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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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호 독자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독자 강채영 씨, 박 기자, 박 기자의 근로지원인 이슬기씨가 함께했다. ⊙ 사진. 채지민 기자 |
<함께걸음> 2월호 독자 모니터링은 강채영 님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주셔서 <함께걸음> 뿐만 아니라 장애인 정책과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주제로 심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말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도 <함께걸음> 독자 모니터링으로 참여해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박관찬 기자에게 연락해 주세요. 박관찬 기자 : cowalk1004@daum.net
박 기자(아래 박) : 어떻게 <함께걸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강채영(아래 강) : 제가 다녔던 대학에서 우연히,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처음 <함께걸음>을 보게 되었어요. 그게 1999년인데, 그때부터 정말 좋아하는 월간 잡지로 생각하고 꾸준히 관심 가지며 읽어왔어요.
박 : 이번 2월호의 어떤 기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강 : 우선 표지에 보면 제목부터 ‘교육’으로 나와 있어서 관심이 갔어요. 특히 시각장애인 교사의 웹 접근성과 UN CRPD NGO연대 활동기 두 기사가 절묘하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 교육 실태와 관련된 이야기더라고요. 크게 보면 웹 접근성은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 수준을 잘 드러냈고, NGO연대 활동기는 교육의 본질적인 내용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집중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박 : 강채영 님이 교사로 일하셨는데, 시각장애인 교사의 웹접근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 : 우선 이번에 K-에듀파인으로 바뀐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과정이 없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진행하기 전부터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게 시범적으로 먼저 물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들기 전부터 수차례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결국 완성된 K-에듀파인에 대한 정보 접근의 어려움이(예상했던 대로) 발생된 것에 대해 교육부가 바르게 진행하고 있는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담당자의 일방적인 절차 진행의 모습은 즉시 사과하고 시정해야 교육적인 모습이라고 보는데, 이런 모습을 요즘 교육부에 기대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박 : UN CRPD NGO연대 활동기는 어땠나요?
강 : 사회가 좋아지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는데도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권자, 수감자는 계속 늘어나잖아요. 특수교육과 관련된 논문은 많아도, ‘어떻게 하면 장애인이 나오게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장애가 없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지’ 본질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가 특수학교 증설이나 특수교사 수를 늘리는 일은 현상유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 <함께걸음>을 1999년부터 읽으셨다고 했는데,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요?
강 : 그동안 <함께걸음>과 저의 관점이 함께 성장해 온 것 같아요.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 월간 잡지를 보며 ‘장애가 없다라고 하는 사람도 저마다 장애가 있구나’,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을 바르게 대할 수 있을까’라는 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상황에서 ‘아, 이런 장애가 발생될 수 있겠구나’ 하면서, 지금도 배워가는 중이에요.
박 : 강채영 님이 생각하는 ‘장애’는 무엇인가요?
강 : 저는 장애인복지법상 15가지의 유형만이 장애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자기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느 부부가 있는데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그 부부도 장애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사람을 죽이는 사람도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살다 보면 장애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오히려 장애를 보이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되잖아요. 이번 K-에듀파인 담당자는 시각장애인과 소통을 하지 못한 부분에 장애를 보였던 것처럼요. 그런데도 이런 상황을 당연시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어느 기관이든 장애가 있는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또 장애인을 후원한다는 조직에서 장애인에게 바른 후원금 전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역시 장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 이번 2월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강 : 꼭 2월호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그동안 월간지를 꾸준히 읽으면서 느낀 건데요,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을 바르게 대할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이 좀 더 실리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더 연구해서, 연구하는 관점들을 수록해서 올바른 정책적 대안을 담아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상처받은 글, 슬픈 내용, 비관적인 글들이 있는데요. 현실은 비록 이렇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왔다는 글들을 포함해서 긍정적으로 밝게 다가오는 글도 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겪는 생생한 경험담도 좋겠습니다. 전반적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고찰을 갖게 해주는 글들이 많기 때문에 감사드립니다. 있는 그대로 꾸밈없는 현장 중심의 글이라고 할까요?
박 : <함께걸음>의 기사와 칼럼 등의 구성은 어떤가요?
강 : 현재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해요. <함께걸음>은 월간지이기 때문에 가장 최신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을 앞에 두고,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내용들이 다음에 나와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집중해서 읽게 하는 효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독자 모니터링을 넣어서, 다른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관점으로 글을 읽어 보는건 어떤지’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느낌도 신선하고 좋은 것 같아요.
박 : 강채영 님은 <함께걸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자주 구독하고 계시는데요, 페이스북의 기사와 사진의 구성 등은 어떤가요?
강 : 지금은 링크를 걸고 기사 안에서 핵심적인 문장 몇 개를 넣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사진을 첨부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다 더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강 : 2020년 3월이 <함께걸음> 32주년이 된다고 하여 제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장애가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정책들을 어떤 마인드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 저는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어쩌면 기자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접근’이 많이 어려울 수 있죠. 하지만 <함께걸음> 기자로 일하고 있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시청각장애인’도 함께하는 것처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그 어떠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내어줄 수 있는 게 바로 <함께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 마인드로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하는’ <함께걸음>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박 : 마지막으로 <함께걸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강 : 그동안 <함께걸음>에 글을 올리는 분들은 어떤 특별한 의식을 갖고 있는 사명감이 느껴졌는데, 역시 직접 뵙고 물어보니 어떤 이해관계, 특정 정당을 떠나서 진정한 장애인권을 위한 사실 있는 그대로의 진정 어린 연구에 바탕이 되는 글쓴이의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참 의미 있는 만남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완벽한 정책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하고, 더 나은 정책적 제안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복지나 교육, 환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할 총체적 사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2013년에는 지방에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세 자매 사건이 있었다면, 2020년에는 단칸방에 장애인, 이주여성 부부, 지적장애 어머니가 9개월 된 아이를 아파트에서 던져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럴 때 더 나은 정책은 어떤 방법으로 만들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드리고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 소개 강채영 님은 전직 특수교사로, 현재는 장애인 관련 정책과 장애가 없는 조직과 사회를 위한 인식개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교직’이라는 한계 속의 탁상공론을 벗어나, 그동안 교사로서 활동하지 못했던 실체적인 활동에 도전하며 정작 대한민국 사회에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멋진 분입니다.
▲ 손바닥 글씨로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라는 강채영 씨가 박 기자와 조금은 낯선 방식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내 두 사람은 그 대화법으로 웃음을 나누는 소통까지 가능해졌다. ⊙ 사진. 채지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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