얼굴이 시뻘게지고 그랬어요. 상처도 받으시고. 수정해야 하는 내용을 그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않고 좋은 이야기만 하고 가도 되겠죠. 그런데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본인의 강의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피드백은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강의활동을 할 때 겪을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은 거예요.”
장애인식개선교육은 교육을 듣는 사람이 가진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사회의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내용인데, 대부분의 교육시간이 1시간 내외가 많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 교육을 하는 강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할 것이다. 강사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강아지’라고 부른다면, 그 교육을 듣는 교육생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까? 최 앵커는 그런 부분을 염려하여 교육생들이 강의를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또 질 좋은 내용의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랄하게 피드백한단다.
“요즘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법정의무교육이 되니까 강사가 엄청나게 배출되고 있어요. 또 어떤 기관에서는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를 양성해서 몇 년 운영한 뒤 그게 실적이 되니까 다 ‘전문가’라고 불러요. 그런데 실제로 몇 번 강의를 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엉뚱한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신입도 아니고 경력이 있는 전문가라면, 그동안 이 사람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장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최 앵커는 강사를 양성하거나 보유한 기관들마다 강사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목적과 특성을 감안할 때, ‘강사의 수’를 중요시하기보다 ‘강의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교육을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그 사람의 외모라든지 겉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거기에 맞춰서 이름을 부르지는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장애인을 대상화하지 않고 이름을 부르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는데, 어떤 강사가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다녀간 뒤 아이들이 장애학생을 계속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등 오히려 교육의 역효과와 장애인이 낙인화되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강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4.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되길
최 앵커는 본인의 장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장애 덕분에 행복한 일과 할 수 있게 된 일이 정말 많다고 한다. 앵커와 강사 외에 대학원에서 장애학을 공부하고 있고, 하티스트(HEARTIST)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비장애인일 때는 가지지 못했던 감정도 가지게 되면서 인생 자체를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 앵커의 다양한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응원이 되길 희망했다. 최 앵커에게 ‘앵커 멘트’로 <함께걸음>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정말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나가다가 저를 보고 ‘최국화 선생님!’이라며 제 강의를 들었던 학생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뿌듯하더라고요. 여러분들의 격려와 응원이 지금 저의 활동에 비타민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서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한 차별 없이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지금까지 최국화 앵커였습니다.”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 사진 제공. 최국화 앵커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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