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란 단어 자체가 없는 곳으로 잠시 먼저 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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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8인’이라는 표현은 대한민국 장애인권사(史)에 영원히 기록되겠죠. 그 투쟁을 몸소 실천했던 여러 분들과 10년 동안 수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 중에서 유독 눈웃음으로만 인사를 대신하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6월 4일, 마로니에 투쟁 10주년을 기념하던 서울시청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그의 목소리를 정말 처음 듣게 됐습니다. (옆의 사진이 바로 당시의 현장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떠났습니다. 멀리, 아주 멀리.
이젠 ‘장애’라는 단어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마음껏 움직이고 여행하며, 이승에서 못다 했던 자유 가득한 삶을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별(死別)의 눈물은 거두고, 장애라는 차별의 사슬을 먼저 벗어던진 그대만을 기억하겠습니다. 남겨진 우리가 조금 늦게 찾아가더라도, 반가운 재회가 남겨져 있기에 마냥 아쉬워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그리운 마음은 언제나 동료들과 나누며, 일상의 모든 건배의 자리에 그대를 초대하겠습니다. 그대를 위해 늘 소주 한 잔은 추가로 따라놓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정말 오랜만에 만난 김주영과 송국현 같은 동지들과 함께, 그대가 저 뭉게구름 위에서 멋진 ‘원샷!’을 소리 높여 외치듯이 말입니다.
탈시설자립생활운동가 故 황정용 활동가
1959년 11월 12일 출생
2007년 1월 30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 입소
2009년 6월 4일 시설퇴소 후 탈시설자립생활정책을 요구하며 62일간 노숙농성
2017년 10월 서울시 자립생활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입주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활동
다큐멘터리 ‘시설장애인의 역습(2009, 박종필 감독)’ 출연
탈시설 당사자로서 탈시설 멘토로 활동하는 등 현장의 인식개선과 투쟁에 활발히 참여하다,
지난 2019년 7월 13일 새벽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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