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지원된 예술경진대회, 엉망으로 치러졌다는 지적 제기돼 > 문화


2억원 지원된 예술경진대회, 엉망으로 치러졌다는 지적 제기돼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주관 장애인예술경진대회의 문제점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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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진대회 포스터
장애인 예술대회인데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는 무대, 장애인 참가자들에게 화를 내는 비장애인 진행요원, 별도의 공간이 아닌 관중석에서 대기해야 했던 경연 참가자들….

2억원이라는 큰 지원예산이 투입돼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이하 한장예총, 회장 김양수 한빛맹학교 교장)가 주관해서 치르고, 지난 9월 16일 마무리 된 ‘제1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진대회’가 엉망으로 치러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본지에 제보한 여러 명의 장애인 참가자들에 따르면, 가장 크게 지적된 문제는 대회가 열린 장소였다. 지난 9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 간 열린 경연 본선과 16일 열린 시상식은 모두 서울 중구에 있는 NH아트홀에서 열렸다.

장애인 참가자들의 제보와 본지 취재진의 현장 답사 결과 NH아트홀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장소였다. 휠체어를 타고 공연장이 있는 농협중앙본부 신관 지하 2층까지는 승강기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지만, 공연장 입구이자 객석 맨 뒤인 장애인석까지만 접근할 수 있을 뿐, 더 이상 휠체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그나마 장애인석도 단 4석 뿐이었다.

또 입구부터 본선 경연장인 무대까지는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무대도 경사로 없이 계단만으로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스스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어느모로 보나 본선 73개 팀, 120여 명이 참가하는 장애인 참여 행사를 치르려고 선택한 장소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대회 참가자인 Y씨는 “계단이 많아 휠체어가 스스로 이동할 수 없으니까 휠체어는 모두 사람 여럿이 달라붙어 들어 나르는 볼썽사납고 위험한 모습이 연출됐다”며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자칫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본지에 제보한 장애인 참가자들은 대회 전체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진행요원들의 장애인을 대하는 불손한 태도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K씨는 “대회 총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이 참가자들에게 화를 내며 매우 신경질적인 태도로 대하더라.”며 “참가자 중에 지적장애인이 많아 통제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인 과한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기실에 있어야할 경연 참가자들을 관중과 같이 객석에 앉힌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본지에 제보를 한 다수의 대회 참가자들은 “행사에 큰 돈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장애인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다”며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의문이다”라고 행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장애인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대회를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했던 Y기획사 측은  “행사를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집행이 늦어졌던 탓에 대회 준비기간이 짧았고, 그 때문에 대회를 개최할 적절한 장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장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담당자는 참가자들에 의해 지적된, 행사 진행요원들의 불손한 태도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담당자는 “본선 경연 5일 동안 73개 팀의 공연을 치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통제를 위해 한 번 크게 소리친 적이 있었다. 통제를 위해서였다지만 소리를 지른 것은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라며 장애인 참가자들에게 사과했다.

   
▲ 대회가 열렸던 NH아트홀의 무대와 개석 사이 계단. 무대까지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동할 수 없는 곳이다

   
 

한편 이번 경진대회의 홍이석(수레바퀴재활문화진흥회 회장) 운영위원장은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경연대회를 개최해야할 9·10·11월 모두 6일 동안 빌릴 수 있는 장소가 없어 NH아트홀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산 집행이 1월이나 2월에 결정됐다면 더 좋은 장소를 구했겠지만 7월에 결정됐던 탓에 장소 섭외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런 기획사와 행사 주최 측의 “지원 예산 집행이 늦어 편의시설이 마련된 장소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 문화예술 담당 윤모 사무관은  “예산집행 과정이 다른 해보다 조금 늦어졌을 뿐 예산 집행 과정에서 차질은 없었다”며 “행사를 어쨌든 올 해 안에 치르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집행이 늦어졌으면 행사 자체를 9월에 치르지 말고, 10월이나 11월로 늦춰도 되는데, 한장예총이 9월에 행사를 치뤘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김양수 한장예총 회장은 장애인 참가자들의 이어진 문제제기에 대해 “나는 행사 예산을 따내는 것 등 대외적인 활동에만 주력했을 뿐이지 행사의 전반적인 진행과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 홍이석 운영위원장에게 모두 맡겨 행사를 치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회를 진행하며 모두 부분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참가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일부 나온 불만은 행사 진행과정에서 나온 실수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이석 운영위원장은 기획사 선정에 대해 “몇 군데 기획사에서 제안서를 받아 한장예총 전체 회의를 거쳐 그 중에 가장 타당한 곳으로 선정했다”며 “행정적으로는 잘 처리했기 때문에 주최 측은 만족했던 편이지만 진행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은 참가자들이 기분 나쁘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 부분은 기획사와 주최 측이 분명 잘못했으므로 다음부터는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말하자면 문광부로부터 2억원이라는 큰 지원 예산을 받아 치른 행사가 행정 처리가 잘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주최 측의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행사에 참가했던 장애인들은 큰 불편을 느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지원금을 쓰기 위한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었느냐며 격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장애인 참가자도 있었다.

한편 엉망이었다는 일부 참가자들의 문제 제기를 받고 있는 이번 대회 주최 측인 한장예총는 10월 9일부터 16일까지 문광부로부터 9억5천만원이라는 큰 예산 지원을 받아 서울시청광장 등에서 2013 장애인 문화예술 축제를 연다고 한다.

장애인 문화예술 축제가 이번 경진대회처럼 장애인들의 문제제기를 받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작성자이승현 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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