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무릎에 앉아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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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게 미세먼지라지요? 일본에서는 미세먼지보다는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아요. 과거 과도하게 심은 삼나무등 침엽수로 유발되는 문제래요. 환경 문제가 우울하게 들려오지만, 봄 햇살이 비치면 시선이 저절로 창밖을 향하고, 바깥 공기라도 쐐야 살맛이 느껴지는 게 보통 우리네들의 마음 아닐까 싶어요.
장도 볼 겸 집을 나섰는데 맞은편에서 한 여성이 휠체어를 밀며 다가왔어요. 휠체어에는 남성이 타고 있었고, 남성의 무릎에는 남자아이가 있더라고요. 머잖아 제 휠체어 옆을 스치는데 아이가 손을 흔들어 주는 거예요. “바이 바이!” 무심결에 저도 손을 흔들었어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글거리는 아이 얼굴이, 아이를 안은 남성의 약간 쑥스러운 웃음이 슬로비디오처럼 제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마 그 세 사람은 가족이겠죠?
아이를 안고 휠체어에 타는 것, 제게 낯익은 추억이에요. 지금은 스물 주변에 있는 제 두 아들이 어렸을 때, 핸들이 있는 스쿠터형 전동휠체어에 앉아 왼쪽 무릎에는 큰 아이를, 오른쪽 무릎에는 둘째 아이를 태워서 다녔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오사카에서도 거리에 전동휠체어가 그리 많지 않았고, 아이를 무릎에 태운 모습은 더 흔치 않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할 틈도 여유도 없었고, 저로서는 아이들과 외출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휠체어를 탄 아빠와 무릎에 앉아 밝게 웃는 아이, 휠체어를 미는 엄마는 좀 힘에 부칠지 몰라도 그 세 식구의 나들이에서 씩씩한 생활의 한 자락이 엿보이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어요.
뉴스에 나온 다른 세 식구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지난 3월 22일 도쿄지방법원에서 한 판결이 내려졌는데요. 지적장애 소년이 복지시설에서 행방불명 된 후 사망한 사고에 대해 부모가 시설을 상대로 제소한 사건이었어요. 시설 측은 안전관리에 대한 과실을 인정해 위자료를 지불했지만, 살아있었을 경우 얻을 수 있던 금전적 이익은 없다고 봤어요. 부모는 그 점을 장애인 차별로 보고, 살아있었으면 일하며 얻을 수 있던 이익인 ‘일실이익(逸失利益)’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평가한 7,400만 엔을 포함해 1억 1,4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어요.
도쿄지방법원은 시설에 일실이익 약 2,200만 엔을 포함한 총 5,200만 엔을 지불하라고 판결했어요. 법원은 “장애인고용 정책은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고, 지적장애인의 일반기업 취업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으며, 개개인의 능력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 군은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높은 집중력이 있었으며, 장애가 없는 사람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며 19세까지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배상을 명했어요. 재판 후 두 부모는 “같은 입장에 놓인 장애인의 부모들에게 좋은 판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밝혔어요. 이번 판결이 부모가 청구한 비장애인 남성 평균 임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장애인의 노동에 대해 예상되는 이익을 인정한 첫 판결이며,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평입니다. 작년 일본의 중앙정부에서 장애인고용수를 허위로 불린 사실이 드러나 꽁꽁 얼어붙은 척박한 현실을 실감하게 했지만, 이번 법원의 판례가 장애인의 고용과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바꾸는 데 한 줄기 봄볕으로 비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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