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바다는 모두에게 열린 대자연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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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그 바다
매년 여름 <함께걸음> 편집회의 때마다 취재의 우선순위로 떠올랐다가, ‘일단 유보’로 미뤄졌던 게 강원도 큰바다해변 탐방이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겠지만, 해마다 유보됐던 요인은 단순했다. 한여름 해변의 뜨겁고도 시원한 풍경을 8월호에 담지 못하고, 가을의 추석을 품고 있는 9월호에 수록해야 한다는 편집 시점의 문제가 늘 어중간한 유보를 낳게 만들었던 것이다. 7월 중순부터 해변은 운영이 되지만, 장마 기간과 맞물리며 좋은 사진 이미지를 얻기가 힘들다. 또한 본격적인 휴가철 이전이기에, 이용객들의 인원수도 충분하지 않다. 변수가 많은 강원도 해안가의 날씨 역시 장거리 출장 취재를 머뭇거리게 만든다. 파란 하늘과 쾌청한 바닷가를 담기 어려운 궂은 날씨가 매번 예고 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취재 일정을 잡지 않은 대신, 사전답사 형식으로 그 바닷가를 ‘일단’ 찾아가 봤다. 현지를 꼼꼼히 둘러보고, 내년에는 ‘반드시’ 취재하겠다는 나름의 각오를 다지기 위한 여정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하늘이 너무 맑았다. 해변의 이용객들이 예상보다 많았고, 전체 시설들 또한 모두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게다가 주최 측의 임직원들도 모두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이런 최상의 조건이라면, ‘사전답사’가 아니라 ‘즉시 취재’로 돌입해야 할 상황이 된다. 본부 텐트로 들어가서 <함께걸음>에서 왔다고 했다. 모두가 반기는 인사만큼이나 예고 없는 등장에 뜻밖이라는 눈빛이 아주 잠시 이어졌지만, 취재를 요청하는 제안에는 즉시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언론 취재를 위해 미리 준비해놓은 모습이 없다 해도, 있는 그대로의 환경 자체에 자신이 있고 만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서로에게 좋은 만남이 된 셈이다.
‘아쉽지만 내년에’ 하며 해마다 미뤄졌던,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큰바다해변의 취재는2016년 여름에 성사됐다. 왜 굳이 그 바다를 취재해야 하는지 궁금해 할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큰바다해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장애인 전용 해수욕장이기 때문이다. 중증장애 당사자라 해도 바다와 파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곳이 ‘거기’라면, 게다가 텐트 무료 이용과 다양한 부대시설 사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공간이 바로 ‘그 바다’라면, 그동안 매년 여름 <함께걸음> 편집회의 때마다 욕심과 미련을 반복했던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오세요. 당신을 위한 바다입니다
동해안의 맑은 바다인 큰바다해변, 그곳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서울특별시에서 후원하는 장애인 전용 무료해변캠프가 열린다. 23년의 긴 역사를 첫 시작부터 함께했던 사단법인 곰두리봉사협회가 캠프 진행을 총괄하고 있으며, 매년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32일 동안 문이 열린다. 그 이전과 이후의 바다가 닫히는 건 물론 아니다. 단, 장애인 당사자가 바다를 이용할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되며 제공되는 기간이 32일간이고, 해변캠프는 매년 6월 초부터 곰두리봉사협회 홈페이지(www.komduri.or.kr)를 통해 사전예약이 진행된다.
장애인들을 위한 하계 휴양 및 자연체험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사회적 인식의 부족으로 거의 대부분 휴양시설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극히 미비하다는 현실,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쾌적한 부대시설이 갖춰진 휴양시설을 원하는 기대감, 더불어 당사자들의 심신수련과 양질의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참여와 자신감 회복을 증진할 공간의 필요성 등이 한데 모이며, 큰바다해변은 활짝 열린 공간으로 해마다 여름을 맞이한다. 그런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대목이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한다면, 서울시민들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걸까?
“그렇진 않아요. 서울시 입장에서는 서울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니까, 가급적이면 서울시민들 중심으로 이용을 하는 게 아무래도 세금을 내는 시민들 앞에 모양새가 좋긴 하겠죠. 하지만 문호는 개방돼 있습니다. 개별 텐트를 칠 공간도 넉넉하고, 당일치기 여행으로 와서 마음껏 즐기셔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말입니다.” 곰두리봉사협회 고만규 회장은 장애인 전용 무료해변캠프의 산증인이라 할만 했다. 23년째인 이 캠프의 1회부터 행사 진행에 참가했다고 하니, 해변캠프의 역사뿐 아니라 이 땅의 장애인 이동편의시설 개선의 전 과정을 모두 살펴봤다는 반증이 된다. 23년간 어디서 해변캠프가 열렸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기나긴 역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모두 강원도에서 진행됐다. 1회(1994) 망상해수욕장. 2회와 3회 낙산해수욕장, 4회 정동진해수욕장, 5회 설악해수욕장, 6회부터 19회(1999~2012)까지는 봉수대, 초도리, 명파리, 기사문해수욕장 등 고성군과 양양군 일대를 섭렵했다. 이후 20회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광진큰바다해변이 열린 공간을 담당하고 있다. 그 많은 해변을 두루 거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 편하게 던진 질문은 파란하늘이었는데, 아쉽게도 대답은 먹구름이었다.
“일단 마을 주민들이 빌려주지 않습니다.
장애인들이 오면 비장애인들이 기피한다는 거, 또한 이 캠프가 적은 면적으로는 운영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큰 해수욕장들은 안 하려고 하고, 지금은 간이 해수욕장인 광진큰바다해변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나마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후원을 한 다음부터는 상황이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말이 후원이지, 지금은 서울시가 실제로 운영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저희 곰두리봉사협회는 23년의 노하우를 여기에 전개하는 역할을 맡는 거죠.”
원하는 만큼 나의 것이 된다
곰두리봉사협회의 홈페이지엔 기본적인 안내가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기간은 언제인지, 어떻게 예약을 받는지, 수용인원은 얼마인지, 편의시설은 무엇인지, 참가할 때의 준비사항은 무엇인지가 자세하게 언급돼 있다. 모든 건 홈페이지의 내용에 따르면 되겠지만, 핵심 중심으로 풀이한다면 간단하게 요약이 가능하다. 잠을 잘 공간은 무료로 제공된다. 단,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인원수에 따라 텐트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가족인 경우는 8명까지 가능하고, 단체일 경우는 30명까지 한 곳에 머물 수 있는 자리가 제공이 된다.
해수욕을 위한 구명조끼와 커다란 튜브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개별적으로 먹고 입을 것만 마련해오면 된다. 이불도 제공된다 하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라 취침도구는 따로 준비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해변 주위엔 ‘넉넉한 규모의 마트’가 없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바닷가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선 미리 구입하고 찾아오는 게 좋을 듯하다. 단체 인원을 위한 취사장이 따로 완비돼 있고, 탈의실과 샤워실은 장애당사자의 신체 상태에 따라 높낮이가 조절되는 샤워기와 의자가 갖춰져 있다. 해마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던 온수공급이 올해부터 가능해졌다는 사실 또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전동휠체어뿐 아니라 수동휠체어로도 해변 바로 앞까지 다다를 수 있는 바닥면이 설치가 돼 있기에, 보행이 가능한 장애당사자까지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이동편의는 좋은 편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의 당사자가 바다를 경험할 수 있는 수상 휠체어가 있다는 게 특히 눈에 띈다. 몸을 고정시킨 뒤, 튜브의 역할을 하는 두 개의 바퀴가 당사자들에게 바다와 파도를 직접 경험하게 만든다. 위아래 양쪽으로 두 명의 도우미가 함께함은 물론이다.
“아직도 저의 눈에는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이용하시는 분들이 그런 지적사항을 일일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제 눈에는 긴 세월 동안 주시해 왔던 부분들이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게 예산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단번에 해결은 못하고 있지만, 23년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며 매년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작년까지는 (주)한국타이어에서 중증장애인의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도록 개조한 45인승 버스를 매년 운영했는데, 올해 지원이 불가피하게 끊긴 걸 서울시가 긴급지원으로 예산을 투입해서 계속 운행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개선되는 면면들이 쌓이다 보면, 모든 장애당사자들을 위한 진정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리라 기대합니다.”
고만규 회장의 자세한 설명을 듣다 보니까, 주차장 입구 방향에서 아주 든든한 버팀목 같은 버스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서울의료봉사재단에서 지원을 나온 이동치과 진료봉사 차량이었다. 외부의 모습은 커다란 버스였지만, 내부는 실제 진료실의 모든 장비가 완비된 치과 진료실 그 자체였다. 작년에 진료봉사를 할 때 1박2일 동안 백여 명의 진료치료자가 있었다고 하니, 게다가 올해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전문직 종사자 모임’에서 ‘공유미학’이라는 그들의 타이틀을 걸고 가족사진 무료 촬영행사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해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듯했다. 쾌청한 하늘과 여건이 아니었으면 시도하지 못했을 2016년의 취재,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뜻 깊은 인연을 간직하게 된 여정이 됐다.
전국의 지자체 단체장님들께 전해드립니다
전국의 지자체가 해당지역에 한 곳 이상의 장애인 무료해변캠프를 개설하기를 <함께걸음>의 이름으로 제안한다. 대한민국에서 충청북도를 제외한 도 단위 지자체들은 모두 해변을 가지고 있다. 또한 6개 광역시는 대전과 광주와 대구를 제외하고 모두 바다를 접하고 있다. 그렇다면 훨씬 쉬운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게 아닌가. 대전은 충청남도와 연계하면 된다. 대구는 경상북도가 있고, 광주는 전라남도가 있다. 연계를 하며 얼마든지 대안 마련이 가능한데, 왜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까? 결론은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국민의 ‘1인’들은 생활권역 내에서 삶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 서울특별시에서 먼 강원도 바다를 지정하고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지자체 담당자 여러분들이 꼭 귀담아 듣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굳이 먼 바다를 바라볼 필요도 없다. 해당 지역마다 바로 옆에 바다가 존재한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지형 아닌가?거기만 열어놓으면 되는 게 아닌가? 제안과 질문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고 답을 기다리고자 한다.
팁tip - 그 바다와 더불어 이곳도!
바닷가 휴양만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강원도 동부지역의 유명 관광지를 함께 돌아보는 기회로 활용해도 좋다. 강원도는 바다 바로 옆의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뛰어난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차량으로 달리다 보면 5분 거리에 하나씩 해수욕장이 나오고, 10분에 하나씩 항구가 등장한다. 어느 바다도 반갑고, 어느 항구든 맛집들이 넘쳐난다. 갈 곳이 많고 볼거리가 많은 것 이상 여행의 강점이 어디 있을까?
추천하고 싶은 곳은 위쪽의 고성에서부터 아래쪽인 삼척까지 가득하지만, 광진리 큰바다해변을 중심으로 한정한다면 크게 두 가지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서울을 도착점으로 할 경우 아래로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위쪽인 미시령터널을 지나 동홍천IC로 향하는 길로 여행지를 각각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휴가철인 경우라면, 영동고속도로보다는 미시령터널을 추천한다. 여행을 떠났을 때 꽉 막힌 고속도로만큼 답답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광진리 큰바다해변 남쪽 인근에는 남애항과 남애해변이 있다. 예전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주문진항과 주문진등대가 나오고, 경포해변에 이어 ‘모래시계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정동진해변까지 둘러볼 수 있다. 만약에 차량 이동이 자유로운 조건이라면, 남쪽으로 삼척시의 대자연과 서쪽 내륙지역인 정선의 절경을 감상하는 코스도 알찬 일정이 된다.
큰바다해변 북쪽을 중심으로 살펴본다면, 하조대해변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더 위로 올라가면 꼭 방문해야 할 낙산사가 나타난다. 낙산사 내부의 전경도 더없이 뛰어나지만, 만약 경내 이동 환경에 일정한 불편함이 있다면 낙산사 입구 매표소까지만 가도 충분하다. 높은 지역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바다가 일품이고, 오른편으로 드넓은 낙산해수욕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열게 만든다. 각종 조각 작품과 최고의 일출지로 유명한 설악해맞이공원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볼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풍부한 먹을거리를 즐기고 싶다면, 설악해맞이공원에서 북쪽 방향으로 바로 등장하는 대포항을 추천한다. 고급 해산물의 집산지로 유명하고, 다른 항구들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구조로 항구 전체가 구성돼 있어 이국적인 느낌도 갖게 만든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께 ‘딱 한 군데’를 추천해도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속초시의 영랑호를 권해드리고 싶다. 바다와 인접한 굉장히 큰 호수인데도, ‘마음속 고향’처럼 아늑한느낌부터 얻게 만든다. 호수의 테두리를 감싸듯 일방통행의 영랑호반길이 이어져 있는데, 모든 길 한쪽이 자전거길로 구성돼 있어서 전동휠체어로도 넉넉하게 대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은 울창한 나무들의 그늘로 연이어지기 때문에, 한여름 햇살에서도 호숫가의 시원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영랑호에서 가장 유명한 호범바위를 마주보는 위치에 도착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마음의 휴식이 함께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하나만 더 덧붙인다면, 돌아오는 길에 설악산 울산바위의 경이로움을 마주하며 가슴에 가득 품은 뒤, 미시령터널 아닌 미시령 옛길을 경험하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된다. 오래된 ‘꼬불꼬불’ 산길을 직접 달리는 게 이젠 쉽지 않은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왕 떠나는 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즐거운 도전을 추가하는 것도 멋진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9월호에 뒤늦게 등장한 여름휴가 이야기지만, 독자 여러분 모두의 2017년 여름휴가 계획이 미리 준비되고 설계될 만한 계기가 되면 좋겠다. ‘여행’, 그 한마디는 마음에 떠올리는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단어가 아닌가. 대한민국 모든 해변의 문이 열려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단 열려 있는 문이라도 ‘나의 것’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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