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예뻐지는 그림, 작가 조민서
본문
새로 나온 장애인권 동화책 <우린 쌍둥이야>는 공룡을 좋아하는 발달장애 아동 지후와 비장애인 쌍둥이 동생 지수의 생일날 고양이와 공룡이 찾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화 속 그림은 독특하다. 얼핏 낙서하듯 쉽게 그린 것 같으면서, 한편으론 작은 부분까지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색상은 화려하다.
이 재미나고 묘한 그림을 그린 건 조민서(25세) 작가다. 작가는 자폐성 장애인이고 동화 주인공 지후처럼 공룡을 좋아한다. 세 살 무렵 연필을 쥐며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2011년 처음 그림을 전시했고, 2013년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 미술관에 초청돼 미국에도 그림을 걸었다. 같은 해 ‘제4회 경기도장애인문예미술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2014년 첫 개인전 <공룡소년 조민서 하늘을 날다>를, 2017년 <몬스터 신드롬>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원하는 대로 오가며 지낸다. 지난 2월 한국에 온 그와 만났다.
상상해서 그린 고양이와 공룡
동화 그림을 그린 건 처음인가요?
전시회만 했었고 책으로 나온 건 처음이에요.
작업은 어땠나요?
재밌고 화려했어요. 판타스틱했어요. 그림자도 나오고요.
동화 작업 또 해보고 싶어요?
아니요. 제가 생각나는 대로 다른 거 작업할게요.
이번엔 이야기대로 그려야 했죠?
네. 그림은 제가 생각나는 대로 그렸어요.
그릴 때 어떤 거부터 생각나요?
다 한꺼번에 나요.
공룡을 그린 작품은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고양이도 그렸어요.
상상해서 그린 거예요.
고양이 그릴 땐 어떤 점이 중요했어요?
뚱뚱한 점이요.
왜 뚱뚱한 고양이로 그렸나요?
많이 먹어서 살이 쪄서 그래요.
욕심이 많아요?
그건 아니에요. 조금 게으르기만 해요.
이번에 그린 공룡은 좀 다른가요?
스테고사우루스예요.
성격은 어때요?
순해요. 이빨이 조금 뾰족하고 케이크를 아주 좋아해요.
초식공룡도 이빨이 날카로운가요?
상상해서 만든 거니까요.
조민서 작가가 그리는 방식
공룡 말고도 다양한 동물을 그려 왔어요.
생각해서 그리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보기도 했어요.
보지 않고도 생각이 나요?
아주 옛날 제가 어릴 적에 동물 책도 좋아하고 공룡 책도 좋아하고 곤충도 좋아했어요.
지금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는 거예요?
네.
그림자도 좋아하나요?
네. 빛이 들어오니까요.
동화 그림에 그림자가 많더라고요.
디지털 드로잉은 그림자도 넣을 수 있어요.
다른 거로 그리면 그림자 많이 안 넣어요?
네. 진하게 칠하니까요.
또 어떤 거로 작업해요?
마카, 포스터컬러, 아크릴컬러, 여러 가지 색연필로 칠하면 완전 재미있어 보여요.
작업은 주로 어디서 하나요?
집에서도 하고 스타벅스에서도 하지만 계속 집에서만 할 거예요.
밖은 불편해요?
네. 시끄럽거나. 차라리 집에서 작업하는 게 더 좋아요.
정해진 작업 시간이 있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내킬 때 하는 거예요?
네. 심심할 때 해도 돼요.
매일 해요?
네. 심심할 때 해요.
그림 그리기 싫을 때도 있지 않나요?
없어요.
그림을 그리고 나면 마음이 어때요?
마음이 예뻐지기도 해요.
슬퍼지기도 해요?
아뇨. 꼭 그렇지는 않아요.
세상을 돌며 초밥 먹고, 코끼리 보고
한국과 코타키나발루에서 지내는 건 어떻게 달라요?
느낌이 조금 달라요.
어디가 더 좋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또 가본 나라 있어요?
일본, 남아프리카 공화국, 베트남, 호주 퍼스.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일본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뭐가 좋았는데요?
초밥 먹는 게 좋았어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동물 많이 봤어요?
동물 많이 봤죠. 코뿔소도 보고 기린도 보도 얼룩말도 보고.
어떤 동물이 제일 멋졌나요?
아프리카코끼리요.
또 뭐 했어요?
케이프타운에 가서 쇼핑도 하고, 즐겁게 지냈죠.
더 여행 가고 싶은 나라 있어요?
유럽 여행 가고 싶어요.
유럽 여행 가면 뭐 할 거예요?
많이 움직일 거예요.
먹고 싶은 건요?
아무거나 문제없어요. 스테이크도, 채소도 잘 먹을 거예요.
혼자 사는 근육 탄탄한 사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주 멋지고, 훌륭하고, 무시무시하게 잘생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게 멋지다고 생각해요?
살 많이 빠지고, 근육이 탄탄한 게 좋아요.
근육 생기면 뭘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다 멋지다고 생각해요.
민서 작가가 좋아하는 사람은요?
사랑하는 사람을 다 좋아해요.
누구를 사랑하는데요?
저는요, 모든 다 사랑해요.
그러면 누구랑 같이 있을 때가 좋아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가 더 좋아요.
혼자 있을 때는 뭐 해요?
요리도 하고, 작업도 하고, 다 알아서 할 거예요.
무슨 요리 만들어 먹어요?
라면이나 밥이나 야채 그런 거 해서 먹어요.
요리 재미있어요?
설거지도 재미있어요. 아무 문제 없어요.
나중에 혼자 살고 싶어요?
네.
혼자 살게 되면 또 뭐 하고 싶어요?
집에서 청소도 다 할 거예요.
가족들은 뭐라고 해요?
꼭 그러래요.
다음 전시는 물속 동물들
앞으로 작업은 어떻게 할 거예요?
월·화·수·목·금·토·일 계속 집에서 심심할 때 작업하겠습니다.
전시회는 또 할 거죠?
네.
다음 전시회에는 뭘 그릴 거예요?
물에 있는 동물들이요.
오늘 인터뷰는 어땠어요?
아주 행복했어요. 이따 저녁에 쌀국수 먹으려고요.
그럼 다음에 또 찾아가도 괜찮을까요?
아니요, 나중에 만납시다. 인터뷰 잘 했으니까 몸 건강히 잘 사세요.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특별히 슬플 때도 있지만, 화날 땐 없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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