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강제불임구제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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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몇 년이죠?”라고 물으면 2019년이라고 대답하는 게 당연한 우리 사회지만, 일본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본식 연호를 써요. 일본의 왕(덴노:天皇)이 즉위하고 있는 시기를 한 시대로 분류하고, 그때마다 연호를 새로 정해 사용하는 거예요. 지금은 헤이세이 31년인데 5월 1일이 되면 새 일왕이 즉위하고 연호도 바뀌어요. 새로운 연호는 ‘레이와(令和)’로 정해졌는데 일본 고대 시가집 <만요슈>에서 인용돼서 그 책이 불티나게 팔렸대요.
일본에 와서 산 지 20년이 넘지만 아직도 연호에 거부감을 많이 느껴요. 일본의 침략을 받은 나라 사람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의 최고 중심에 있던 일왕이 제대로 된 단죄도 받지 않고 그 체제 그대로 남아 있으며, 지금도 일본의 정신적 중심이며 국가의 상징으로 삼아 국민 정서를 조장하는 일본 통치자의 논리가 납득이 안 되고, 다른 나라의 상식과는 너무나 어긋나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일본에서는 시대가 바뀌는 남다른 시기인 요즘 각종 매체에서는 ‘보내는 시대와 맞이하는 시대’의 다양한 특집 방송으로 연일 떠들썩해요.
그런 가운데 4월 24일 오후 “강제불임구제법 제정”이라는 속보가 나왔어요. 1948년에 제정, 1996년까지 시행된 ‘우생보호법’에 의해 불임 수술을 강요받던 장애인들에 대한 구제법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은 걸까요? 약간 입에 담기 거북하네요. 악법인 ‘우생보호법’에 대해서는 1년 전쯤 제가 여러분들께 울분을 터트린 바 있는데요. ‘우생보호법’에 의해 수술을 받은 장애인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작년 1월 국가를 대상으로 배상 소송을 걸자, 그제야 발등에 떨어진 불 끄듯 법안을 작성해 이번 4월 국회에서 제정된 것이에요. 연호가 바뀌기 전에 지난 시대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뜻을 표시한 것 같기는 한데, 늦어도 너무 늦었죠. 정부는 오랫동안 진정한 사과 없이 뻔뻔하게 피해자들을 외면했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의 출생은 가족과 사회의 부담이며, 당사자의 불행이므로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 자의 생식 기능을 빼앗아도 된다는 것을 국가가 표명하고, ‘아이를 낳아도 되는 자’와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자’를 국가가 선별한다는 장애인 차별과 편견이 국가 정책이던 이 가슴 떨리고 무시무시한 그리 멀지 않은 과거! 현재 알려진 불임 수술을 받은 사람은 약 25,000명이라고 하는데 그중 본인의 동의 없이 수술을 강요받은 사람이 통계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16,500명이 넘는답니다. 그중 68%가 여성이었다고 하고요.
제정된 구제법에 의하면 피해자에게는 일률적으로 320만 엔이 지급되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불임 수술을 받은 사람이나 수술 기록이 없는 사람도 본인이나 관계자의 증언이 인정되면 폭넓게 구제한다고 하지만, 기록으로 이름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고작 3,079명뿐인데도 사생활 배려를 이유로 본인에게 통지하지 않게 돼 있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될 우려가 많다고 해요. 또 법문 안에 명확히 위헌성, 위법성이 언급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장애인 피해자들의 반발이 커서, 현재 전국 7군데에서 재판이 벌어지고 있어요.
수술을 강요받고 심신에 막대한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아베 수상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앞으로 차별이 되풀이되지 않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지만 이번에는 아무쪼록 진정성이 담보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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